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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패션

강렬한 은빛·가죽 소재… 올가을 '센 걸<girl>'이 셀걸

2011 F/W 시즌 트렌드 키워드 '터프 걸'

봄옷 쇼핑에 적기인 날씨다. 하지만 패션계는 늘 한발 앞서 가기 마련. 겨우내 부정확한 일기예보에 곤란했다면 그보다는 훨씬 더 정확한 패션계의 올가을·겨울 트렌드 예보에 귀를 기울이자. 그 첫 시작은 지난 17일에 막을 내린 뉴욕 패션 위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 1광택이 있는 은색 소재 바지로 중성적이면서 강한 이미지를 연출했다.(마크 제이콥스)/ 마크 제이콥스 제공 2 페도라와 직선 느낌으로 재단된 재킷, 검은 바지가 남성복을 연상시킨 다.(DKNY)/ DKNY 제공 3 갈색 가죽 바지와 남자 조끼 같은 회색 상의가 남성적인 이미지를 준다.(필 립 림)/ AP 연합뉴스 4 검은색으로 통일해 스커트를 입었지만 중성적인 느낌이 들게 했다.(베라 왕)/ AP 연합뉴스

뉴욕 패션 위크는 밀라노나 파리에 비해 쇼 비즈니스가 제일 활발한 곳이다. 따라서 트렌드 역시 상업적이고 실용적인 측면에서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번 2011년 F/W(가을·겨울)시즌의 뉴욕 패션 위크는 지난 S/S(봄·여름)시즌부터 브라이언 파크에서 링컨 센터 내 댐로시 파크로 자리를 옮겨 전보다 25%는 더 커진 규모로 진행됐다. 전 세계 60여개국의 바이어와 취재진, 패션 관계자들이 참석하고 500여명의 모델과 5만여명의 관람객이 즐겼다. 뉴욕 패션 위크가 남긴 2011년 가을·겨울 트렌드는 무엇일까.

가을·겨울의 트렌드 키워드 역시 올봄부터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남녀 간 성(性)의 경계와 무관하지 않다. 바로 소녀의 순수하고 밝은 모습은 갖되 강하고 쿨한 자세를 지닌 이른바 '터프 걸(tough girl)'이다. 이것은 뉴욕 패션 위크에서 크게 상반된 두 가지 트렌드로 나뉘어 선보였다. 바로 '미래주의'와 '클래식'이다.

먼저 1990년대 선보였던 미래주의(퓨처리즘)다. 젊은 층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으며 뉴욕 패션 위크에서 이제는 빼놓을 수 없는 디자이너가 된 알렉산더 왕(Wang)은 미래적인 요소를 남성복 테일러링으로 잘 버무려 세련된 의상을 선보였다. 그 중 남성복의 상징인 턱시도 재킷과 광택 있는 느낌의 소재 바지를 함께 입는 것은 올가을의 주된 흐름이 될 듯. 왕과 마찬가지로 동양계 디자이너로서 뉴욕 패션 위크에 젊은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디자이너 피터 솜(Som)과 필립 림(Lim) 역시 이러한 광택 있는 소재의 바지와 드레스를 전면에 내세우며 중성적인 미래주의 의상을 선보였다. 여기서 알아둬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결코 미래적이고 남성적으로만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 여성성을 드러내는 섹시한 느낌의 착 달라붙는 펜슬 스커트나 소녀다운 둥근 어깨 라인 실루엣의 코트 등을 겸해서 표현해야 '2011년 형 터프 걸'이 될 수 있다.

미래주의 이외에 터프 걸을 표현해낸 트렌드는 바로 '클래식'이다. 옛것을 활용하여 현대적으로 강하고 날카롭게 재해석해낸 컬렉션이 많았다는 것. 그 중 대표적인 쇼는 마크 제이콥스(Jacobs)를 들 수 있다. 그는 20년도 더 전에 유행하던 도트(dot·물방울) 프린트를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던 키치하고 유쾌한 스웨터 속의 그 디테일만이 아니다. 고상한 우아함은 버리고 선이 강한 은빛(실버) 라인과 소녀스러운 매력이 발산된 쿠튀르풍으로 대체했다. 모델 모두에게 미니 베레모를 씌웠지만 금속 조각 장식과 남자 친구 재킷 같은 헐렁한 피트의 스리피스(three piece·세 겹 옷)로 어느 때보다도 강렬한 여성상을 이끌어냈다.

이 밖에도 영국식의 고전적인 전원 룩에 미국식 스포츠웨어를 섞은 토리 버치(Burch)의 컬렉션 역시 남성적임을 넘어설 정도로 과장된 팔라초 바지와 풀 스커트, 롱 코트 등의 풍성한 실루엣을 통해 터프한 여성미를 맘껏 뽐냈다. 특히 가죽을 한 장씩 겹쳐 쌓아 올려 만든 스택 힐(Stacked Heel) 부츠는 이러한 분위기를 가장 잘 드러낸 아이템이다. 뉴욕의 모즈룩(mods-look·비틀스와 같은 록앤롤 가수 스타일의 옷차림)을 표방한 DKNY 컬렉션 역시 남성복에서 영감을 받은 터프한 재단법을 활용한 아이템들을 날카롭고 화려한 라인으로 재해석해 클래식한 무드의 터프 걸을 연출했다. 날렵한 재단의 코트나 화이트 셔츠, 여성복에서 잘 쓰이지 않던 '하운드투스 체크(남성 정장에 주로 쓰여온 영국식 체크무늬)'패턴의 패딩 점퍼 등이 주 아이템이다.

터프 걸이 되기 위해 가장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소재다. 모피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겠지만, 가죽의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는 것. 가죽 소재의 연출에 거리낌 없이 대비하여 미래적이고도 클래식한 당당한 자세의 멋진 여성으로 거듭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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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범(패션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 2011.02.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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