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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패션

모피·가죽 입은 `부드러운 마초`가 온다

밀라노 컬렉션으로 본 가을·겨울 남성복

돌체앤가바나, 헐렁한 배기팬츠·워싱 청바지
페라가모, 중절모에 가죽부츠로 남성미 강조
토즈, 방수 가죽 가방·신발로 캐주얼함 연출
 
  

[사진]살바토레 페라가모, 에르메네질도 제냐, 엠프리오 아르마니, 버버리 프로섬, 보테가베네타(사진 위부터 시계 반대방향), 가죽 신발과 가방은 토즈 
 
'모피 가죽 등 다양한 소재를 결합해 멋을 낸 코트,여유로운 실루엣과 실용성을 강조한 카디건과 재킷,빅백,청바지와 정장 스타일 모두 잘 어울리는 페이턴트(표면을 광택 처리한 가죽) 구두와 발목길이의 가죽 부츠.'

한시즌 앞서 트렌드를 선도하는 명품 패션 브랜드들이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올 가을 · 겨울 유행할 남성복들을 선보였다. '2011 · 2012 밀라노 남성 컬렉션'은 15~18일 나흘간의 일정으로 밀라노 시내 곳곳에서 펼쳐졌다. 이 행사는 아르마니 돌체앤가바나 프라다 구찌 등의 39개 패션쇼와 토즈 브리오니 발렉스트라 마르니 등의 35개 전시회로 이뤄졌다. 파리 뉴욕 런던 등 4대 컬렉션 가운데 올 들어 가장 먼저 테이프를 끊은 이번 행사는 최대 규모의 남성복 컬렉션으로 꼽힌다. 싱가포르 남성 패션잡지 '어거스트'의 제니 카이 패션에디터는 "모델이 입고 나온 옷을 바로 매장에 진열해 일반 소비자들에게 팔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상업적이고 실용적인 디자인들을 선보였다"고 전했다.

이번 컬렉션에서도 브랜드 헤리티지(전통)를 내세우는 '클래식' 물결은 여전하지만,현대적인 감각으로 기능성과 실용성을 접목시킨 캐주얼 아이템들이 두드러졌다. 박정훈 신세계인터내셔날 남성 분더숍(편집숍)파트장은 "브랜드들마다 정장슈트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특수 처리한 가죽,모직,다양한 모피 등을 활용해 편안하면서도 캐주얼한 디자인의 카디건 니트 코트 재킷 등을 핵심 아이템으로 내세웠다"고 말했다.

트렌드에 구애받지 않는 클래식한 디자인과 장인정신을 강조하고 있는 가죽 패션 브랜드 토즈는 젊은 남성층을 공략하기 위해 기능적이고 실용적인 디자인의 가방 신발 등을 소개했다. 눈 · 비에 방수가 되도록 특수 처리한 가죽구두,고급스런 가죽 아이패드 케이스 등이 대표적이다. 토즈의 핵심 소재인 가죽을 활용한 남성복 라인도 처음으로 내놨다.

돌체앤가바나는 몸에 꼭 맞는 블랙 정장 대신 허리 라인이 내려가 헐렁해 보이는 배기팬츠(자루모양 바지),빛바랜 듯 워싱(물빠짐) 처리된 청바지,짧은 길이의 벨벳 재킷 등이 눈길을 끌었다. 엠포리오 아르마니는 비대칭 칼라와 넉넉한 실루엣이 특징인 방한용 롱코트와 다리가 길어보이도록 밑단을 조이게 처리한 바지를 출품했다.

스타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베일리가 이끄는 버버리 프로섬은 '코트의 향연'을 펼치며 젊은 디자인 감각을 한껏 과시했다. 이 브랜드는 울 가죽 모피 등 다양한 겨울 소재와 레드 · 블루 · 그린 등 알록달록한 컬러가 특징인 오버코트(방한용 코트)로 올 가을 · 겨울 '남심'을 사로잡는다는 전략이다.

이 밖에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중절모와 레이스업 슈즈(끈으로 묶는 스타일의 구두),발목 길이의 가죽부츠로 강인한 남성미를 강조했다.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이번 시즌 컬렉션 테마를 '중국'으로 잡았다. 중국 전통 복식 스타일을 반영한 롱재킷과 대나무 마디 모양을 본떠 직조한 울 소재의 핀스트라이프(얇은 줄무늬) 정장 등을 선보였다. 보테가베네타는 자연스럽게 구겨진 주름과 안감,라펠(접히는 옷깃 부분) 등의 요소들을 제거한 담백한 디자인의 재킷을 내놨다.

올 가을 · 겨울 남성들의 필수 품목으로 여행가방을 연상케 하는 크기의 큰 가방이 지목됐다. 시몬나 비아피아나 토즈 아시아퍼시픽 PR 매니저는 "브랜드 정체성을 보여주는 아이콘 백을 실용적인 보스턴백과 숄더백 스타일로 다양하게 변형시킨 게 특징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밀라노(이탈리아)=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한국경제 / 입력: 2011-01-17 17:39 / 수정: 2011-01-18 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