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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산업

좋은 디자인에는 배려가 담겨요

‘폴딩 플러그’ 만든 디자이너 최민규
제조·마케팅 지휘…올해 상용화

» 디자이너 최민규

“‘폴딩 플러그’가 알렉산더 매퀸을 이겼다.” 지난해 3월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영국디자인뮤지엄이 개최한 ‘올해의 디자인’에서 최고상을 받은 폴딩 플러그를 이렇게 설명했다. 천재 패션디자이너 알렉산더 매퀸을 누른 폴딩 플러그는 60년간 사용한 두툼한 전기 플러그를 1㎝가량으로 날씬하게 만든 제품이다.

이 제품을 만든 디자이너는 한국인 최민규(30·사진)씨다. 영국 메이드인마인드사의 디자인디렉터인 그가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차세대 디자인 리더’ 5명 중 한 명으로 초청받아 최근 서울에 왔다. 지난 1일 방송된 문화방송 신년특집 <당신이 국가대표입니다>에도 소개됐다. 프로그램은 문화·산업·디자인 분야 등에서 자랑스러운 한국인 9팀을 선정해 보여줬다. 최씨는 일본에서 제2의 한류를 일으킨 소녀시대, 한인 여성 최초로 미국 최대 방송사 에이비시 앵커로 자리잡은 주주장 등과 어깨를 나란히했다.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군 복무를 마치고 2001년 애니메이터를 꿈꾸며 영국 유학을 떠난 그는 영국왕립예술학교(RCA)에서 제품디자인을 전공하며 뒤늦게 디자인의 매력에 빠졌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학교생활이 영향을 줬어요. 디자인의 본질을 알면서 점차 심플하고 기능적인 디자인 제품에 관심이 가더라구요.” 
 

» 폴딩 플러그 
 
현재 제조업체 선정까지 마친 폴딩 플러그는 올해에 상용화될 예정이다. 영국뿐 아니라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등 영국식 플러그를 사용하는 나라까지 시장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평소 얇은 노트북에 비해 너무 큰 플러그가 불편해 고안해낸 최씨의 아이디어가 유럽 가전제품 시장에 변화를 몰고 오게 됐다. “지적재산권을 팔고 기다렸으면 상용화가 더 빨랐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제가 디자인한 제품을 책임지고 싶어 제조·마케팅·판매계획까지 세우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네요.”

폴딩 플러그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영국에 제조업체가 없다는 점이었다. “영국은 창의적인 산업투자는 활발하지만 제조업이 죽어 상품 상용화를 뒷받침하기 어려운 구조예요. 그래서 여러 나라의 제조업체와 접촉하느라 애를 먹었죠. 그런 면에서 제조업이 아직 살아 있는 한국은 디자인산업 발전이 더 유리하다고 할 수 있어요.”

최근 디자인산업 육성에 적극적인 한국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기대가 크다. 그 역시 한국디자인진흥원의 도움으로 플러그 제작비, 현지 생활비 등의 도움을 받았다. “젊은 디자이너를 발굴해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 덕분에 유럽에서 활동하는 한국 디자이너들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어요. 지속적인 디자인 정책이 이뤄진다면 디자인 선진국과의 격차도 줄일 수 있겠죠.”
당분간 영국에서 계속 메이드인마인드사를 운영하며 좀더 많은 경험을 쌓아 돌아오겠다는 그에게 좋은 디자인에 대해 물었다.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디자인이오. 디자인이 필요한 것과 필요치 않은 것을 잘 구분해야 해요. 굳이 디자인을 하지 않아도 된다면 그대로 두는 여유도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글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사진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기사등록 : 2011-01-05 오전 10:3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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