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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패션

클래식 디자인 + 단순함·간결미… 현대적 해석 돋보여

프레타 포르테 부산 2011 F/W 컬렉션 

클래식 디자인 + 단순함·간결미… 현대적 해석 돋보여  
'프레타 포르테 부산 2011 F/W 컬렉션' 패션쇼 오프닝을 장식한 장광효 디자이너의 피날레 장면. 왕오천축국전을 쓴 신라시대 승려 혜초의 진취적인 정신과 기상을 주제로 실험적인 남성 슈트를 선보였다. 강선배 기자 ksun@

클래식 디자인 + 단순함·간결미… 현대적 해석 돋보여 다니엘 스컷

클래식 디자인 + 단순함·간결미… 현대적 해석 돋보여 크리스찬 다다

클래식 디자인 + 단순함·간결미… 현대적 해석 돋보여  웨얼왓후

클래식 디자인 + 단순함·간결미… 현대적 해석 돋보여    이석태
 
프랑스어로 '기성복'이란 '프레타 포르테(Pret-A-Porter)'는 고급 기성복을 선보이는 패션쇼 무대를 뜻하는 말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파리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당시 기성복은 값싸고 품질이 나빠 멋쟁이들의 외면을 받고 말았는데, 이들을 겨냥해 생겨난 것이 맞춤복과도 같은 품질을 갖춘 프레타 포르테, 바로 고급 기성복이었습니다. 이후 세계 유명 디자이너들은 매년 두 차례, 다음 시즌을 위해 준비한 자신들 만의 패션 의상을 발표하는 대규모 페스티벌을 열게 됩니다. 60여 년의 역사가 흘러 현재 프레타 포르테 컬렉션은 뉴욕, 런던, 파리를 거치며 절정에 이른 뒤 밀라노, 도쿄, 홍콩, 부산 등에서 마무리짓는 순회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부산에서는 올해도 어김없이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프레타 포르테 부산 2011 F/W 컬렉션'이 열려 성황을 이뤘습니다.

주목받은 디자이너들

다니엘 스컷

3일간의 패션쇼 일정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무대는 영국의 여성 디자이너, 다니엘 스컷의 컬렉션이다. 런던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 중 한 명인 그녀는 이번 부산 방문이 첫 아시아 나들이인 탓에 패션 관계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지극히 여성적인 디자인에 터프한 남성미를 가미한 작품으로 유명한 다니엘 스컷은 이번 2011 F/W 컬렉션에서도 여성의 몸매 실루엣을 잘 살린 가운데 역동적인 움직임을 표현한 디자인을 공개했다. 잔주름과 드레이프를 활용한 디자인과 허리와 어깨·목선을 벨트와 목걸이로 강조한 액세서리도 눈에 띄었다.

특히 액세서리 라인은 여성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붉은 립스틱과 영국적 여유로움을 나타내는 차 주전자(티포트·Tea-Pot)를 모티브로 크고 과감한 디자인의 주얼리를 선보였다. 센트럴 마틴 패션스쿨 재학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컬렉션을 꾸준히 발표해온 다니엘 스컷은 최근 영국의 패션 브랜드 '탑샵(TOPSHOP)'과 함께 컬렉션 의상과 주얼리 라인을 발표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석태

이석태 디자이너의 패션쇼 역시 열기 속에 마무리됐다. 그는 파리 의상조합학교를 졸업하고 소니아 리키엘, 크리스찬 디올 등 현지 유명 브랜드의 디자인실에서 근무하며 실력을 인정받은 뒤 1997년 국내로 돌아와 자신의 브랜드 'KAAL E. SUKTAE'를 런칭하며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이석태 디자이너의 이번 F/W 시즌 컬렉션은 1990년대 스타일링에서 영감을 받은 '더 그레이트 믹스(The Great Mix)'를 주제로 삼았다. 그는 "실생활에서 착장할 수 있는 모든 아이템들을 시크하고 모던하게 섞어 새로운 감성으로 표현하는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등 부분에 시폰 소재를 매치한 울 케이프, 가죽 베스트를 겹친 트렌치 코트, 퍼와 패딩을 믹스 매치한 재킷 등 현대적이고 힘있는 디자인이 이색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미경

부산 패션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미경 디자이너의 패션쇼는 예술보다는 일상에 좀더 비중을 둔, 트렌디하고 웨어러블한 작품들이 많이 선보여 주 고객층인 여성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그녀의 이번 시즌 컬렉션은 순수함, 모던함, 편안함, 열정 등을 모두 갖고 있는 '계절처럼 변신하는 여성의 내면'을 주제로 했다.

무대에 오른 작품들을 보면, 부드러운 베이지 컬러와 시폰 소재를 사용한 여성스러운 디자인, 이지적이고 차분한 도시 여성을 표현한 그레이 컬러의 여성 정장, 브라운 컬러의 울 소재로 여성 특유의 편안함을 강조한 아우터, 고급스러운 광택과 무게감을 가진 벨벳으로 연출한 드레스 등으로 구성돼 주제를 잘 살렸다는 평가다.

박철홍

부산 출신의 신진 디자이너 박철홍의 패션쇼도 기대 속에 큰 호응을 얻었다. 그는 지난해 봄 처음으로 프레타 포르테 부산 전시 부스에 참가해 자신의 브랜드를 선보이면서 국내 패션계에 성공적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 이어 지난해 가을에 있었던 2011 S/S 컬렉션에서 공개한 그의 첫 패션쇼는 당시 최다 관객을 동원한 쇼로 기록되기도 했다.

박철홍 디자이너의 이번 F/W 시즌 컬렉션은 '약탈과 악행을 일삼는 바다의 무법자 해적들'이라는 주제로 구성됐다. 옷의 소재는 코팅 면, 울, 양가죽, 저지 등 다양하게 활용했고, 블랙과 다크 그레이, 다크 브라운 등 어두운 컬러가 주를 이뤘다.

그는 이에 대해 "무자비하고 무질서한 해적들의 어두운 면은 매일 부(富)를 위해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현대인의 일상과 비슷하다는 생각에서 착안된 주제"라면서 "해적과 현대인의 불운한 운명을 드라마틱하고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표현하는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고태용

컬렉션으로 본 패션 트렌드

올해 '프레타 포르테 부산 컬렉션'에는 국내외 정상급 디자이너 11명이 패션쇼를 통해 작품 컬렉션을 선보였다. 부산 출신 이영희, 이미경, 박철홍을 비롯해 서울에서 활동하며 대중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장광효, 이석태, 고태용 그리고 영국의 다니엘 스컷, 일본의 크리스찬 다다, 아구리 사지모리, 독일의 픽스드, 중국의 웨얼왓후 등이 각자 개성있고 멋진 패션쇼 무대를 이어갔다. 이들 컬렉션을 통해 전망해 볼 수 있는 올해 F/W 패션 트렌드는 무엇일까.

걸리쉬 스타일·레이디룩

패션 전문가 그룹인 퍼스트뷰코리아닷컴 등에 따르면 올해 F/W 시즌은 지난해에 이어 귀엽고 발랄한 소녀를 연상시키는 '걸리쉬 스타일'과 잘록한 허리를 강조한 우아한 '레이디룩'이 대세를 이룰 전망이다. 그 동안 여성의 강인함을 표현한 파워우먼이나 섹시한 파티걸에 밀려 잠시 뒤로 밀려나있던 부드러운 여성성이 다시 부각돼, 몸매를 살린 디자인이나 베이지 톤의 뉴트럴 컬러, 울 소재 등이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프레타 포르테 부산 컬렉션의 패션쇼에서는 클래식한 디자인이 단순한 미니멀리즘과 만나 현대적으로 해석된 의상들이 돋보였다. 또 우아한 케이프나 볼륨이 강조된 풍성한 상의, 다리에 착 달라붙는 스키니한 실루엣의 하의가 색다른 감각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아우터의 경우 여전히 간결하고 우아한 클래식한 분위기에 여성스러운 실루엣과 직선적이고 슬림한 실루엣이 공존하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 시즌에 두각을 나타냈던 밀리터리는 레이디룩의 영향을 받아 한결 부드러워졌고, 장식을 배제한 감각적인 디자인의 블루종이나 오버코트, 케이프들이 역시 강세를 보였다.

재킷은 한결 길고 슬림해졌고, 전통적인 재킷 디자인을 색다르게 해석하기 위한 시도들이 이어졌다. 특히 클래식하고 성숙한 느낌을 주는 트위드 재킷과 니트 슈트의 경우, 젊은 감각이 가미돼 색다른 분위기로 변신했다.

드레스는 장식 등을 최소화하고 실루엣과 소재를 통해 로맨틱한 느낌을 주는 아이템이 두드러졌다. 특히 발목까지 오는 맥시 기장의 셔츠 드레스가 새롭게 등장했으며, 다소 밋밋할 수 있는 드레스 실루엣에 벨트와 트임 장식으로 변화를 준 드레스도 눈에 띄었다.

심플한 상의·복고풍 팬츠

상의는 포멀함과 캐주얼함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아이템이 돋보였다. 지난 시즌 강조됐던 로맨틱한 디자인들은 전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편안하고 심플한 디자인의 니트와 셔츠가 많이 선보였다. 니트 아이템은 특히 실용성과 편안함에 초점을 맞춘 박시한 실루엣의 풀오버가 새롭게 제안돼 주목받았다.

스커트와 팬츠는 길고 가는 다리 라인이 강조된 디자인이 주를 이뤘다. 스커트는 지난해 F/W 시즌 인기를 끌었던 주름이 풍성한 풀스커트가 대세를 이어갔다. 또 허리를 강조하면서 무릎 아래 또는 발목까지 내려오는 플리츠 스커트와 무릎선 혹은 무릎 아래까지 내려간 펜슬 스커트가 강세를 보였다.

팬츠는 복고 느낌이 유행했던 1970년대와 1990년대의 영향으로 길이가 길고 다리에 살짝 피트되는 테일러드 팬츠와 밑위가 길고 바짓단이 넓은 하이 웨이스트의 판탈롱 팬츠, 종 모양으로 바짓단이 아래로 갈수록 퍼지는 벨보텀 팬츠들이 두드러졌다.

여기서 잠깐, 패션쇼는 왜 열릴까 궁금하지 않은가. 패션쇼는 한 시즌 앞서 유행하는 패션 트렌드를 시사한다. 크게는 세계적인 경제, 문화 상황을 반영하고, 작게는 디자이너 개인의 의식과 관심사, 취향을 보여주기도 한다. 전세계 많은 유명 디자이너들이 각각의 작품 컬렉션을 발표하면서 이를 관통하는 공통된 트렌드가 집약되고, 이것이 결국 대중이 즐겨입는 다양한 패션에 차용되고 접목되면서 일상 패션으로 녹아드는 것이다. 이번 프레타 포르테 부산 컬렉션을 통해 당신의 패션은 얼마나 달라졌는가.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영상=이지은·김은경 대학생 인턴 

| 22면 | 입력시간: 2011-05-06 [09: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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