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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패션

[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240> 티셔츠의 세계

말론 블란도가 근육질 과시한 티셔츠 … 70년대엔 시위·이념의 아이콘

티셔츠처럼 한 가지만으로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는 아이템도 드물다. 의류 가운데 팔방미인인 셈이다. 가격대도 몇 천원대의 저가형부터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브랜드까지 다양하다. 2000년대 초반 캐주얼 브랜드의 전체 매출 중 티셔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13~14% 수준이었다. 그러던 것이 최근엔 평균 40%대까지 늘어났다. 여름 한철만 판매되던 것도 사계절 연중 인기 상품으로 바뀌었다. 정장 대신 입을 수 있는 것까지 나오는 등 형태도 다양해졌다. 갈수록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티셔츠의 세계를 살펴본다.

최지영 기자

티셔츠의 역사

말론 블란도티셔츠의 유래는 1890년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왕이 군함을 검열할 때 민소매의 운동용 속옷을 노동복으로 입었던 선원의 겨드랑이 털을 보고 불쾌감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 속옷에 짧은 소매를 덧댄 데서 티셔츠가 출발했다.

티셔츠가 첫 번째 전성기를 맞은 것은 1951년 영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주연 배우였던 말론 블란도가 몸에 붙는 흰색 티셔츠를 입고 나오면서부터. 그의 근육질 몸매와 조화를 이룬 티셔츠가 큰 인기를 끌었다. 이에 따라 티셔츠는 활기찬 젊음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전 세계적으로 정치적 대립이나 시위 등으로 사회적 소용돌이가 일었던 70년대에는 정치적인 문구나 이념을 담은 티셔츠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80년대 들어서는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으면서 고유 라벨을 인쇄한 로고 티셔츠가 판매되기 시작했다.

티셔츠가 100년 이상 사랑받는 이유는 가격대와 디자인이 다양해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기 때문이다. 또 믹스&매치를 다양하게 할 수 있는 기본 아이템으로, 적절히 코디만 한다면 어떤 옷에도 어울리기 때문이다. 무채색의 단색 티셔츠는 재킷 안에 입으면 세련된 정장 패션을 연출할 수 있고, 프린트가 화려하거나 무늬가 큰 티셔츠는 청바지나 면바지에 매치하면 감각 있는 캐주얼 패션을 연출할 수 있다.

최근엔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는 회사가 많아지고, 일부 대기업에서도 티셔츠와 청바지를 공식 출근 복장으로 용인하기 시작하면서 티셔츠가 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편안한 기존 티셔츠의 장점을 잃지 않으면서 정장스럽고, 점잖게 보이는 티셔츠도 속속 나오고 있다.

티셔츠의 종류

1 목 부분이 V자 형태로 파인 V넥 티셔츠. 2 목 둘레가 둥근 크루넥 티셔츠. 3 어깨를 노출하는 오프 숄더 티셔츠는 가로로 길게 트인 보트 넥 티셔츠가 변형된 형태다. 4 목을 감싸는 형태의 터틀 넥 티셔츠. 5 여름철 경쾌한 이미지를 연출하기 좋은 소매 없는 슬리브리스.

티셔츠의 사전적 의미는 ‘T자 모양으로 생긴 반소매 셔츠’다. 하지만 패션의 진화에 따라 티셔츠의 종류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늘었다. 티셔츠는 특히 목 부분의 모양으로 그 종류의 이름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목을 감싸는 터틀넥이나 옆으로 넓게 파인 보트넥, 깊이 있는 V넥 등 다양하다.

V넥 티셔츠

◀최근 티셔츠 디자인은 정장 대용으로 입는데 손색이 없다. 핑크색으로 목 부분에 포인트를 준 ‘블랭크’의 신제품.

목 부분이 V자 형태로 파인 티셔츠. 목이 가늘고 길어 보이고 얼굴이 갸름해 보이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얼굴이 너무 둥글거나 사각형인 사람들은 V넥을 매치하면 단점이 더 부각될 수 있으니 피하는 것이 좋다.

크루넥(Crew neck)

흔히 ‘라운드 티셔츠’라고 부르는 목 둘레가 둥근 티셔츠를 말한다. 여러 가지 티셔츠 중 가장 기본적인 스타일이다. 단추 달린 셔츠 안에 받쳐 입어도 되고 재킷·점퍼·카디건 등 여러 종류의 외투 안에 입으면 무난하게 잘 어울린다.

보트 넥(Boat neck)

가로로 길게 트여있는 목 라인의 티셔츠를 보트넥 티셔츠라 한다. 쇄골뼈가 강조되고 어깨가 좁아 보이는 효과가 있어 마른 여성들에게 잘 어울린다. 어깨를 노출시키는 오프 숄더 티셔츠도 보트넥에 해당된다.

터틀 넥(Turtle neck)

근래 들어 미국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잡스가 자주 입어 더욱 유명해진 티셔츠가 있다. 터틀넥 티셔츠다. 흔히 폴라티라고 불리는 목을 감싸는 티셔츠를 말한다. 목에 딱 맞는 형태부터 길고 넓은 머플러 형태까지 길이와 스타일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터틀넥 셔츠는 단색보다 무늬가 들어간 것을 고르면 발랄하고 따뜻한 겨울 패션을 연출할 수 있다. 목이 가늘고 긴 사람에게 잘 어울린다.

슬리브리스(Sleeveless)

소매가 없는 티셔츠를 슬리브리스 셔츠라고 한다. 여름철 경쾌한 이미지를 연출하기에 더없이 좋은 아이템이다. 팔 둘레가 깊게 파인 것을 고르면 남자들의 러닝 셔츠를 입은 듯 섹시한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 몸에 딱 붙는 것을 입으면 건강하고 스포티한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

프린트 티셔츠(Print T-shirt)

민무늬가 아닌 문구나 그림이 인쇄된 티셔츠다. 가장 흔하지만, 또한 입는 사람의 개성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것이 바로 프린트 티셔츠다. 프린트 티셔츠는 본래 브랜드들이 자사의 로고를 넣는 것에서 시작됐다. 최근에는 유니클로나 H&M, 자라 등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이 유명 아티스트들과 콜래보레이션(협업)을 통해 아티스트의 감성을 담은 프린트 티셔츠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피케(Pique) 셔츠

흔히 ‘폴로 셔츠’라 불리기도 한다. 칼라가 있고 앞 여밈에 두세 개의 단추가 달린 티셔츠를 말한다. 피케 셔츠를 폴로 셔츠라 부르게 된 이유는 폴로 경기의 유니폼에서 따온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요트·승마 등 귀족스포츠의 유니폼으로 많이 응용되고 있다.

피케 셔츠는 ‘수를 놓다, 뚫다’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 ‘피케(Pique)’에서 유래됐다. 옷감이 오톨도톨한 벌집 모양으로 직조돼 빳빳하고 결이 살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폴로나 빈폴, 라코스테 같은 트래디셔널 캐주얼 브랜드에서 주로 선보이고 있다. 브랜드 로고를 가슴 부분에 넣거나 특정한 무늬를 넣는 식으로 개성을 강조하고 있다.

자신에게 꼭 맞는 티셔츠 고르는 방법

가장 편안한 옷인 티셔츠. 하지만 자신의 체형에 맞는 모양을 고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구입할 때 체크할 부분은 어깨·소매·몸통 등의 사이즈. 일단 어깨라인의 재봉선을 어깨 선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유행하는 오버 사이즈 (1~2치수 큰 것처럼 보이는 넉넉한 사이즈) 티셔츠라도 어깨 선을 맞추지 않으면 남의 옷을 빌려 입은 듯 촌스럽게 보일 수 있다.

반소매 티셔츠의 경우 소매 길이가 팔뚝의 중간 지점에 오는 것이 표준. 긴 소매 티셔츠는 손목 뼈를 살짝 덮는 길이를 고르면 팔이 길고 날씬해 보인다. 또한 몸통에 적당히 붙는 실루엣에, 벨트 라인에 살짝 걸치는 길이를 고르는 것이 다리를 길어 보이게 연출할 수 있다.

서로 상반되는 컬러의 티셔츠를 겹쳐 입으면 발랄하고 경쾌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소매를 살짝 걷어 돌돌 말아 올리면 안쪽에 입은 셔츠 컬러가 살짝 노출돼 감각 있는 패션을 연출할 수 있다.
 
2011년 주요 트렌드

명품 브랜드 ‘스텔라 매카트니’에서는 모던하고 심플하지만 여성의 보디라인 실루엣을 살린 스타일의 티셔츠를 내놨다. 매년 선보이는 동물 프린트 티셔츠 시리즈 중 하나로, 올해는 치타를 흑백으로 프린트한 티셔츠를 선보였다.

전위적인 디자인을 주로 선보이는 디자이너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는 올해 일본어로 에이즈 퇴치 문구를 프린트한 자선 티셔츠를 출시했다. 슬로건을 특이하게 안감에 인쇄해 겉에서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의미를 다 알 수 없게 한 것이 특징. 슬로건을 이해하려면 티셔츠를 입은 사람에게 물어봐야 하고, 이를 통해 에이즈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기획했다.

국내 신진 디자이너들도 실험적인 디자인의 셔츠를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신진 디자이너 편집매장 ‘픽앤추즈’ 입점 브랜드 ‘로우 클래식’에서는 어깨선을 팔 아래까지 내리고, 전체 길이는 짧게 디자인해 발랄한 느낌을 주는 스트라이프 티셔츠를 선보였다.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률앤와이’에서는 넓은 소매를 느슨하게 걷어 올려 연출할 수 있는 티셔츠를 출시했다. ‘블랭크’에서는 목부분에 핑크색으로 포인트를 준 티셔츠를 내놨다. 디자이너 브랜드 ‘스티브앤요니’에서는 박쥐, 새 등 동물을 스케치한 프린트 티셔츠를 올봄신상품으로 내놨다.
 
●도움말=신세계백화점 여성캐주얼팀 서지원·이예진·조민정 바이어, 신세계인터내셔날 이성재·허진 MD(상품기획자), 브랜드 ‘로우클래식’의 이명신 디자이너, 브랜드 ‘률앤와이’의 김동률 디자이너, 브랜드 ‘블랭크’의 정재웅 디자이너

최지영 기자 [choiji@joongang.co.kr]
[중앙일보] 입력 2011.01.25 00:11 / 수정 2011.01.25 0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