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소개

[신간안내]일본 최고 건축가의 여행에세이

여행지서 본 건축물과 영감 받은 작품들, 제작과정 소개
 
● 안도 다다오의 도시방황
안도 다다오 지음/ 이기웅 옮김/ 오픈하우스 펴냄/ 2만 2000원

최근 강남 일대 카페와 레스토랑에는 이상한 공통점이 있다. 높은 천장과 거대한 팬, 칠이 벗겨진 채 드러난 콘크리트 벽과 튀어나온 철제 구조들. 다락방에서 술 먹는 것 같은 이런 분위기의 바(bar)는 세련된 인테리어의 전형인 양 쓰나미처럼 퍼져 이제 홍대 일대까지 점령했다.

이런 '창고 개방형' 술집을 뉴욕식이라고 착각하며 술 먹는 모습도 우습지만, 이런 분위기 내자고 술집 주인들이 천문학적인 냉난방비를 감당하는 걸 보면 더 혀를 차게 되니 이게 필자와 캐리의 차이인가 보다. 어쨌든 이건 다 안도 다다오 때문이다.

근대 서양건축 하면 르코르뷔지에가 떠오르듯, 일본 현대건축에는 안도 다다오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는 트럭 운전수, 권투선수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독학으로 건축을 익혔다.

그의 건축물은 앞서 설명했듯 콘크리트 질감을 그대로 드러내는 방식처럼 독특하기 이루 비견할 데가 없었고, 그 건축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은 인간과 자연의 교감이라 할 만큼 매혹적이었다. 그가 여전히 일본 최고의 건축가로 꼽히는 이유일 게다.

신간 <안도 다다오의 도시방황>은 그가 쓴 에세이다. 그는 말한다. '여행은 인간을 만든다.' 첫 문장은 이 책을 압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 건축 공부를 하게 된 계기, 여행을 떠나게 된 사연과 여행을 통해 건축을 공부한 방식에 대해 말한다. 여행지에서 그가 본 건축물과 그렇게 영감을 받아 지은 자신의 작품들, 그 제작과정을 소개한다. 여행은 그에게 건축을 가르친 스승인 셈이다.

'일상을 벗어나 상이한 풍경, 상이한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과 그 문화와 접촉하는 여행의 시간, 그 놀라운 감동은 매번 나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과 건축에 대한 꿈을 상기시켜준다. 여행이란 홀로 떠나는 것이리라. 일상의 시간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미지의 장소에 홀몸으로 다다랐을 때 인간은 스스로와 대화를 나누고, 그때까지 보지 못했던 것들에 눈길을 던지게 된다. 고독이야말로 긴장과 불안, 삶의 지난함과 위대함을 가르쳐준다.' (4페이지, 한국어판에 붙인 서문)

요컨대 이 책은 여행에세이이자, 건축에세이이고, 작가의 이력이 포물선처럼 그려지는 자전에세이다. 책에는 건축의 구조와 건축을 이루는 자연의 풍경, 인간의 역사, 그리고 그 역사를 가슴에 새기는 세계관과 인식이 있다. 건축가 안도 다다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권쯤 소장하고 싶은 책이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  

입력시간 : 2011/06/28 03:23:19 수정시간 : 2011/06/28 03:23:19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