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esign Trend/영상

모토로라 '줌'…'특명, 애플 이어폰을 제거하라'

지하철역 플랫폼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얀색 망토를 걸친 사람들이 서 있다. 귀에는 모두 하얀색 이어폰을 끼고 있고, 하나같이 무표정이다. 이 사람들 틈에서 캐주얼한 복장에 크로스백을 매고 태블릿을 손에 든 남자가 눈에 띈다. 남자는 태블릿으로 빅 브라더가 지배하는 암울한 세상을 그린 소설 '1984'를 본다. 그 사이 지하철이 도착했고, 사람들은 지하철에 올랐다. 목적지에 도착한 남자는 순간 뭔가 생각난 듯 태블릿을 들여다봤고, 화면 속에는 근처 '꽃집'의 위치가 입체지도로 선명하게 나타난다. 다음 장면에서 남자의 손에는 소박한 꽃 한다발이 들려 있다. 이 때 남자의 눈에 한 여인이 들어왔다. 여인은 남자와 한 직장에 근무한다. 이 여인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어폰을 낀 채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다. 사무실에 도착한 남자는 태블릿 카메라로 아까 사온 꽃다발을 찍는다. 남자가 여자에게 이 꽃다발을 건네주는 내용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든 후 여자에게 보낸 남자. 여자는 마침내 귀에서 이어폰을 뺀다.

모토로라가 첫 태블릿 '줌' 출시를 앞두고 애플을 겨냥한 광고를 선보여 눈길을 끈다.

▲ 모토로라가 태블릿 `줌` 출시를 앞두고 공개한 광고의 한 장면. 여자가 귀에서 하얀색 이어폰을 빼고 있다.

이 광고는 특히 과거 애플이 매킨토시 컴퓨터 광고에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모티브를 차용했던 것에 착안해, 애플 매킨토시 광고를 패러디했다.

실제 1984년 제작된 이 애플 매킨토시 광고는 IBM(빅브라더)이 지배하던 당시 PC 시장에서 애플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의미를 전달했다.

광고 말미에는 '1월24일, 애플은 매킨토시를 선보인다. 그리고 여러분들은 왜 실제 1984년이 소설 '1984'와 같지 않을 지 확인하게 될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띄웠다.

수퍼볼 시즌을 겨냥해 단 한차례 방송됐을 뿐이지만 수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키며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광고 시장에서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그런데 2011년 모토로라는 야심차게 준비한 태블릿 '줌' 출시에 맞춰 애플과 마찬가지로 수퍼볼용으로 이번 광고를 제작했다.

당시 '빅브라더'가 IBM이었다면 2011년 '빅브라더'는 애플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 애플이 지배하고 있는 태블릿 시장에서 모토로라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그리고 이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 상징적으로 애플의 번들 이어폰처럼 보이는 하얀색 이어폰을 이용했다.

'태블릿은 더 나은 세상을 창조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이 광고는 이미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의 패권을 쥔 애플에 모토로라가 도전을 취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이설영 기자 ronia@zdnet.co.kr
지디넷코리아 | 2011.02.07 / PM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