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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패션

한벌에 1395만원… '금실' 뽑아내듯

伊 명품브랜드 '로로피아나' 미얀마 연꽃원단 생산현장 가보니…
산간 호수마을서 가내수공업, 모두 수작업… 섬유 굵기 4㎛
캐시미어보다 훨씬 가늘어 가볍고 공기 잘 통해…
 

'금실로 짰단 말인가?'

여름 재킷 한 벌 값이 1395만원이라고 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에서도 흔한 로터스 플라워(Lotus Flower·연꽃)로 만들었다고 한다. 무엇이 평범한 연꽃을 초고가 의류로 탈바꿈시킨 것일까?

최고급 캐시미어와 울(wool)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 로로피아나(Loro Piana)가 꼭꼭 닫아둔 비밀의 문을 열었다. '그린 럭셔리(green luxury)'를 표방하는 로로피아나의 피에르 루이지(Luigi) CEO가 미얀마의 산간 호수 수상마을까지 동행해 '성스러운 섬유'로 일컫는 로터스 플라워 원단 생산 현장을 공개했다.

◆'성스러운 섬유' 로터스 플라워

미얀마 북부 해발 875m의 산악지대에 위치한 인레호수 끝자락에 자리 잡은 2층 수상 가옥. 수도 양곤에서 비행기로 1시간10분, 버스로 1시간30분, 5~6인승 보트로 다시 1시간30분을 가야 닿을 수 있는 오지다. 전기도 제대로 안 들어와 태양열과 배터리로 불을 밝히는 작업장에서 로터스 플라워 원단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1000여년 전 고대 미얀마 제국시대부터 존재해 왔던 이 섬유는 주로 고승들의 의복으로 이용됐다. 로로피아나가 이를 상품화한 것이다. 원단 생산 과정은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우리나라의 베 짜는 과정과 똑같다.
 

▲ 로로피아나의 피에르 루이지(왼쪽) CEO가 로터스 플라워 원단을 납품하는 미얀마 인레호수 지역 주민들과 함께 로터스 플라워에서 뽑아낸 실타래를 만져보고 있다. /로로피아나 제공

루이지 CEO는 "로터스 플라워 섬유의 굵기는 4㎛(1㎛=1000분의 1mm)로 최상급 캐시미어(13.5㎛)보다 훨씬 가늘다"면서 "가볍고 공기가 잘 통해 여름용 재킷 소재로 최고"라고 말했다.

로터스 플라워 재킷 한 벌을 만드는 데 필요한 실은 약 600g. 1m 길이 연 줄기가 약 6000~6500개 정도 있어야 한다. 보통 5~12월 채취해 그 줄기에서 실을 뽑는다. 실은 강도 보강을 위해 네 가닥을 하나로 꼬는 작업을 하고, 품질 저하를 막기 위해 24시간 안에 원단을 짜야 한다.

로로피아나에 원단을 납품하고 있는 도오던 슈웨이씨는 "우리 가족 15명 정도가 하루 8~10시간씩 한 달 내내 작업해 폭 60cm 크기 원단 50~75m를 납품한다"고 말했다. 그는 "로터스 플라워 원단은 성스럽기 때문에 옷감 짜는 기간에는 살생 금지 등 5가지 원칙을 지킨다"고 말했다.

로로피아나는 현재 여름용 재킷만을 주문 판매하고 있다. 워낙 고가(高價)인 데다 원단이 희소해, 한 달에 10벌 정도밖에 만들지 못한다.

◆"천연 섬유 갈수록 중요"

루이지 CEO는 일본인 친구로부터 로터스 플라워 섬유로 짠 스카프를 선물 받고 이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다. 그 스카프 재질에 매력을 느껴 지난해 3월 인레호수로 날아와 직접 원단을 구입해 재킷을 만들어 입었고, 그해 9월 사업을 시작했다.

로터스 플라워 제품은 수량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철저히 주문 생산을 한다. 구입을 원하면 치수를 재고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2~3주를 기다린 후에야 제품을 받아볼 수 있다.

루이지 CEO는 "로터스 플라워 원단은 현재 얻을 수 있는 수량이 한정돼 수량을 늘리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며 "더 많은 지역 주민들이 생계를 유지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상생의 관계를 맺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천연 섬유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질 것"이라며 "로터스 플라워와 같은 녹색 제품을 찾아나서는 모험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냥쉐(미얀마)=이의호 기자 goodedit@chosun.com

기사입력 : 2011.02.1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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