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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환경

<디자인만 있고 시민 없는 DDP-下> '빌바오 효과' 거두기 위해선

건물 자체 의존하지 말고 다양한 수익원 개발해야
전시회·공연에서 기업 투자유치도 한 방안
시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공간조성도 필요  
 
(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DDP)에게 주어진 숙제는 4228억원이라는 막대한 투입자금에 걸맞는 경제적 효과를 거둬들이는 것이다.

서울시는 DDP가 스페인 구겐하임미술관의 '빌바오 효과'를 능가하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며 약 54조원의 경제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디자인 측면에서만 봤을 때 랜드마크로서의 입지가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서울시가 벤치마킹한 스페인 빌바오는 쇠락하는 광산도시였으나 독특한 건축물인 구겐하임미술관이 1997년 들어서면서 달라졌다. 매년 100만명이상이 미술관을 찾고 있으며 이에 따른 고용창출도 한해 5000명에 이른다. 투입 자금은 약 1500억원이었지만 6년 동안에만 약 1조5000억원의 부가소득을 창출해냈다.

14일 김건욱 테라도시건축디자인 대표는 DDP의 디자인이 평범성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투자가 많았던 만큼 상상 못할 정도의 건물이어야 문화적 파급효과가 크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DDP 디자인은 한국에 이미 여러번 나온 디자인"이라며 "이처럼 지형·지물을 이용한 디자인은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의 이화여대 ECC건물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립대 건축학과 겸임교수인 전병욱 JNK 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도 DDP가 세계 유수의 랜드마크와 견주기에는 디자인적으로는 "조금 아쉽다"는 뜻을 표했다.

전 대표는 "구겐하임이나 오페라하우스는 조각품처럼 눈에 띄는데 비해 DDP는 건물자체가 지형이 되는 랜드스케이프 아키텍처(Landscape Architecture)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한번 보고 강한 느낌을 받는 일반적인 의미의 랜드마크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때문에 막대한 시민의 세금이 투입된 DDP는 전시회나 공연 등의 운영수익이나 기업투자 유치 등을 통한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복권 발행 자금으로 건축한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공연장 대여 등을 통해 51% 정도의 재정자립도를 보이고 있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은 입장료와 모금행사, 영화 장소제공료 등으로 예산의 70%에 달하던 국가보조금을 49%로 낮췄다.

결국 DDP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수익모델을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프랑스 파리 라빌레트과학관을 사례로 들었다. 이 과학관은 일본 소니의 광고유치를 통해 적잖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또 단순하게 보여주기 보다는 시민을 위하고 시민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전 대표는 "서울시가 DDP의 선전효과에만 너무 치중한 것 같다"며 "실질적으로 시민을 위한 확실한 공간, 시민들이 만족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가 운영중인 광장들도 '흉내만 낸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다"며 "건축가들 사이에서는 DDP는 본질을 충실하게 가고, 그 돈의 일부를 광화문 광장에 투자해 차량동선을 입체적으로 분리하는 편이 훨씬 좋았을 것이라는 얘길 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기사입력 2011-07-14 15:07  | 기사수정 2011-07-14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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