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esign Trend/시각

'디자인 애플', 한글 글꼴 지원 낙제…왜?

애플 제품 디자인에서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용 한글 글꼴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아이폰과 매킨토시(이하 '맥') 외형이 아름답고 운영체제(OS) 사용자 경험(UX)이 편리하다는 사용자들의 칭찬 일색에도 '애플 고딕(Apple Gothic)'은 논외란 얘기다.

사실 애플 고딕 한글은 현대 디지털환경을 위한 한글 글꼴로서 '함량 미달'이라는 평가다.

일례로, 뜻밖에 적잖은 맥OS 사용자들이 시스템에 지정된 '애플 고딕'의 한글 서체를 다른 글꼴로 바꿔 쓴다. 컴퓨터를 새로 설치하거나 최적화할 때 빠뜨리지 않는 작업 가운데 하나란다. 애플 고딕 한글보다 더 나은 서체를 찾기 위해 굳이 별도의 수고를 들인다는 설명이다.  

한 맥 사용자에게 전해들은 그 '애플 고딕을 피하는 방법'은 안쓰러울 정도다. 잘 쓰이지 않는 시스템 최상위 권한으로 특정한 내부 설정값을 고쳐야 한다. 일반 사용자가 접근하기엔 번거롭거나 부담스런 작업이다. 그 결과로 야기되는 시스템 불안정도 감수해야 한단다.

그렇게까지 애플 고딕을 꺼리는 이유는 뭘까. 사용자들이 애플 고딕 서체 대해 표하는 불만은 2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우선 굵기가 너무 가늘어 읽기 부담스럽다. 애플 고딕의 한글은 다른 문자 묶음과 달리 굵게 표시되는 서체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 또 일부는 자획이 바르지 않아 글자가 왜곡돼 있다.

한 글꼴 개발업체 전문가는 18일 "애플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쓰인 글꼴은 인쇄를 염두에 두고 설계돼 디지털기기 화면에서 볼 때는 '희끗희끗'해 보이기도 한다"며 "또 조화롭지 못한 자수와 형태가 왜곡된 낱자도 보이는 등 세부적인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즉 애플은 한글 글꼴이 더 널리 쓰이는 시대와 환경에 적합하게 애플 고딕을 재설계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글꼴뿐 아니라 맥OS가 한글을 처리하는 방식 전반에 수년째 개선점이 없이 '방치'된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 애플 맥OS X 10.6 버전 `스노우 레퍼드` 시연 화면

실제로 애플이 지난 2002년 내놓은 맥OS X 10.0 버전 '치타'부터 최신 정식 버전 '스노우 레퍼드'까지 출시하는 동안 기본 지정된 한글 글꼴은 변함없이 애플 고딕이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용 한글 글꼴은 획에 굵기를 더한 '애플고딕레귤러'지만 이 역시 일부 사용자들이 탈옥을 통해 다른 서체를 쓰게 하는 수준의 글꼴이다.

■맥OS X 10.7 라이언… '나눔글꼴'에 기대

다만 눈에 띄는 점은 곧 출시될 맥OS X 10.7 '라이언'이 포털사 네이버가 공개한 '나눔글꼴'을 품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나온 라이언 개발자용 프리뷰 3 버전의 기본 글꼴은 여전히 애플고딕이지만 최종 출시판에선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 네이버 나눔글꼴 3종
 
라이언에 들어간 나눔글꼴은 한글 글꼴 '나눔고딕', '나눔명조', '나눔손글씨', 3가지 서체를 굵기별로 모두 포함한다. 나눔글꼴이 새 맥OS X 시리즈의 기본 시스템 한글 글꼴로 지정될 경우, 앞서 언급한대로 자획이 가늘어 읽기 어렵다고 지적받아온 단점을 극복할 수 있게 된다.

나눔글꼴은 네이버가 12개월동안 5억여원을 들여 개발한 한글 글꼴로, 지난 2008년 10월 9일 한글날부터 무료 배포됐다. LCD 화면에서 가독성을 높여 주는 '힌팅' 기술을 적용해 선명도를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글꼴을 고치거나 재배포할 수 있는 '오픈 폰트 라이선스(OFL)'를 적용해 오픈소스, 상용 소프트웨어에 포함할 수 있게 됐다.

나눔글꼴을 탑재한 사례는 맥OS뿐 아니라 구글 크롬OS와 우분투 리눅스도 있다. 지난 4월말 크롬OS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관련 내용이 검토된 뒤 구글이 6월 출시한 크롬북에 이를 기본 한글 글꼴로 적용한 모습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또 우분투 한국 사용자 모임은 이보다 앞선 지난해 하반기부터 나눔글꼴을 우분투에 기본 채택하자는 논의를 진행했고, 지난달초 크롬OS 기본 탑재를 계기로 더 활발해진 모양새다.  

한편 지난 1995년 한국어판 윈도95부터 굴림체를 채택해온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07년 '맑은 고딕'을 시스템용 기본 서체로 채택한 윈도 비스타와 오피스2007 제품을 출시했다. 이후 2009년 출시된 윈도7이 국내 호응을 얻고 오피스2010 제품도 실적 호조를 보이면서 일반 사용자들에게 맑은 고딕의 쓰임이 확대된 양상이다.

이같은 추세에따라 대부분의 브라우저가 한국어 웹사이트 본문을 표시하도록 지정한 굴림체도 가능한 만큼 걷어내자는 주장도 최근 나왔다.

오픈소스 브라우저 엔진 '웹킷' 개발에 참여중인 영국 소프트웨어 회사 '콜라보라'의 허준회 엔지니어는 지난달말 블로그를 통해 "MS가 맑은 고딕을 OS와 오피스 주요 버전에 기본으로 내장할 만큼 이는 가독성과 디자인 측면에서 검증된 글꼴"이라며 "굴림체가 한글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고, 사용자들은 맑은 고딕에 익숙해져 웹에서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좋은 시기"라고 말했다.

임민철 기자 imc@zdnet.co.kr 2011.07.19 / AM 08:34 | ZDNet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