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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환경

원기업 원부성 회장 "디자인폴은 첨단입니다"

콘크리트 혼합 가로시설물 '디자인폴' 각광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굴뚝산업에도 첨단이 있습니다. 디자인폴(Design Pole)은 도시를 아름답게 만드는 첨단제품입니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원심력 콘크리트 전문기업 원기업의 원부성 회장(56)은 자사가 생산하는 디자인폴을 이렇게 정의했다.

디자인폴은 콘크리트와 천연석을 혼합해 연마, 가공한 가로시설물로 주로 신호등, 가로등, 교통표지판 설치에 사용되고 있다.

일반 신호등이나 가로등이 철재, 스테인리스 등의 재질을 사용해 쉽게 부식되고 유지관리에 많은 비용이 드는 반면 디자인폴은 콘크리트가 주원료여서 가격은 20~30% 비싸지만 내구성이 4~5배 더 뛰어나다.

철재 시설물의 수명이 10~12년이라면 디자인폴의 예상 수명은 50년에 달한다고.

원 회장은 "흔히 사용되는 철재가 삭막하고, 쉽게 지저분해지는 단점이 있지만 디자인폴은 돌기둥처럼 생겨서 그 자체로 디자인이 된다"며 "낙후된 이미지의 굴뚝산업이지만 그 속에서도 첨단은 있다"고 강조했다.

원 회장이 디자인폴을 처음 접한 것은 6년 전 일본 도쿄만의 인공섬 오다이바를 방문했을 때다.

그 곳에서 만난 일본 요시모토폴사의 '디자인콘크리트폴(DCP)'은 가로수 하나없는 인공도시를 전혀 삭막하지 않게 만들었다.

마침 회사의 새로운 핵심가치사업을 찾고 있던 원 회장은 "바로 이거야"를 외쳤고, 한걸음에 일본 요시모토폴 본사를 찾아갔다.

원 회장은 "가로수는 간판을 가리고 낙엽으로 인해 거리를 지저분하게 하는데 돌기둥처럼 생긴 콘크리트 가로시설물들이 거리 미관을 깨끗하고 아름답게 살리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순간 앞으로 우리 회사의 비전이 보이는 것 같아 흥분이 가시지 않았다"고 당시 느낌을 회고했다.

하지만 디자인콘크리트폴을 한국으로 들여오는 일은 녹록지 않았다. 장인정신을 중시하는 요시모토폴사가 처음엔 한국 중소기업의 관심에 냉담했던 것.

원 회장은 이에 굴하지 않고 2~3년에 걸쳐 공을 들인 결과 라이선스 및 기술제휴에 성공했고, 2009년부터 경기도 양주 공장에서 '디자인폴'이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제품 생산에 들어갔다.

원 회장은 "당시 전봇대 수요가 감소하고 건설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콘크리트 사업의 한계가 느껴질 때였다"며 "디자인폴이 돌파구가 돼 줄 것으로 믿었다"고 말했다.

원 회장의 손을 거쳐 생산된 디자인폴은 일본 제품과 비교해 품질은 높으면서 가격은 5배 이상 낮다.

그 덕에 올해 하반기부터는 원산지인 일본에 디자인폴을 역(逆)수출할 기회도 잡았다.

디자인폴의 성공 비결은 핵심 '연마기술'을 일본보다 업그레이드 한 데 있다. 원기업은 디자인폴과 관련한 발명특허 6개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2개가 연마기술 관련 특허다.

디자인폴은 지난해 11월에 개최된 G20서울정상회의 때 빛을 발했다. 강남구가 시행한 아셈로 가로정비사업을 계기로 테헤란로에서 봉은사 앞까지 이어지는 580m 거리의 신호등, 가로등, 도로표지판으로 사용돼 호평받았다.

원 회장은 "앞으로 경인아라뱃길과 새만금에서도 디자인폴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세종시와 혁신도시, 4대강 사업, 테헤란로 정비사업에도 제품을 납품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제품을 선택해줘야 할 지자체 등 관료들의 선입견을 뚫기가 만만치 않다는 속내도 털어놨다.

그는 "도시미관 등 부가가치는 물론 내구성만 따져도 기존 제품에 비해 훨씬 경제적이라는 점을 공무원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 회장은 조만간 미국진출도 계획중이다. 이와 관련, 원 회장은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기아클래식 대회에서 중소기업 최초로 전자 스코어보드 스폰서로 나서는 도전을 감행했다.

대회 주관사가 LA에 지을 예정인 미식축구단 돔구장 건설 사업에 디자인폴 납품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일본 오키나와(沖繩) 주둔 미 해군기지의 괌 이전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원 회장은 소개했다.

원 회장은 꿈은 삼원기업(원기업의 전신) 창업주인 선친 고(故) 원용선 회장의 뒤를 이어 원기업을 사회적 기업으로 키워가는 것이다.

원 회장의 선친은 서울대 공대 출신의 경찰공무원으로 미국 유학시절 콘크리트 전주를 국내 최초로 도입해온 장본인이다.

이 목표를 위해 그는 '3ㆍ3ㆍ3원칙'을 세웠다. 앞으로 수익의 3분의 1은 재단을 설립해 사회에 환원하고, 3분의 1은 직원에게 돌려주며, 3분의 1만 가족을 위해 쓰겠다는 것이다.

소통경영과 '펀(fun)' 경영을 중시하는 그는 직원들에게 '5년내 월급을 지금의 두 배로 만들어주겠다"는 '통 큰' 약속을 하기도 했다.

앞으로 3~5년내 매출 1천억원 달성이 목표라는 원 회장. 올해 2월에는 한국원심력콘크리트공업협동조합 이사장에 취임하며 점차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제품을 팔기보다는 '작품'을 파는 기업이 되려고 합니다. 고대 그리스 아크로폴리스 신전을 현대 도시에 옮긴다는 생각. 디자인폴이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sms@yna.co.kr

| 기사입력 2011-04-22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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