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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패션

[디자이너 정두영 칼럼]장인(匠人; Artisan)의 ‘한땀한땀 브랜드’가 승패를 좌우한다

포털사이트에 장인 (匠人; Artisan)이란 단어를 검색하면 “손으로 만드는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특히, 프랑스어로 검색하면 “기술적인 예술가”라고 표현 된다. 정리해보면 “손으로 만드는 기술을 가진 예술가”라고 정의할 수 있다.

알다시피, 21세기 소비자 구매심리의 첫 번째 고려 항목은 “남들과 차별화 된 제품”을 소유하려는 성향이다. 남들과 다른 제품 갖고 있다는 것은 그것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특별하다’라는 개성을 드러낼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사회 문화적 지위’를 드러내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명품브랜드는 이러한 구매 심리 성향을 가장 먼저 도입해,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전개해 왔다. 첫째는 헤리티지(Heritage), 두 번째는 셀리브리티(Celebrity)이다. 
 


헤리티지(Heritage)

대다수의 명품 브랜드 웹사이트나 브로셔를 들여다 보면 하나같이 전통(Tradition)이나 유래(History)를 강조한다. 예를 들어 명품의 대표 브랜드 ‘루이비통’의 경우, 1854년 여행용 트렁크 백으로 시작해 1896년 ‘모노그램 캔버스(Monogram Canvas)’를 전개하며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지금도 루이비통의 다수 제품에 사용중인 모노그램 캔버스는 당시 모조 제품의 방지를 위해 브라운 색상의 베이스를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다. 
 


사실 지금은 브라운으로 피혁을 염색하는 기술이 발달돼있지만 그 당시에는 고난이도의 테크닉이 필요했던터라 제품의 가치가 극대화 된 것. 루이비통은 이러한 새로운 피혁의 제조 기술과 그에 얽힌 사연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나가면서 히스토리를 만들어 나가는 명품 브랜드로 꼽을 수 있다.이렇듯 장구한 역사성과 나름대로의 제품기술력은 남들과 차별화 된 브랜딩 전략의 필수불가결한 조건이 되고 있다.

셀리브리티(Celebrity)

또한 셀러브리티를 이용한 ‘유명인이 좋아하는 제품’의 효과는 미디어와 네트웍의 발달과 더불어 더욱 부각되는 마케팅 전략이다. 영화배우이자 모나코 왕비였던 그레이스 켈리는 임신한 배를 감추기 위해 에르메스의 커다란 가방으로 가린 것이 잡지에 나오면서 화제가 되었다. 이후 그 가방은 ‘켈리백’이란 닉네임을 갖게 되었으며 에르메스의 대표적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켈리백은 고가이지만 지금도 2~3개월을 기다려야 구입할 수 있는 인기제품이며, 에르메스를 명품 중의 명품으로 도약시키고 알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일등공신이다.

명품은 아니지만 스포츠 브랜드 푸마의 경우, 셀리브리티의 효과를 가장 많이 본 케이스다. 1993년 파산 직전까지 갔던 푸마는 새로 영입된 자이츠 CEO의 대대적인 명품과 콜라보레이션에 힘입어 당시 인기 가수인 마돈나를 비롯한 유명 연예인이 선호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으며 패션 스포츠 브랜드로 도약하게 됐다.

브랜드의 핵심 마케팅 요소로 자리잡은 ‘헤리티지’나 ‘셀리브리티’ 마케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나의 공통점이 발견되는데 그것은 ‘장인정신’에 입각한 탁월한 제품력이다.

루이비통은 자체적으로 교육한 전문 장인들의 핸드메이드 봉제와 8번의 품질검사를 자랑거리로 삼는다. 8번의 품질검사 과정에서 발견된 불량제품은 가차없이 소각하는 것이 회사의 방침이다.

만년필로 유명한 몽블랑은 모든 장인들에게 “어떻게 하면 짧은 시간에 많은 제품을 생산할까” 대신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어떻게 하면 최고 명품을 만들 것인가”에 대해 연구하도록 주문한다. 특히, 6주 이상의 생산 기간과 몽블랑의 높이인 4810미터를 의미한 4810개의 한정된 제품생산 및 이후 모든 생산 도구의 소각은 ‘장인 만년필’의 대명사로 자리잡게 했다. 
 


왜 장인제품을 사람들은 선호할까. 생산성과 속도를 위주로 한 효율에 가치를 두던 이전의 대량생산 제품은 더 이상 남들과 차별화 된 제품을 소유하려는 소비자 구매심리와는 맞아 떨어지지 않고 있다. 사람들은 하나를 소유하더라도 ‘손으로 만드는 기술력을 예술적인 경지’에 까지 끌어올린 제대로 된 제품을 구매하고 싶어한다.

이런 소비자 구매 심리는 광고에서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멋진 모델의 스타일보다 장인들의 작업 장면이나 상반신 작업대에 입혀진 미완성의 재킷비주얼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에르메스의 홈페이지는 상당부분을 장인들의 소위 ‘한땀한땀 가죽 제품’ 제작 동영상에 집중했다.

패션의 유행과 같이 소비자의 구매 심리는 돌고 돈다는 말이 있다. 한때는 남들보다 튀지 않는 대량생산 된 기성복을 선호하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남들과 어떻게 하면 다를까에 대해서 소비자는 생각한다.

대량생산(Mass Product)을 통한 원가절감(Price Down)이라는 제조자 위주의 패션은 ‘개성의 말살’이라는 비난 속에 소비자의 반발감이 생겨났으며, 이는 잊혀져 가던 장인에 대한 향수로 나타나고 있다. ‘한땀한땀 브랜드’라는 표현이 요즘 들어 더욱 마음에 와 닫는 것은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MBN 컬쳐앤디자인 강홍민 기자]
기사입력 2011.05.03 16:37:56 | 최종수정 2011.05.03 16:3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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