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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기타

디자인의 가치와 위력

▲ 강병돈 (경기디자인협회 회장 용인대학교 교수)

오는 9월1일부터 3일까지 고양시 킨텍스(KINTEX)에서 '경기디자인페스티벌'이 열린다. 도가 어려운 재정 여건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에 대한 공감대 확산과 디자인산업 육성을 위해 매년 이 행사를 개최하고 있는데 대해 이 분야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감사의 뜻을 전한다.

공공디자인은 도시의 경관을 향상시키는 차원을 넘어 범죄 감소, 주민 행복지수 향상, 연관산업의 유발 등 여러모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디자인 정책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스페인의 한 도시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는 지난 7월 스페인 북부 대서양 연안의 빌바오시를 방문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스페인 내에서 가장 부유했던 이곳은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자원의 고갈과 경기침체 등으로 산업이 쇠퇴해 실업률이 30%에 육박하며 지역경제는 빈사상태가 됐다. 도시를 흐르는 네르비온 강은 오염되고 경관은 회색빛으로 변하여 을씨년스런 모습으로 변해갔다.

그러던 중 빌바오시가 1억달러를 들여 미국의 구겐하임미술관을 유치하면서부터 탈바꿈이 시작됐다. 시정부가 미술관 건립 비용과 하드웨어를 제공하고 구겐하임재단은 미술관을 운영하고 소장품을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지원금을 삭감당한 지역의 문화단체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설계는 공모를 통해 프랭크 게리의 작품을 선정했다. 1997년 완공된 이 미술관은 유기적인 형상과 마치 생선비늘과 같은 티타늄 패널마감의 독창성으로 오늘날 이 도시의 랜드마크를 넘어 세계 도시재생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 빌바오시는 그 후 연간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하며 세계적인 문화관광도시로 만들어 4천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하고 2조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와 더불어 도심재생을 위한 공공디자인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미술관 주변의 수변 공간 및 네르비온 강변 정비와 대중교통 프로젝트 진행 등을 의욕적으로 실행해 도시 재창조에 성공했다. 보행자를 위한 전용교량신설, 산업화의 흔적인 컨테이너와 하수도를 구성하는 콘크리트 관을 활용한 관광 상품개발, 적소에 배치된 튜브형 분리수거 휴지통과 휴식하기 좋은 긴 벤치, 생동감 있는 구조의 원통형으로 만들어진 지하철역의 캐노피는 공공디자인의 좋은 사례로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었다.

또한 전통 바로크 양식을 살린 구시가지는 보존하고 신시가지는 유럽의 세련미로 재생하는 방식의 개발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것도 성공의 한 요인이었다. 지하철역내의 디자인도 독특하다.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스포츠 픽토그램 디자이너 오틀 아이허(Otl Aicher)의 지하철 심볼마크와 '포스테리토스(fosteritos)'라고 불리는 강철프레임, 곡면형 유리구조 등으로 독특하고 심미적인 공간을 연출하였고, 동시에 출입구에서 탑승까지의 이동구간을 최대한 짧게 함으로써 이용객에게 편리성을 제공했다.

황폐했던 도시를 첨단 문화적 도시로 만들었던 빌바오 도시재창조의 원천은 디자인과 긍정의 사고였다. 이시대의 디자인은 언제 어디서나 충실한 역할을 하면서 도시의 얼굴을 가꾸고 나아가 그 도시의 브랜드화 되어 경제력을 창출하는 가장 강력한 에너지로 작용하고 있다. 독자들도 9월1일부터 3일까지 3일간 개최되는 경기디자인페스티벌에 관람해 디자인의 가치와 위력을 한껏 느껴보기 바란다. 이 행사를 계기로 경기도에서도 제2, 3의 빌바오시가 창조되기를 기대해 본다.  
 
입력시간 2011.08.25   지면보기  강병돈 | webmaster@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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