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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사람들

돈의 가치 아는 현명한 여성이 내 디자인 모델

‘미들턴 가방’ 디자이너 로베르토 프랑코 인터뷰

“부드러운 악어가죽과 꼼꼼하고 정교한 바느질을 보세요. 이 가방을 한국에서 만든다고 했을 때 이탈리아에서는 반신반의했지만 저는 한국 디자이너들의 열정과 에너지를 믿었습니다.”

▲ ‘미들턴 가방’ 디자이너 로베르토 프랑코 

지난 23일 서울 신사동 LF갤러리에서 만난 이탈리아 디자이너 로베르토 프랑코(49)는 살짝 뜰떠 있었다. 너무 만족스러워 흥분한 듯 보였다. 6개월 전 LG패션의 ‘헤지스 액세서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된 그는 디자인 협의차 최근 내한했다. 한국 디자이너들을 지휘해 만들어 낸 가방의 품질이 무척 만족스러운 듯했다. 그는 자신이 디자인한 가방을 ‘꿈’이자 ‘아기’라고 불렀다. 
 

▲ 장방형(왼쪽)이지만 양쪽 날개 부분을 접으면 삼각형(오른쪽)이 되는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자비의 가방. 이 가방을 디자인한 로베르토 프랑코가 최근 내한했다.
 
이탈리아 디자인이 왜 세계적으로 사랑받느냐는 질문에 프랑코는 “문화와 이야기가 있는 로마나 베네치아 같은 도시에 가보세요. 고층 아파트를 보고 자라는 아이와 태어나자마자 찬란한 문화유산에 둘러싸인 아이는 서로 다른 감각을 가지게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여성들과 이탈리아 여성들은 비슷한 면이 아주 많습니다. 한국인들은 질, 가격, 스타일을 동시에 보고 가방을 삽니다. 아주 안목이 높죠.”라고 평가했다.

 연대 공대의 비밀…교수가 학생들을이해찬 “김두관이 안희정·이광재보다야……美, 16년간 北지원한 물자, 돈으로 환산하니…신라면블랙, 소비자 우롱한 대가는 “대박”…멀쩡하던 갤럭시S가 갑자기 터진 이유는?1억연봉 그들, 근무시간에 한다는 일이 고작…그는 이탈리아 가죽 장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이탈리아의 고급 가방 브랜드 발렉스트라의 디자이너였다. 자연스럽게 패션계에 발을 디딘 그가 그동안 함께 일한 브랜드의 이름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7년간 영국 브랜드 ‘폴 스미스’에서 일했고, 5년간 미국 브랜드 ‘마크 제이콥스’의 디자인을 맡았다. 지안프랑코 페레, 베르사체, 모스키노, 장폴 고티에 등에도 디자인 자문을 했다. 유럽의 전통과 대륙의 실용적인 감각을 한데 아우른 디자인이 강점이다.

그가 가을·겨울에 대비해 내놓은 가방의 특징은 다양한 변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손에 들고 다니는 토트백이 가방의 입구 부분을 접어 넣으면 어깨에 멜 수 있는 크로스백이 된다. 특히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자비에게 헌정한 가방은 원래 장방형이지만 양쪽 날개 부분의 지퍼를 잠그면 우아한 입체 삼각형이 된다. 손잡이 가죽도 체인으로 연결해 색깔을 바꿀 수 있다.

“소비 지향적인 여성을 위해 가방을 디자인하지 않습니다. 돈의 가치를 아는 현명하고 똑똑한 여성의 스타일을 항상 머릿속에 그리며 디자인을 합니다.”

이탈리아 디자이너가 강조한 것은 전통적인 가방 디자인에 가미된 변형이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2011-06-28  19면 |서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