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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산업

[디자인이 기술이다]디자인,중소기업에 날개를 달다

[디자인이 기술이다][Cover Story] 디자인,중소기업에 날개를 달다

중소기업 디자인 지원사업

종이배 모양의 욕조, 돛을 닮은 하이패스 단말기, 헬멧 같은 모발 치료기…. 지난 12월 9일 대전광역시 유성구 도룡동 대덕테크비즈센터(TBC)에서는 감각적인 디자인을 입은 신제품들이 전시됐다. 이날 행사의 공식 명칭은 '2010 대덕특구 기술사업화 성과보고회'. 중소벤처기업들의 경쟁력 있는 제품에 디자인을 지원해주는 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대덕특구본부) 토탈디자인지원사업의 결실을 공개하는 자리였다.

▲ 디자인은 제품의 모양을 결정하는 것을 넘어 개발과 생산, 마케팅의 영역까지 범주를 넓히고 있다. 사진은 화이트스파의 쿠션 욕조 ‘바르코’.

2007년 시작된 토탈디자인지원사업의 혜택을 입은 기업의 수는 40개. 수년간의 개발 과정을 거쳐 2010년에 6종의 완제품이 나왔다. 모든 제품은 산업디자인 전문기업인 ㈜이노디자인의 디자인 컨설팅을 받아 탄생한 것으로 다양한 콘셉트의 디자인이 우선 눈길을 끈다.

㈜원테크놀로지의 탈모 치료기 '오아제'는 심플한 헬멧 모양으로, 거실의 디자인 소품으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화이트스파의 쿠션 욕조 브랜드 '소프트스톤'은 종이배와 꽃잎 모양의 욕조를 각각 선보였다. 무선통신 전문기업인 ㈜에어포인트는 돛단배 또는 사각 접시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의 하이패스 단말기를 출시했고, ㈜퍼티스트가 내놓은 퍼팅 연습기 '플레이 퍼티스트'는 우드의 라인을 응용한 디자인으로 시선을 끌었다. ㈜씨에이치씨랩(CHC LAB)은 세련된 모양의 실험실용 시스템 가구를, 종합 보안 서비스업체 ㈜달스코리아는 거부감을 줄인 디자인의 보안용 감시카메라를 공개했다.
 

▲ 1 온라인 음원을 입체 음향으로 구현하는 스피커. 아직 상품화 되지는 않았다. 2 달스코리아의 CCTV 카메라 ‘달스 프라임 돔 카메라’. 3 소라 모양의 MP3 플레이어. 출시 전이다. 4 원테크놀로지의 탈모 치료기 ‘오아제’. 5 실제 종이 사전의 모양과 비슷하게 디자인한 전자사전. 출시되지는 않았다. 6 퍼티스트의 골프 퍼팅 연습기 ‘플레이 퍼티스트’.

■대기업의 디자인 파워, 중소기업으로 확산돼야

대덕특구본부의 토탈디자인지원사업은 국내 중소기업들의 당면 과제 중 하나가 디자인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실제 국내 중소기업 제품들은 상당한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저급한 디자인으로 인해 평가절하되는 경향이 있다. 이노디자인 김영세 대표는 "삼성, LG,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대기업은 세계적인 수준의 디자인을 갖추고 있지만 중소기업의 수준은 한참 뒤처진다"면서 "대기업 중심의 디자인 파워가 시급히 중소기업으로 확산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할 때 디자인은 매우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일례로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트렌드모니터(trendmonitor.co.kr)가 전국의 만 25세~49세 여성 103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2010년 6월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69%의 응답자가 '가전제품 구입 시 집 안 인테리어와 잘 어울리는 제품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의 디자인 분야 투자는 저조하다. 2010년 5월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발간한 보고서 '우리 기업의 디자인 활용과 기업성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매출액 대비 디자인 투자 비중은 1%에 불과하다. 그나마 투자 금액 상위 15개사의 투자 총액 중 94%가 대기업에 편중되어 있어 중소기업의 디자인 분야 투자는 상당히 뒤처진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이 2년마다 발표하는 '2009 산업디자인 통계 조사'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견된다. 2008년 대기업의 디자인 분야 평균 투자금액은 57억1000만원이지만 중소기업은 1억3000만원에 불과한 것.

디자인이 제품의 모양 다듬기나 색깔 입히기에 그치지 않고 제품 콘셉트 개발, 생산, 마케팅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디자인 전략의 부재는 중소기업들에 2중 3중의 어려움을 준다. 2006년 4월 대덕특구본부가 특구 내 기업들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애로 사항으로 마케팅 40.6%, 홍보 및 광고 부문이 14.7%로 중요 항목을 차지했다. 부품 기업이 대다수여서 자체 브랜드가 없고, 마케팅의 출발점인 브랜드가 없으니 제품 양산이나 마케팅 노하우를 축적할 기회조차 없는 셈. 통합 디자인 컨설팅이 절박한 이유다.


 ■기존 제품에 비해 상담 문의 열배 늘어나기도

지식경제부와 대덕특구본부가 추진 중인 토탈디자인지원사업은 우수한 기술에도 불구하고 상품화 개발이 미흡한 벤처기업을 발굴해 기술활용과 디자인 개발 및 마케팅에 이르는 종합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우수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중소기업들에게 제품의 기획, 디자인, 생산, 마케팅 전과정을 통합 지원한다. 토탈디자인지원사업의 심의 기준은 크게 독자성(Originality)과 상업화(Business)의 두 가지. 독자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1년 6개월 이내에 제품 출시가 가능한 업체들이 지원 대상으로 선발, 컨설팅 지원이 이뤄졌고, 2010년 6개의 제품이 완성된 데 이어 순차적으로 나머지 결과물도 선보일 예정이다.

출시된 제품들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어떨까? '오아제'를 출시한 원테크놀로지의 장윤성 마케팅본부장은 "제품 출시 2개월 동안 11억원의 매출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기대에 비해 다소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소비자나 바이어들의 반응이 좋아 조만간 주문이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다. 화이트스파의 한윤수 영업부장은 "최근 제품의 판매 요인 추세가 디자인, 품질, 가격의 순이어서 이번 지원 사업의 결과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면서 "새로 선보인 '소프트스톤'의 상담 문의가 동류의 기존 제품에 비해 열배 정도 많아 조만간 큰 결실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며 기대감을 표명했다.

이번 디자인지원사업으로 출시된 제품들은 12월 초 현재 24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내년 시장 진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3년 이내에 1,000억 원 이상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대덕특구본부 측의 설명이다.

김보선 조선매거진 기자 kimst5@chosun.com

입력 : 2010.12.2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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