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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산업

‘디자인의 힘’ 기아차 세계로 질주

한국차 디자인이 세계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다. 과거 선진국 차들의 디자인을 짜깁기하던 한국차가 독자적인 디자인으로 자동차 본고장에서도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한국차의 디자인 실력은 품질·가격 경쟁력과 결합돼 세계 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 요인이 됐다.

국내 자동차업계 디자인 경영의 선두주자는 기아자동차다.

기아차는 20일 독일디자인협회가 올해 자동차 부문 우수 브랜드와 디자인을 선정한 ‘2011 오토모티브 브랜드 콘테스트’에서 브랜드 디자인 부문 최우수상(Best of Best)을 받았다.


또 K5, 스포티지R, 소형 신차 UB(리오) 3개 차종은 외장 디자인 부문에서 본상(Winner)을 받았다.

1953년 독일 의회 주도로 설립된 독일디자인협회는 독일 재계와 학계의 디자인 관련 주요 인사로 구성돼 있다.

기아차가 최우수상을 받은 브랜드 디자인 부문은 자동차업체의 디자인 전략이나 비전, 명확성, 우수성 등을 종합적으로 겨루는 분야다. 자동차의 본고장 독일의 디자인 전문가들이 세계 최고의 브랜드인 벤츠, BMW, 아우디를 제치고 기아차의 실력을 인정한 것이다.

앞서 K5는 올 3월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2011 레드닷 디자인상’에서 한국차 중 최초로 수송디자인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지난해에도 K5와 스포티지R는 세계 3대 디자인상인 ‘2011 iF 디자인상’과 미국의 ‘2010 굿디자인 어워즈’에서 각각 본상을 받았다. 쏘울과 유럽 전략차종인 벤가도 2009년과 2010년 ‘레드닷 디자인상’과 ‘iF 디자인상’ 본상을 받았다.


기아차는 2005년 정의선 당시 사장의 주도로 본격적인 디자인 경영을 시작했다. 2000년 이후 품질과 성능은 인정받기 시작했지만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아차만의 차별화된 정체성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기아차는 차별화의 핵심 요소로 디자인을 택했다.

기아차는 2006년 8월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디자인 총괄 책임자였던 피터 슈라이어를 디자인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그해 9월 파리 모터쇼에서 디자인 경영을 선언했다. 이후 기아차는 ‘직선의 단순화’라는 미래 디자인의 방향을 제시하며 국내 자동차업계 최초로 ‘패밀리룩(디자인 통일)’을 시도했다.

기아차의 패밀리룩은 호랑이 코와 입을 모티브로 한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이 핵심이다. 2008년 6월 로체 이노베이션에 처음 적용된 이후 포르테, 쏘울, 쏘렌토R, 스포티지R, K5, K7로 이어지며 국내외 자동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디자인의 힘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2007년 15조9500억원의 매출에 554억원의 영업적자를 봤던 기아차는 지난해 23조2600억원 매출에 1조68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기아차는 올 1·4분기에도 지난해에 비해 30.4% 증가한 61만9089대의 차를 세계시장에 팔았다. 매출액(10조6578억원)과 영업이익(8399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36.7%, 90.1% 증가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올 상반기 판매 대수는 24만5104대로 지난해보다 44% 급증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한국차를 베끼는 것은 이미 오래전 얘기”라며 “최근에는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선진국 업체들도 기아차의 디자인을 참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특징이 없던 디자인에서 이제는 기아차만의 독특한 디자인이 형성됐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김준기 기자 jkkim@kyunghyang.com

입력 : 2011-07-20 21:26:29ㅣ수정 : 2011-07-20 21:2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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