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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사람들

`디자인의 미래` 大家들은 어떻게 볼까

세계지식포럼 `디자인 코스워크`… 4개 세션에 2개 특별강연  
     
◆ 세계지식포럼 ◆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유일한 문제는 미학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제품에 문화를 불어넣지 않습니다."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와이어드`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애플이 다른 기업들을 제치고 최고 혁신적 기업으로 우뚝 선 이유를 잘 드러내는 발언이었다. 이제 더 이상 상품의 `질`이나 `가격`은 기업의 경쟁 요소가 되지 못한다. 기술 격차는 좁아졌고 가격도 금세 원가 수준으로 떨어진다. 기업이 제품에서 이익을 낼 수 있는 차별 요소는 `디자인`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올해 4월 출근하자마자 디자인센터로 향했다는 일화는 이미 유명한 얘기다.

올해 세계지식포럼은 디자인 컨설팅의 대가들을 모시고 디자인 관련 세션들을 마련했다. 모두 4개 세션과 2개 특별강연이 올해 세계지식포럼에서 개최된다. 디자인 관련 코스워크가 구성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 중 백미는 `산업 디자인의 급진적 융합` 세션이다.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디자인 컨셉트를 도출하는 방법을 끌어내기 위해 최고 디자이너, 디자인 관련 혁신 전략가, 글로벌 기업의 디자인 최고임원 그리고 학계에서 디자인을 연구하고 있는 교수 등을 모셨다. 노트북PC를 세계 최초로 디자인한 빌 모그리지 스미스소니언 디자인 박물관 대표, 최고 디자인 혁신 전략가인 래리 킬리, LG전자의 이건표 디자인경영센터장, 글로벌 최대 디자인 스쿨인 파슨스의 팀 마셜 전 학장 등이 참여한다. 그들은 PC와 자동차가 융합되고 냉장고와 쇼핑카트가 연동되는 시대에 디자인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논한다.

이 중 빌 모그리지 스미스소니언 디자인 박물관 대표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좋은 디자인은 상품을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디자인"이라고 말하는 빌 모그리지는, `인터랙션 디자인`이란 용어를 고안하며 첨단기술 분야 디자인을 선도해 온 인물이다. 그가 창업한 IDEO는 1995년 이건희 회장이 1000만달러를 투자해 디자인 혁신 작업을 시작할 때 핵심 파트너로 참여해 국내에도 명성이 높다.

`디자인 혁신 전략의 1인자`로 불리는 래리 킬리 더블린 그룹(Doblin Group) 대표도 눈길을 끄는 연사다. 혁신에 진단적 측정 방법을 도입해 혁신이 실패하는 근본적 원인을 분석하는 등 혁신을 수치화해 `미스터 매트릭스`라고 불린다. 27년간 혁신과 성장전략을 연구한 전문가로서 `비즈니스위크`는 그를 7대 혁신 구루로 소개하기도 했다. 이 밖에 이건표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장이 한국을 대표해 이 세션에서 자신의 혜안을 공유한다. 팀 마셜 전 파슨스 디자인 스쿨 학장은 모더레이터로 이 세션을 이끈다.

`상업디자인, 경계를 넘어서다` 역시 눈에 띄는 디자인 세션 중 하나다. 상업디자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성공적인 디자인이 가져야 할 요소에 관해 다룬다. 이 세션에서는 얼마 전 페이스북 첫 한국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화제가 된 이지별 씨가 참석한다. 2002년 미국 뉴욕 한복판에서 시도한 `버블 프로젝트(Bubble project)`로 유명해진 이지별 씨는 미국 디자인계의 촉망받는 신예로 구글을 거쳐 페이스북에 합류했다. `겉으로 보기에 예쁜 디자인이 아닌 스토리와 소비자 참여가 디자인의 필수인 시대`임을 강조하고 있다.

영국의 디자인 이노베이션 컨설팅 회사 키네어 듀포트(Kinneir Dufort)의 크레이그 와이트먼 수석 디자이너도 이 세션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 회사는 주로 헬스케어 관련 제품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 크레이그 와이트먼은 "새로운 혈당 측정기의 디자인을 휴대폰처럼 멋있게 바꾸면 아무데서나 환자들이 거리낌 없이 혈당 측정기를 꺼내서 쓸 수 있어 환자의 병을 고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의료 분야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한국 산업디자인계 아이콘 김영세 이노디자인 대표도 눈길을 끈다. 국내 디자인 경영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는 김 대표는 "상상하는 것을 세상에 만들어내는 비즈니스가 디자인"이라고 주장하며 국내에 디자인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는 인물이다. 또한 파슨스 디자인 스쿨의 학장인 조엘 타워도 이 세션에 참석한다.

애플이 유일하게 공식 액세서리 납품회사로 인정하고 있는 `인케이스`의 디자이너 2인방도 흥미로운 연사들이다. 조 탄 창립자와 마커스 디벨 최고디자인 임원(부사장)은 인케이스의 탄생 비화와 디자인 철학에 대해 특별강연을 펼친다. "제품 장치의 오리지널 형태와 기능을 존중하는 가운데 디자인을 의식하는 유저들을 위한 제품을 만든다"는 그들의 이야기는 디자인 사업을 준비하는 젊은 사업가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보인다.

100년 장수한 IBM 비결은 디자인 혁신
"훌륭한 디자인이 훌륭한 비즈니스"  

`좋은 디자인은 기업을 100년간 장수하게 만든다?` 최근 100년 역사를 맞은 IBM 경영 비결로도 `디자인`을 꼽는 사람이 많다. 대표적인 예가 IBM 초기 단계 혁신적 제품으로 꼽히는 셀렉트릭 타자기다. 1961년에 발명된 이 셀렉트릭 타자기는 타자기 시장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바로 타자기에 들어가는 `타이핑 헤드`라는 부품의 디자인 혁신 때문이었다.

전통적인 타자기는 타자 자판이 점점 꼬여 타이핑 속도가 느려지는 설계상 단점이 있었다. 셀렉트릭 타자기는 기존 타이프바 받침을 대체하는 골프공 모양으로 된 타이핑 헤드를 채용함으로써 타자기가 차지하는 책상 면적을 줄였다. `골프공`처럼 생긴 새로운 은색 타이핑 헤드는 자판들이 꼬이거나 속도가 느려지는 문제를 해결해 생산성을 향상시켰다. IBM 셀렉트릭 타자기는 모든 타자기 모델을 통틀어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전자 타자기로서, 25년 동안 고급 사무용 타자기 시장에서 우위를 점했다. 디자인 혁신을 중시하는 IBM 기업문화가 셀렉트릭 타자기 탄생을 가능케 한 것이다.

이런 기업문화는 당시로서는 혁신적이었다. 당시에는 기업 디자인이나 이미지보다는 품질과 기술 혁신에 집중하는 기업이 대부분이었기 때문.

IBM 2대 회장 토머스 왓슨 주니어는 특히 "훌륭한 디자인이 곧 훌륭한 비즈니스"라며 디자인을 강조했다. 1956년에는 IBM에 `기업 디자인 프로그램`을 개설하기 위해 건축가이자 산업디자이너인 앨리엇 노이즈를 초대 컨설턴트 디자인 감독으로 고용했다. 앨리엇은 1956년부터 1977년까지 IBM 고문을 지내며 다양한 제품들을 개발한다. 또 IBM은 `기업 디자인 프로그램`을 통해 건축, 그래픽, 산업 디자인 등에 대해 경쟁사들보다 앞선 디자인 감각을 가질 수 있었다. 1961년 셀렉트릭 타자기 디자인 혁신 역시 1956년부터 이어져 온 이 `기업 디자인 프로그램`에 영향을 받았음을 부인할 수 없다.

[장재웅 기자]

기사입력 2011.08.16 17:16:22 | 최종수정 2011.08.16 19:4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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