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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기타

가구는 과학? 디자인은 철학!

Less and More

일상에서 발견한 비범한 스타일의 창조자! 극도로 특별해서 오히려 평범해 보인다는 디자인 철학으로 주목받은 미스터 브라운, 디터 람스의 디자인 미학에 대하여.
 


이탈리아의 디자인 큐레이터 실바나 아니키아리코는 “극도로 특별해서 평범해 보이는 것이 바로 ‘슈퍼노멀’ 제품의 매력이 아닐까. 따라서 슈퍼노멀 제품은 평범한 것이 최상의 것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했다. ‘슈퍼노멀’이라는 단어는 후카사와 나오토와 재스퍼 모리슨이 도쿄와 런던에서 개최한 <슈퍼노멀> 전시명에서 유래한 것인데, 감성에 치우치지 않고 모더니즘적 가면을 벗어던진 사려 깊고 신중한 디자인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후카사와 나오토와 재스퍼 모리슨의 디자인 철학과 맥은 과거 브라운사에서 슈퍼노멀 디자인의 진수를 선보인 디자이너 디터 람스에서 이어진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군더더기 없는 형태, 세심한 디테일이 돋보이는 브라운사의 제품들을 슈퍼노멀 디자인의 대명사로 만든 주인공이다. 디터 람스 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은 앞뒤 구분이 없는 형식. 집 안 어디에 설치해도 잘 어울리도록 고안한 것인데, 혹자들은 “건축적 성향을 가진 디자인”이라고도 한다. 사용자의 생활 공간 어디에 두어도 잘 어울리며 언제 사용하든 사용자의 행동을 방해하지 않는 ‘T1000’ 라디오. 심플하고 매끈한 스틸 소재로 만든 외관에서 풍기는 정제된 느낌과 달리 전면부 뚜껑에 사용 설명서를 넣어 다닐 수 있도록 디자인에 재미를 더해 더욱 특별한 제품이다. 
 


디자이너들은 플라스틱 소재는 값이 저렴하고 성형이 쉬운 반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내기 힘든 소재라고 말한다. 하지만 디터 람스만은 예외였다. 그가 최초로 면도기의 플라스틱 몸체를 브러시로 채색하는 시도를 했는데, 그 과정에서 플라스틱 특유의 매트한 느낌이 잘 살아나 고급스러운 느낌을 자아낸 것. ‘SK4’ 라디오 오디오 컴비네이션 역시 주목할 만한 제품. LP 플레이어의 투명한 케이스가 눈길을 끄는데, 50년 전 오디오 시장에서 악평을 받았던 이 제품은 현대의 모든 라디오와 오디오 제품의 모델이 되었다. 

지난해 말 디터 람스가 40여 년간 브라운사를 위해 디자인팀과 개발한 주요 제품들을 3월 20일까지 대림미술관에서 선보이는 <레스 앤 모어(Less and More)>전을 위해 내한했다. 당시 그는 서울의 한 호텔에 묵었는데, 그곳에서 과거 자신이 디자인한 알람시계를 보고는 무척 반가워했다고. 하지만 그 제품 밑에 씌여 있는 ‘메이드인 차이나’라는 글씨를 보고 한참을 웃었다고 한다. 그만큼 그의 디자인이 시대와 국경을 넘어 사랑받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또한 동시대 디자이너들에게 디터 람스의 제품은 디자인 철학이 되고도 남는다.

디터 람스는 ‘좋은 디자인을 위한 10계명’에서 “혁신적이며 제품을 유용하게 만들고 아름다운 것. 또 사용자의 불필요한 관심을 끌지 않고 사용하기 쉽게 만든 것. 마지막 디테일까지 철저하고 정직하며 환경친화적이며 지속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선을 끌기 위해 디자인된 것들은 대체로 만족스럽지 못하다. 특별한 디자인은 그릇된 이유에서 눈길을 끌기 때문이다. 디터 람스의 단순한 디자인이 더 가치 있어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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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연정 2011.02.24.THU | 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