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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패션

발명의 황금기를 주도한 ‘뽕브라’개발사

발명의 황금기를 주도한 ‘뽕브라’개발사-자연산

19세기 후반 부터 20세기초 미국은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만큼 발명이 활발했던 시기로 평가받는다.에디슨의 전구나,그레이엄 벨의 전화기 발명 못지않게 수많은 발명가들이 달려들어 경쟁을 벌인 분야가 있었는데,바로 여성의 가슴을 확대하는 것이었다.인류 발명사의 황금기를 장식하는 상당부분을 차지한 것은 ‘뽕브라’개발의 역사였던 것이다.

1858년 앤 S.맥클린이라는 여성이 ‘가짜 유방’에 대한 최초의 특허를 냈다고 하는데,이 가짜 가슴을 착용한 여성은 『니벨룽의 노래』에 나오는 지크프리트의 힘센 부인 브륀힐트처럼 ‘건장해 보이는’가슴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하지만 코르셋에 삽입한 가슴패드에서 4인치는 족히 튀어나오는 뾰족한 원추 형태 철사로 만든 가짜 가슴은 여인을 끌어안는 남편에게 상당한 고통(?)을 안겨줬을 것으로 추정된다고도 하는데.

이후 철사 기술이 개선되면서 맥클린 부인의 아이디어는 여러 사람을 통해 모방되고 개량됐다.하지만 가짜가슴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한 것은 고무였다.미국의 찰스 굿이어 등에 의해 개발된 가황처리 고무는 여성의 가슴 크기를 확대할 수 있는 그럴싸한 대안으로 즉시 채택됐다.사람들은 고무로 만든 자전거 바퀴에 공기를 주입하는 것을 생각하기보다 ‘공기를 넣은 가슴’을 먼저 생각해 냈다.한마디로 뽕패드의 역사가 자전거 타이어의 역사보다 앞선 것이다.초기 미국의 가짜유방 광고는 “바람이 빠지지 않는 재료로 만든 이 가슴개선 용품은 이제껏 사용되던 양모와 면으로 만든 패드를 개선한 것”이라는 문구로 여성들의 눈길을 끌고,지갑을 열게 했다.

이 시기에는 코르크도 인기있는 가슴확대 도구였다.당시 광고문구들은 “코르크로 만든 패드는 가볍고 통기성이 좋아 우아하고 건강에 좋다”며 “패드가 드레스 안에 완벽하게 고정돼 우아한 채형을 만들어주고 깔끔하게 싸여져 있고 부서지거나 망가지는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오늘날 광고문구와도 차이가 거의 없다!)

1876년에는 뉴욕에 거주하는 엘리자베스 웰든이라는 여성 발명가가 속을 다시 쉽게 채울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패드를 개발해 특허를 받기도 했다.그녀는 당시 대부분의 패드가 얼마간 사용하면 “땀이 차고,속이 엉기거나 뭉쳐서 단단한 덩어리나 매듭으로 굳어진 채 패드를 싸고 있는 주머니 아래쪽으로 처지기 때문에 착용감이 떨어진다”고 비난했다.

1898년 미시건주의 도라 해리슨이 개발한 부풀릴 수 있는 고무가슴은 바람을 넣는 ‘꼭지’를 가슴 양쪽에 달아 놓았다.이 제품은 1907년 특수 처리로 냄새를 제거한 얇은 살색 고무를 이용해 대폭 개선됐다.이 장치는 옷을 입기전에 바람을 넣게 되어 있었지만,필요할 경우 착용후에라도 패드를 더 부풀리고 싶다면 착용자의 입이 쉽게 닿을 수 있도록 편리한 위치에 바람 불어넣는 꼭지를 달았다고 한다.

1912년 시카고의 발명가 올리버 데니스는 “입었을 때 착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출렁거리는”실물같은 제품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같은 과학의 힘을 빌어 대문자 S라인을 갖는 여성이 늘어나는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당대의 유명 매춘부 롤라 몬테즈는 “인도 고무로 만든 인위적인 가슴은 가슴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파괴할 수 있는 ‘웃기는 발명품’”이라고 비난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같은 인조가슴들은 오랜 세월 장수를 누리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고무에 땀이 차서도 아니고,유명인들이 비난해서도 아니었다.바로 인조가슴이 심미적인 관점에서 실패작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당시 기술상 한계 때문에 고무패드는 팽창하거나 바람이 빠져서 짝가슴이 되기 일수 였다.심지어 제대로 고정되지 않아서 가슴이라고 짐작되는 부분이 엉뚱한 방향으로 향할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얼마전 ‘보온병’발언으로 설화를 치렀던 한 유명 정치인이 이번에는 ‘자연산’발언으로 곤욕을 겪고 있다.어떤 생각으로 그런 황당한 발언을 계속 하는지 하는 생각이 들다가,문득‘자연산’을 찾아보기 힘들게 만들었던 위대한 과학기술 발명의 역사가 생각나 조금 쑥스럽긴 하지만 정리해봤다.

<참고한 책>
테레사 리오단, 아름다움의 발명, 오혜경 옮김, 마고북스 2005

김동욱 기자의 역사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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