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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산업

[사물과 사람 사이]숨쉬는 디자인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음식 배달은 대부분 오토바이 아닌 자전거로 했다. 철가방을 들고 핸들을 잡으면 한쪽 핸들은 아무 구실 없이 철가방과 부딪히기 딱 좋은 높이가 된다. 이런 어려움을 일거에 해결한 자전거가 있으니 바로 필요 없는 한쪽의 핸들을 잘라낸 외팔이자전거였다. 지금까지 필자가 본 가장 훌륭한 자전거 디자인으로 기억한다. 세상엔 눈요기만을 위한 죽은 디자인이 많다. 디자인의 핵심은 필요를 해결하는 것이다.

필요를 충족시키는 방법으로 무엇을 더하는(+) 수법은 새로운 기능을 위해 뭔가를 추가해야 한다. 하지만 중국집의 외팔이 자전거는 빼는(―) 방법을 쓴 것이다. 소용없는 것을 없애고 더 큰 실용에 이른 것이다. 일상의 도구·기구·장치는 보통의 용도에는 적합하지만 특별한 용도에는 미흡하다. 그런 용도까지를 잘 해결하는 것이 디자인의 본령이지만 수요가 적으면 만들어 팔지 않는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듯 직접 만들 수밖에 없다. 자전거의 앞바퀴와 손수레의 손잡이를 자르고, 자전거 뒷바퀴와 손수레의 짐칸을 붙인 현장용 자전거수레. 더하고 빼고의 종합편이다.

훌륭한 현장의 지혜다. 살아 꿈틀거리는 디자인을 보면 기분까지 좋아진다.

이일훈|건축가입력 : 2011-03-14 19:30:42ㅣ수정 : 2011-03-14 19:3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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