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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서 손그림 그렸다고…‘뽀로로’ 미국 못가나

미 대북제재 시행령 “북한 기술 들어간 제품도 포함”
제작사 “저작권 남쪽에…별도심의 통해 수출 추진”

» 뽀로로  
 
‘뽀통령’으로 불리는 국산 만화 캐릭터 ‘뽀로로’의 일부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미국 내 수입이 제한되는 미국의 대북제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다. 완제품뿐 아니라 북한의 부품·기술이 들어간 제품의 미국 내 수입도 금지하는 새로운 대북제재 시행령이 발동됐기 때문이다. 2002~2003년 제작된 ‘뽀로로’ 시즌 1의 일부 작품은 북한 삼천리총회사가 손그림 작업을 맡는 남북합작으로 만들어졌다.
미 재무부는 지난 20일 새로운 대북제재 시행령을 발표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2일 보도했다. 이 시행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4월18일 발표한 대북제재 행정명령을 구체화한 것으로, ‘북한의 물품과 서비스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인 방식이든 미국으로의 수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 기업이 직접 생산한 제품뿐 아니라 개성공단이나 황금평·나선 등 북-중 합작 경제특구에서 생산되는 제품들도 수입 통제 대상에 넣도록 한 것이다. 또 북한 인력이 참여해 만든 남북합작 영화 등도 미국에 수출하려면 별도의 심사과정을 거치도록 했다. 세계 110여 나라에 수출되고 있는 ‘뽀로로’ 역시 남북합작으로 만들어진 일부 시리즈는 수입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뽀로로’의 대미 수출길이 막힐지는 단정 짓기 어렵다. ‘뽀로로’ 제작사인 아이코닉스 관계자는 “‘뽀로로’ 전체 195편 중 18편에서 콘티대로 그리는 손그림 작업을 북한 삼천리총회사가 맡아 한 건 맞다”며 “하지만 대부분의 작업을 남쪽이 했고 저작권도 우리에게 있는 만큼 사전 심의를 통해 충분히 수출을 성사시킬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뽀로로’는 이미 2006~2008년 남북합작 시리즈 2편이 미국에 수출됐고, 현재 미국 지상파 방송과도 수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아이코닉스 쪽은 밝혔다.

일부에선 새 시행령의 핵심이 북-중 합작 경제특구 생산품의 대미 수출을 봉쇄함으로써 북-중 경협을 저지하려는 데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현재도 개성공단을 포함해 모든 북한 물품의 대미 수출은 금지되고 있다”며 “이번 시행령도 황금평·나선 등을 명기한 건 아니고 기존의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그럴 경우 황금평·나선도 포함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등록 : 20110622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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