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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사람들

한류를 상상하라, 한류를 디자인하라

[신한류와 G20세대] 디자인

최근 유명 국제디자인어워드에 수상하거나, 글로벌 브랜드 기업에서 활약하면서 신한류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늘고 있다. 폴크스바겐의 이상엽, GM의 서주호, 도요타자동차의 권판수, 소니에릭슨의 김동규씨 등은 글로벌 기업에서 디자이너로 맹활약 중이고, 최민규, 김준현, 남상우씨 등은 생활용품 디자인에서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전에도 해외 디자인기업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디자이너들이 간혹 있었지만, 최근 들어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인정받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많아졌다.

디자이너들의 해외 진출은 일반적으로 권위 있는 국제디자인어워드 수상이나 국제디자인전시 참가 등을 통해 능력을 인정받아 해외 디자인기업이나 글로벌 브랜드 디자인팀에 취업하거나, 프리랜서로 일하거나, 디자이너 스스로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상품을 수출하는 등으로 이뤄진다.

기술 수준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차별화된 기술 개발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디자인을 꼽고 있다. 특히 소비자의 관여도(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태도 수준)가 높은 자동차나 가전제품의 경우는 특히 디자인을 중시하는데, 이로 인해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나 가전 기업 등에 우수성을 인정받은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상당수 진출해 있다.

현재 폴크스바겐 아우디 디자인스튜디오 수석디자이너로 있는 이상엽씨는 ‘쉐보레 카마로’-한국에서는 영화 트랜스포머의 범블비로 더 익숙하다-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제너럴모터스(GM)의 서주호씨는 2010년 ‘북미 올해의 디자인상’을 받은 인물이다.

도요타자동차 렉서스 디자인팀에 근무하는 권판수씨는 “외국인으로서 문화나 사물에 대한 사고방식, 혹은 생활습관이나 경험 등이 현지인과 다를 수밖에 없지만 이런 작은 차이가 업무에서는 또 다른 시점에서 사물을 볼 기회를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남들과 다른 요소들을 장점으로 승화시킬 기회가 있다는 것이 외국 회사에서 일하는 좋은 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유명 국제어워드 수상으로 실력 인정받아

글로벌 자동차 분야에 이들이 있다면, 휴대폰 전문회사인 소니에릭슨의 UX 크리에이티브 디자인센터에는 시니어 인더스트리얼 디자이너로 근무하는 김동규씨가 있다.

그가 디자인한 가장 작은 스마트폰인 ‘엑스페리아 X10 미니’는 독일 ‘2010 레드닷’ 등 많은 어워드에서 수상했다. 한국에서 외국계 디자인기업에 근무하기도 했던 그는 특유의 도전정신으로 국제적인 디자인전시에 꾸준히 참가해 자신을 알렸다고 한다.

 
최근 세계적인 디자인어워드에서 한국 젊은이들의 수상 소식이 많이 들리고 있다. 영국 왕립예술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최민규씨는 ‘폴딩 플러그 시스템’으로 영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디자인 어워드인 ‘2010 브릿 인슈어런스 디자인 오브 더 이어’에서 한국인 최초로 수상하기도 했다.

‘폴딩 플러그 시스템’은 영국이 60여 년간 변함없이 사용하던 50밀리미터 두께의 플러그를 10밀리미터의 두께로 줄인 획기적인 디자인이다. 접이식인 멀티탭 플러그와 USB 충전기로 메인 보디에 3개의 기기를 연결할 수 있어 공간을 적게 차지한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양산을 준비하고 있으며, 향후 영국을 비롯해 아일랜드, 홍콩 등 영국식 플러그를 사용하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상품화 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에게 ‘무인양품’으로 잘 알려진 일본 생활용품 브랜드 ‘무지’가 매년 실시하는 ‘무지어워드’에서 ‘프리시스 스테이플러’로 동상을 받은 김준현씨는 일본의 ‘+d’라는 브랜드를 통해 ‘그린 핀’을 출시했다. 이 제품 또한 기존에 고수돼 오던 압정의 디자인을 새롭게 해석한 제품으로 시각적인 즐거움과 함께 압정이 떨어져도 침이 위를 향하지 않게 하여 안전성도 확보했다. 압정 5개 세트가 5백25엔으로 한 달에 2천~3천여 개 정도 판매된다고 한다.

김씨는 작년 9월 파리 ‘메종 오브제’에 ‘클리핑 스푼’이라는 새로운 디자인제품으로 참가해 현지 언론 및 바이어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으며, 현재 이탈리아 디스트리뷰터를 통해 수출을 준비하고 있다.

시각디자인과 패션계에 부는 디자인 한류

국내 생활소품 디자인 전문기업 어프리는 ‘리프-잇’이라는 점착메모지를 23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이 회사 남상우 대표는 “해외 바이어들이 최근 아시아의 맹주였던 일본의 제품보다 한국의 제품이 디자인 수준과 품질이 좋고 가격경쟁력까지 갖췄다”면서 “상대적으로 디자인 소품 시장이 열악하던 서유럽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남 대표는 “특히 한국의 제품은 서양인들이 보기에 동양 특유의 서정성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는다”면서 “디자인 소비 선진국에서 매출이 증가 추세에 있다”고 한다. 어프리는 최근 ‘포레스트 북앤드(책꽂이)’를 5개국에 새롭게 출시했다.

최민규, 김준현, 남상우 이들 세 디자이너 성공의 공통점은 개인의 디자인 능력을 바탕으로, 서울디자인재단의 ‘우수디자인(아이디어)제품화’, ‘해외마케팅지원’,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차세대 디자이너’사업 등 개인이 추진하기 어려운 해외 전시 참가나 아이디어를 상품화할 수 있도록 자금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케어프로그램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지원이 있었다는 점이다.

 
한국의 영화 산업도 눈부신 성장을 거뒀지만, 할리우드의 영향력은 아직도 크다. 기존 영화 제작 시스템은 오랜 기간 숙련된 능력이 필요해 외국인의 진입이 어려웠던 반면, 최근에는 특수효과나 시각디자인을 중심으로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활약하고 있다.

미국의 프롤로그 필름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근무하는 이희복씨는 <스파이더맨>과 <닌자 어쌔신> 등의 필름 타이틀 작업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미국에는 많은 수의 한국인 유학생이 있는데, 주인의식, 즉 CEO 마인드가 있어야만 외국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론 커스텀’을 시작으로 현재 ‘준지’라는 브랜드로 세계 패션계에서 활약하는 디자이너 정욱준씨도 패션의 본고장인 파리에서 인정받으며 한류의 선봉에 서 있다.

유명 검색 사이트인 구글의 아트디렉터로 활동하는 이지별씨도 IT 본고장인 미국에서 활약하는 대표적인 한국인 디자이너다. 또한 최근 방송출연으로 유명한 광고전문가 이제석씨도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광고를 제작해서 세계의 주요 광고제를 휩쓸기도 했다. 이 외에도 많은 젊은 디자이너가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고 있다.

최근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한국인 특유의 창의성과 더불어 IT를 기반으로 정보에 대한 접근과 배포가 용이하다는 점 등이 다양한 환경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장점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디자인에 대한 수용이 자유로운 선진국을 중심으로 새롭게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인정받고 있다.

글·사진:위클리공감 | 등록일 : 2011.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