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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패션

세계가 '로열룩' 열풍… 한국의 '로열룩'은?

전문가들이 본 왕족·퍼스트레이디 패션
대담한 색채·파격적 시도 '로열룩'은 진화중…
김윤옥 여사도 과감한 도전, 원하는 옷 직접 스케치해 디자이너에 부탁하기도 "한국적 색채 더했으면…"

'로열룩(Royal Look·상류층 패션)' 열풍이다. 지난달 29일 '세기의 결혼식'을 올린 영국 윌리엄 왕자 부인 케이트 미들턴(캐서린 빈)의 세련된 패션이 불러일으킨 바람이다. 구미(歐美) 여성들을 중심으로 '미들턴 패션 따라 하기'가 유행이 됐고, 세계 주요 언론이 캐서린 빈의 옷차림을 생중계하다시피 하고 있다. 미들턴 이전부터 세계 여성들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 부인 미셸 여사,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부인 카를라 브루니 여사 등의 '로열룩'에 주목하고 있던 터였다.

한국의 '로열룩'은 누가 보여줄까. 물론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이다. 김 여사는 1년에 여러 차례 이뤄지는 해외 순방에서 한국 디자이너들의 옷을 입고 '한국 패션 홍보대사' 역할을 한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김 여사가 취임 초기 보수적인 스타일을 벗어나 최근 들어 진취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평했다.

▲ 세계의‘로열룩’열풍을 선도하고 있는 왕족과 퍼스트레이디들. 왼쪽부터 푸른 코트를 입고 흰색 깃털 모자를 쓴 케이트 미들턴, 원피스에 격자무늬 카디건을 입은 미셸 오바마, 허리를 강조한 부드러운 원피스를 입은 카를라 브루니. /연합뉴스·뉴시스

◆천편일률적 단아함 벗어나…로열룩의 진화

최근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로열룩의 특징은 딱딱한 공식석상에나 어울릴 법한 보수적이고 단아한 스타일을 벗어났다는 것. 약간의 파격을 더한 발랄하고 진취적인 차림이 많아졌다.

미셸 오바마는 이런 로열룩 트렌드의 선두주자. '제이크루' 'H&M' 같은 중저가 의류와 타쿤(Thakoon)·제이슨 우(Wu) 등 디자이너 옷을 섞어 입으면서 '신(新) 퍼스트레이디 패션'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간호섭 홍익대 패션학과 교수는 "얼굴을 돋보이게 하는 대담한 색채 선택, A라인 치마나 화려한 원피스도 공식석상에서 과감하게 입는 자유로움이 그녀를 패셔니스타로 만들었다"고 했다.

케이트 미들턴 역시 '톱숍' '자라' '라이스' 같은 중저가 의류와 버버리·멀버리·이사런던 같은 명품 브랜드를 섞어 입으면서 대중의 뜨거운 호응을 얻은 경우다. 수퍼모델 출신인 카를라 브루니는 정장풍 투피스보단 허리를 강조하는 부드러운 원피스를 주로 택한다. 단신(短身)인 남편 키를 고려해 낮은 단화를 주로 신고, 평상시엔 포근한 니트와 청바지·부츠 등으로 편안한 매력을 뽐낸다.
 

▲ ①지난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사르코지 대통령 부부와의 정상회담 때 입었던 빨간 재킷과 검은색 원피스. /연합뉴스

◆"갈수록 더욱 진취적"…김윤옥 룩

이 같은 추세에 발맞춘 걸까. 전문가들은 "김윤옥 여사도 최근 G20 행사와 올해 해외 순방 옷차림을 통해 대통령 취임 초창기에 비해 진취적이고 활동적인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한다.

간호섭 교수는 "초기엔 대통령 넥타이 색깔에 맞춰 옷을 골라 입거나 단아한 투피스를 고집하던 수준이었는데, 이젠 색채가 화려하고 디자인이 과감한 옷도 많이 입는다. 예전보다 훨씬 젊고 세련된 모습"이라고 했다. 지난 13일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사르코지 대통령 부부와 정상회담을 가질 때 김 여사가 입은, 앞섶이 X자 모양으로 교차하는 새빨간 정장 재킷과 검은색 원피스가 대표적 사례<사진①>. 스타일리스트 정윤기씨는 김 여사가 12일 프랑스 파리 오를리 공항에 내렸을 때 입었던 밝은 하늘색 트렌치코트 차림에 후한 점수를 줬다. "민트색과 하늘색이 부드럽게 섞이는 트렌치코트가 감각적이다. 과거 영부인들이 보여줬던 전형적 패션을 벗어난 모습이다."<사진②>

스타일리스트 서정은씨는 12일 낮 덴마크 코펜하겐 숲속 유치원을 방문할 때 김 여사가 입었던 회색 블라우스와 바지를 언급했다. "초창기엔 영부인이 캐주얼한 옷을 잘 입지 않았는데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 과감하고 활동적이면서도 여성스러운 복장이다. 풀밭을 거닐 때 불편하지 않도록 단화를 신은 것도 적절하다."

김 여사의 비서실장 격인 청와대 강현희 제2부속실장은 "김 여사가 최근 적극적이면서도 따뜻한 여성상을 보여주는 옷을 많이 찾는다"고 했다. 김 여사는 이광희 디자이너 부띠끄, 'G.보티첼리' 같은 국내 브랜드 옷 위주로 입고, 한복은 김영석·이영희 디자이너에게 부탁해 맞춘 서너 벌을 돌려 가며 입는다.

김 여사가 직접 스케치해 "이런 옷을 만들어 달라"고 몇몇 국내 디자이너에게 부탁할 때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김 여사가 자주 입는 파워숄더 재킷(어깨가 살짝 솟은 옷·사진③)도 그렇게 골랐다고 한다. 키가 큰 외국 정상을 만날 때 상대적으로 왜소해 보이거나 어깨가 좁아 보일 것을 염려해 선택한 디자인이다.


◆자기만의 통일된 모습 아쉬워

간호섭 교수는 그러나 "이게 바로 '김윤옥 룩'이라고 하기엔 아직까진 일관된 스타일을 찾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확실히 정하지 못한 채 이것저것 입어보고 시도하는 과정으로 보인다"는 얘기다.

서정은씨도 "김 여사는 베이지·산호색 같은 중간색이 잘 어울리고 차가운 검정이나 파랑은 그렇지 않은 편인데 아직까진 자신 있는 색채 선택을 하지 못하는 듯하다"고 했다.

디자이너 이광희씨는 "영부인은 은은한 진주 귀고리·목걸이를 자주 하는 편이다. 이런 모습을 그녀만의 스타일로 강조하되 브로치나 스카프 등은 좀 더 한국적 스타일의 제품과 색채를 골라 섞어 입었으면 한다"고 했다.

송혜진 기자 enavel@chosun.com

기사입력 : 2011.05.27 03:10 / 수정 : 2011.05.2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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