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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패션

헌옷 기워 ‘에코 패셔니스타’ 돼볼까

 

[한겨레]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국내선 아직 착한 브랜드 드물어…리폼·벼룩시장이 대안

윤리적 패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천연 소재에 품이 넉넉한 옷? 윤리적 패션 아이템으로 한껏 치장한 개념 탑재 소비자가 되고 싶지만, 멋내기에는 뭔가 부족한 듯한 느낌이 드는지? 윤리적 패션도 ‘패션’이다. 멋을 포기한 패션이란 ‘어불성설’. 여기, 멋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패셔니스타로 인정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온전히 윤리적 패션을 추구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덜 비윤리적인’ 패션이나 소비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국내외 스타들이 주인공이다.

유투(U2)의 보노,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헤르미온느 그레인저로 나온 에마 왓슨, 폴 매카트니의 딸이자 유명 디자이너인 스텔라 매카트니. 이들의 공통점은? 환경에 최소한의 영향을 주면서 임금을 착취하지 않고 ‘공정’한 공정을 거쳐 옷을 만드는 데 애쓰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해리 포터>로 11살 적부터 유명세를 탄 에마 왓슨. 이제 21살인 그, 참 잘 커줬다. 겉모습뿐 아니다. 그는 영국의 공정무역 패션 브랜드인 ‘피플트리’와 손잡고 지난해부터 협동 작업을 해왔다.

이 브랜드와 함께 25살 이하 소비자들을 위한 에마 왓슨 라인인 ‘러브 프롬 에마’를 내놓았다. ‘한번 정도야’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오산. 2010년 봄여름 아이템부터 시작해 올해에도 자연스러운 빈티지 느낌의 옷들이 내걸렸다. 에마 왓슨은 영국 잡지와 한 인터뷰에서 “공정무역 패션은 약간의 돈이 더 들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좀더 괜찮은 생계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유투의 보노와 그의 아내 앨리 휴슨은 윤리적 패션 브랜드 ‘에던’(EDUN)을 만들었다. 환경과 기아 문제에 열심인 보노와 어쩌면 딱 들어맞는다. 기업으로도 성장성이 유망했던지 세계 고급 브랜드의 청소기와도 같은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이 2009년 투자를 결정했다.

에마 왓슨·스텔라 매카트니·보노 등 발벗고 나서
 

스텔라 매카트니는 옷이나 가방을 만들 때 가죽과 모피를 쓰지 않는다. 동물보호단체의 눈치를 보다가 곧 문을 여는 서울 한강 반포지구의 세빛둥둥섬(플로팅 아일랜드)의 첫 패션쇼 무대를 맡긴 펜디 쪽에 패션쇼를 보름 앞두고 모피와 가죽을 쓰지 않는 컬렉션으로 수정해달라고 요청한 서울시가 안타깝다. 스텔라 매카트니를 선택했다면 이런 문제가 생기지도 않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국내에는 윤리적 패션 브랜드가 이제 막 움트는 중이다. 윤리적 패션을 위한 ‘득템’이 어려운 것이 현실. 비교적 저렴한 피플트리의 옷은 가까운 일본에서 팔리고 있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정작 ‘해외 구매 대행’을 이용해야 한다.

다행인 것은 윤리적 패션으로 치장할 옷을 구하기는 힘들지만, 가방·양말·신발 등의 소품은 비교적 손쉽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이다. 2006년 생긴 에코파티메아리는 아름다운가게에 기부됐지만 재사용하기는 힘든 옷이나 자투리 실 등으로 만든 가방과 양말을 비롯한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을 판다. 서울 인사동 매장과 편집숍 에이랜드(A.Land), 온라인숍 등에서 팔리고 있다. 에코파티메아리의 황용운 간사는 “올해 월평균 매출이 지난해보다 30%나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일본 지진 뒤 방사능 오염 등 환경과 사회 문제가 떠오르면서 마구 찍어내서 싸게 파는 옷을 사는 게 과연 맞는가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며 “이런 생각을 하는 패션과 환경에 관심 있는 20대 중후반이 주요 소비자”라고 덧붙였다.

이런 소비자들은 윤리적 패션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는 발명가로 변신하기도 한다. 국민대 김상범씨 등이 한 사례. 이들은 상표 등이 적힌 태그를 종이세제로 만들어 처음 옷을 빨면 없어지는 ‘멜트 태그’(melt tag<30FB>사진)를 발명했다.

가방과 양말만으로는 부족하지 않은가! 방법은 있다. 윤리적 패션 브랜드의 옷을 사지는 못하더라도, 덜 소비하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 옷을 고쳐 입거나, 새옷을 사기보다 헌옷을 구매해 옷 쓰레기를 덜 배출해보는 것이다. 말이 어렵다고? ‘리폼’이나 ‘벼룩시장’(플리마켓)을 적극 활용해보자는 얘기다.

가방·양말 등 윤리적 소품 인기 급상승

리폼해 입고, 벼룩시장에서 옷을 사거나, 친구들끼리 바꿔 써보자고 목소리 내는 패셔니스타가 국내에도 있다. <문화방송> 드라마 ‘최고의 사랑’의 구애정으로 열연중인 공효진이다. 지구가 사람의 것만이 아니니, 주변의 다른 생명과 우리를 위해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실천하자는 목소리를 담은 <공효진책(공책)>에서 제시한 방법이다.

고쳐 입거나 벼룩시장을 활용해 합리적이면서도 환경을 덜 오염시킬 수 있는 멋내기는 이제 더는 ‘구질구질’한 일이 아니다. 예스러우면서도 자연스러운 ‘빈티지룩’이 한때의 유행이 아니라, 꾸준히 생명을 유지한 채 패션의 큰 흐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덕이기도 하다.

이런 까닭에 서울 강남구 신사동은 시시때때로 ‘장터’로 변한다. 지난 14일 가로수길에는 서너곳에서 벼룩시장이 열렸다. 벼룩시장에서 나온 수익의 절반을 어려운 이웃이나 이들을 돕는 단체에 기부하는 ‘피프티서울’(FIFTY SEOUL)을 비롯한 장터가 여럿이다. 매달 첫째 주 토요일에는 낮밤으로 열기가 뜨거운 벼룩시장이 열린다. 벼룩시장에서 나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압구정에서 낮 동안 열리는 ‘노리마켓’과 복합문화공간 플래툰쿤스트할레에서 야밤에 열리는 ‘블링나이트플리마켓’이다. 이제, 헌신·헌옷을 입고 뛰어보자. 팔짝!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 끼리끼리 신나는 벼룩 파티

여름 기운이 물씬 풍긴다. 봄은 어느새 왔다 가버렸다. 묵은 겨울옷과 봄옷이 뒤섞인 옷장을 열고, 여름옷으로 채울 시간. 2~3년 안 입던 옷은 어쩔 줄을 모르고 방바닥에 나뒹군다. 의류수거함에 넣기에는 아까운 옷이 너무 많다. 그렇지만 그동안 입지 않은 옷을 올해라고 입을쏘냐. 아닌 건 아닌 거다.

이럴 땐 옷을 기부하는 방법이 있다. 아름다운가게와 전국녹색가게운동협의회를 통하면 된다. 지난 20일 아름다운가게 서울역점에는, 기부받은 청바지와 외투 종류가 가지런히 걸려 있었다. 알뜰한 소비자들은 눈을 반짝이면서 질 좋고, 멋내기에도 만점인 옷들을 찾느라 손이 바빴다.

친구들끼리의 패션 지수를 올리면서, 우정도 돈독하게 하는 ‘벼룩시장 파티’는 어떨까? 홈파티에 벼룩시장 콘셉트를 더한 것이다. 김주미(29)씨는 친구들과 함께 지난해부터 모두 5차례 벼룩시장 파티를 열었다. 10여명의 친구들이 안 입고 안 쓰는 옷과 소품, 간단한 음식을 챙겨 벼룩시장이 열리는 친구 집에 모인다. 친구뿐 아니라 친구의 친구에게도 파티의 문은 열려 있다. 이렇게 해서 새로 사귄 친구들도 많아졌으니 네트워크 넓히는 데도 도움이 된다.

바깥으로 나가 모르는 사람들이 입다 내놓은 옷 무더기 가운데 보물을 찾는 것도 좋지만, 벼룩시장 파티만의 재미도 쏠쏠하다. 모인 옷가지나 소품들은 다른 벼룩시장보다 적을 수밖에 없지만, 마음에 드는 옷을 꼼꼼하게 챙겨보거나 입어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친구와 서로 옷을 물물교환하면 적은 돈이나마 아낄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이정연 기자

| 기사입력 2011-05-2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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