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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시각

'계획된 착시' 옵아트의 세계

크루즈 디에즈의 'available-7'. 롯데갤러리 부산본점 제공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 국제공항에는 바닥 전체에 영화 티켓을 깔아 만든 아주 큰 모자이크가 있다. 라틴아메리카 미술과 옵아트(Op Art) 분야를 대표하는 크루즈 디에즈(88·베네수엘라)의 작품이다. 옵아트는 옵티컬 아트(Optical Art)의 준말로 순수회화적 요소인 선적 구성과 색채를 이용해 착시 효과를 낳는 시각적 추상 예술이다.

크루즈 디에즈는 195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옵아트에 몰두해 '색채 유도' '나선형 색채 감응' 등 다양한 작품을 발표했다. 그의 옵아트 작품은 베네수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 설치돼 있으며 여러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부산에서도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롯데갤러리 부산본점에는 눈속임을 이용한 평면 회화(2차원의 세계)로 공간(3차원의 세계)을 경험할 수 있는 작품 20여 점이 전시돼 있다.

벽에 걸려 있는 그림이 보는 이를 따라 이동하는 것과 같은 착각에 빠지거나, 방향에 따라 색조의 변화가 나타나는 착시의 경험을 하게 된다. 얇고 다양한 원색의 선이 모여 도형을 만들고, 그 도형이 형상을 이뤄 전해 새로운 빛깔과 형체의 환영을 탄생시킨다.

단순한 몇 가지의 도형과 선, 색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디에즈의 작품은 간단해 보이지만 그의 철학과 작품세계를 들여다보면 단순히 눈속임 회화를 지향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작가 노트에 그는 이렇게 썼다. '제 작품에서 우연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모든 것이 계획되고 성문화(成文化)된 것입니다. 나는 영감을 받지 않습니다. 반영시킵니다.'

선과 형태가 움직이는 착시현상이 만들어내는 불규칙한 리듬감이 누군가에겐 현기증을 유발케 하고, 또 다른 이에겐 심연의 기억을 끄집어내게 한다. 옵아트의 실체를 확인해 볼 기회다.

▶옵아트의 거장 '크루즈 디에즈' 전=21일까지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6층 롯데갤러리. 051-810-2328.

정달식 기자 dosol@
| 21면 | 입력시간: 2011-07-15 [09: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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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아트 [Op art/Optical art]  
기하학적 형태나 색채의 장력(張力)을 이용하여 시각적 착각을 다룬 추상미술.

옵아트는 팝아트의 상업주의와 지나친 상징성에 대한 반동적 성격으로 탄생되었다. 옵아트라는 용어는 1965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된 전시회‘감응하는 눈(The Responsive Eye)’ 이후 《타임》지에 처음 쓰였다. 이 전시회 출품작들은 평행선이나 바둑판 무늬, 동심원 같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형태의 화면을 의도적으로 조작하고 명도가 같은 보색을 병렬시켜 색채의 긴장상태를 유발했다. 그 결과 관람자는 그림이 움직이는 듯한 착시를 일으키고 한 부분을 오래 바라볼 수 없게 된다.

옵아트의 한 작가는 “색과 형의 정적인 힘을 극적인 것으로 변화시켰고 동적인 심리반응을 통해 눈의 활성화를 도모”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사고의 세계와는 거의 관련이 없고 오로지 시각의 착각을 유도하여 수수께끼를 즐기는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옵아트의 시조는 몬드리안으로 볼 수 있으나 옵아트의 발전을 이룩한 사람은 빅토르 바자렐리(Victor Vasarely)이다. 그의 대작 《직녀성》은 사각형을 형성하는 선을 구부러뜨려 거대한 서양식 장기판과도 같다. 그러나 선의 구부러뜨림은 그림 전체와 관련하여 아주 정교하게 계산되어 있고 각각의 사각형은 수축과 팽창의 착각을 불러일으키도록 그 크기를 조절하여 가장 큰 사각형은 가장 작은 사각형의 10배가 넘는다. 또 조제프 알버스(Josef Albers)는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 사이의 미묘한 색채관계에 기초를 둔 작품을 발표했다.

옵아트는 구성주의적 추상미술과는 달리 사상이나 정서와는 무관하게 원근법상의 착시나 색채의 장력(張力)을 통하여 순수한 시각상의 효과를 추구한다. 그리고 빛·색·형태를 통하여 3차원적인 다이나믹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지나치게 지적이고 조직적이며 차가운 느낌을 준다. 때문에 옵아트는 인문과학보다는 자연과학에 더 가까운 예술이다. 옵아트는 당시 디자인계나 패션계에 영향을 끼쳤으나 사고와 정서를 배제한 계산된 예술로서 일반 대중으로부터 지지를 받지는 못했다.
[출처] 옵아트 [Op art/Optical art ] | 네이버 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