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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산업

[구상 교수의 자동차 디자인] 디자인은 생명 & 감성이다

사치품·운송기계 불과했던 車 스토리·디자인 통해 재탄생
연비 나쁘고 값비싼 스포츠카 감동·흥분 있어 모두가 원해 
 
    

현대 벨로스터 컨셉카

21세기 디자인 흐름은 감성 중시다. 이 경향은 기술적 비중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제품인 자동차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자동차 하드웨어가 발전할수록, 소프트웨어 요소로 감성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자동차는 이러한 감성 중시 경향 속에서 디자인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자동차 디자인은 기계들로 구성된 `운송장치`를 다양한 이미지로 접할 수 있게 해주는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이다.

디자인을 통해 자동차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감성으로 다가간다.

오늘날 문화가 하드웨어에 국한되지 않는 가상의 디지털 세계와 그것에 의해 만들어지는 다양한 이미지에 의한 소프트웨어 중심이듯, 자동차 역시 감성을 가진 디자인으로 인해 다양한 표정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 기계에 생명을 불어넣는 디자인

오늘날 자동차가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자동차는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자동차가 이렇게 대중화한 데는 대량 생산 방식에 힘입은 바가 크다.

그 이전 자동차는 비싼 `공예품`이었으며, 귀족들 사치품과 같았다. 그러나 대량 생산 방식을 통해 만들어지는 `공업제품`이 되면서 자동차는 대중적 상품이 됐다. 아울러 대량 생산으로 만들어진 자동차는 소비자들이 보편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합리적 기능과 성능을 갖추게 됐다.

그런데 소비자들은 자동차를 구입할 때 이중적 잣대를 들이댄다.

`이성적 기준`과 `감성적 기준`을 동시에 가지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성적 기준에서 연비, 출력, 소음, 가격 대비 가치 등을 따진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그 자동차 디자인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느낌을 살피게 된다.

여기에서 말하는 이미지와 느낌이 바로 소프트웨어적인 요소다.

소프트웨어라고 하면 우리는 컴퓨터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떠올리지만, 실제로 소프트웨어는 컴퓨터라는 하드웨어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가 없는 컴퓨터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하드웨어에 생명을 넣어주는 것이 바로 소프트웨어다. 자동차에서는 디자인이 소프트웨어로 작용한다. 이때 필요한 요소가 바로 상상력과 꿈이다.

예쁘장한 겉모습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그 자동차 디자인에 들어 있는 상상력과 꿈의 세계를 통해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감성적 교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단지 깔끔하고 번듯한 디자인이 아니라, 표정이 있고 이야기가 들어 있는 디자인이 있어야 한다.

◆ 상상력을 자극하는 아이콘

자동차를 보면 앞모습이 마치 심술궂은 악동 같은 표정을 가져서 그 차가 가진 성능에 대한 암시를 주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또는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표정과 눈매를 가진 헤드램프 형태를 통해 사람들 상상력과 흥미를 자극하기도 한다.

어떤 차는 마치 귀여운 애완동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 것들을 통해 자동차에서 마치 생명이 있는 것 같은 상상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대개 어떤 사물 형태는 그 사물의 물리적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러한 개개 사물들이 모여서 전체적인 구조를 이룬 형태, 그것을 `도상(圖象)`이라고 이야기한다.

`도상`을 영어로 표현한 것이 `아이콘(icon)`이다. 본래 아이콘은 중세 미술에서 예수와 같은 `성인(聖人)` 또는 `예수의 눈(目)` 등을 의미했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의미가 더욱 폭넓어져 대표적 상징을 나타내는 말로 쓰인다.

컴퓨터에서 아이콘이 바로 그와 같은 의미 변화 사례일 것이다. `아이콘`이나 `도상`은 바로 대표적인 이미지를 의미한다.

자동차 라디에이터 그릴과 양쪽 헤드램프, 그리고 범퍼가 결합된 앞모습, 각 부품들 형태가 어우러진 도상은 사람 눈ㆍ코ㆍ입처럼 보이기도 하고 표정을 가진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것이 바로 도상적 이미지다.

이것은 개개 부품들의 `물리적 형태`를 넘어선 또 다른 형태다.

오늘날 자동차 얼굴은 개개 헤드램프나 라디에이터 그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모두 결합돼 하나의 표정인 동시에, 어떤 이미지나 브랜드를 나타내는 아이콘으로 존재하게 된다.

◆ 자동차 감성시대 도래

지난 20세기 문화에서 중점은 `이성(理性)`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그 중점이 `감성(感性)`으로 바뀌었다.

점잔을 빼는 것이 능사가 아닌 것이 오늘날 문화 패러다임이다. 논리적 `설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감동`을 줘야 하고, 때로는 `흥분`까지도 만들어내야 한다. 자동차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감동과 흥분`이 없다면 수억 원짜리 스포츠카가 팔리는 것을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

게다가 그 스포츠카들은 `연비`도 좋지 않고 `승차감`도 편하지 않아서 기능적으로 `편하고 좋은 차` 범주에 들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선망하는 대상이 된다. 그것은 이성이나 논리 혹은 실용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자동차 디자인은 단지 물리적인 형태와 값비싼 마감재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한국 자동차는 이제 세계 시장에서 품질과 디자인을 인정받으면서 날개를 펼치기 시작하고 있다.

머지않아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한국 자동차를 사고 싶어서 잠 못 이룰 정도로 상상력과 꿈을 가진 디자인으로 무장하고, 그들 가슴을 설레게 하기를 기대한다.

[구상 한밭대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기사입력 2011.02.14 15:04:47 | 최종수정 2011.02.14 16:3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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