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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기타

4D… 어떤 감각도 쉴 틈 없는 '영화관의 미래'

한국은 '4D 종주국' - 세계 최초로 일반극장 도입
'손 대지 말라'던 베이 감독도 트랜스포머3는 4D제작 허용
특수효과 핵심은 '감정선' - 의자 흔들리고 화약냄새도
눈·귀 물론 촉·후각도 자극… "적절히 사용해야 감동 커"

세계 영화의 흐름이 평면으로 보던 2D에서 입체 영상인 3D로 나아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독점적으로 앞서가고 있는 분야가 있다. 눈과 귀는 물론 촉각·후각·방향 감각까지 자극하는 4D 영화다. 미국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 일부 놀이공원에서 홍보용 정도로 사용되던 4D 영화 기술을 일반 극장용 영화로까지 발전시킨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2009년 1월 CGV가 할리우드 가족영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를 4D로 만들어 상영한 게 세계 최초의 4D 극장 영화라고 한다.

미국의 메이저 영화제작사들이 처음부터 한국의 4D 영화 제작을 반긴 건 아니다. 29일 4D로도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3'만 해도 2년 전 '트랜스포머2' 때는 4D로 상영하지 못했다. 제작사 파라마운트 픽처스측과 마이클 베이 감독이 한국의 4D 제작실력에 의문을 표시하며 자신들의 영화에 "손대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2년 만에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그만큼 한국의 4D 제작 실력을 인정하게 됐다는 뜻이다.

4D 영화관은 최근 들어 중국 등 해외로까지 수출되고 있다. '슈렉' '쿵푸팬더'의 제작자이자 드림웍스 CEO인 제프리 카젠버그가 얼마 전 "영화관의 미래를 알려면 한국의 극장에 가라"고 얘기했을 정도로 4D는 이제 한국의 '문화 수출상품'으로 발전될 가능성까지 보여주고 있다.

4D 영화는 보통 10~20일간의 공정을 거쳐 완성된다. 영화관측이 제작사나 배급사로부터 영화 파일을 받으면 영사기사 출신 4D 프로그래머와 방송작가 출신 4D 스크립터가 모여 장면별로 극장에서 어떤 특수효과를 사용할지 결정한다. 예컨대 스크린 속에서 하늘을 날던 로봇이 갑자기 수직 하강하면, 객석 의자를 움직이면서 관객 얼굴 정면에 바람을 뿜어댄다. 객석 의자가 앞으로 숙여지면 낙하하는 느낌이 들고, 얼굴에 맞는 바람은 속도감이 커지게 한다. 폭탄이 터지는 장면에서는 객석 의자 안에 숨겨놓은 진동모터로 의자를 흔든다.

각 장면별 시놉시스 초안이 완성되면 4D 제작팀은 각 특수효과를 어느 시점에 사용할지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만든다. 영상과 특수효과가 초 단위까지 똑같은 시점에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최소 1주일에서 길게는 열흘 이상 걸리는 고난도의 작업이다. CGV의 4D 프로그래머 구민준(30)씨는 "하루에 15시간씩 트랜스포머3를 계속 되감아 가며 7일간 작업했다"고 했다. 러닝타임(152분)으로 단순히 계산하면 김씨는 한 영화를 42번이나 관람한 셈이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스냅샷으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그래픽=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사진=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겉으로 보면 특수효과의 성찬(盛饌)이지만 사실 4D 제작자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영화의 이야기와 감정선(感情線)"이다. "4D 제작은 기본적으로 영화 자체에 충실하게 보조적인 효과를 덧입히는 것"(롯데시네마 4D 프로그래머 최묵 실장)이라는 것이다. CGV 박혜영 과장은 "특수효과가 너무 과도하면 관객이 영화에서는 감동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오히려 4D 효과는 적절히 자제하려고 힘쓴다"고 했다.

4D용 입체 상영설비 중 관객 얼굴에 바람과 물을 뿌리는 노즐은 관객이 불쾌감을 느끼거나, 물에 젖지 않도록 볼펜 심보다 얇게 만든다. 번개 장면에 활용하는 조명기기 스트로브는 보통 천장 4군데에 장착된다. 관객이 시야를 스크린 어느 곳에 두더라도 똑같이 환해지는 느낌이 들도록 하기 위해서다. 관객이 영화 내용을 후각으로 느끼도록 하기 위해 바다냄새, 꽃향기, 풀냄새, 고무 타는 냄새 등 30여 가지의 방향제가 쓰인다.

오현석 기자 socia@chosun.com

기사입력 : 2011.06.30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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