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esign Trend/사람들

애플 아이팟 디자인의 스승 오셨네, 디터 람스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산업 디자인계의 살아있는 전설’ 디터 람스(78)의 한국 첫 전시회 ‘레스 앤드 모-디터 람스의 디자인 10계명’이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2008년 일본 오사카에서 출발한 전시회는 도쿄와 영국 런던,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2년만에 한국으로 왔다. 첫 오디오 작품부터 라디오, 가구 등 그가 40년간 브라운사와 덴마크 가구업체 비에초사를 위해 디자인한 제품 400여점을 선보인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전혀 고루하거나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군더더기가 없어 깔끔하고 세련됐다.

전시회의 주제인 디자인 10계는 람스가 1980년대 ‘좋은 디자인을 위한 10계’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이래 산업 디자인계의 바이블처럼 통한다.

‘좋은 디자인은 혁신적이다’,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유용하게 한다’, ‘좋은 디자인은 아름답다’,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이해하기 쉽게 한다’, ‘좋은 디자인은 정직하다’, ‘좋은 디자인은 불필요한 관심을 끌지 않는다’, ‘좋은 디자인은 오래 지속된다’, ‘좋은 디자인은 마지막 세부까지 철저하다’, ‘좋은 디자인은 환경친화적이다’, ‘좋은 디자인은 최소한의 디자인이다’ 등 10가지다.

50년 전에 발표됐지만 여전히 유효하다. 람스는 “제품 디자인은 많은 것을 담을 필요가 없다. 제품 디자인의 핵심은 대량생산, 기능성, 미래성”이라면서 “해외 순회전시를 통해 단순하고 명쾌한 디자인에 대한 확신이 더욱 강해졌다. 10계를 바꿀 필요 없다”며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재확인했다.

람스는 1932년 독일 비스바덴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실내건축을 전공한 그는 1955년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독일 가전업체 브라운에 입사했다. 이후 면도기, 라디오, TV 등 각종 제품에 간단명료하면서 기능성에 충실한 디자인을 도입해 브라운을 글로벌 가전업체로 키우는데 기여한 뒤 1997년 브라운을 떠났다.

1955년부터 1995년까지 브라운이 출시한 제품 약 1300개 중 람스가 디자인한 것이 무려 514개에 달한다. 독일 현대디자인의 선구자로 평가받으며 올해 최고의 디자이너로 뽑혀 독일 쾰른 국제디자인대학으로부터 ‘쾰른 클로퍼’상을 수상했다.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혁신적이고 유려한 디자인으로 인기 높은 애플의 수석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43)가 람스를 가장 존경하는 디자이너로 손꼽았다. 실제로 애플의 성공을 이끈 아이팟이 람스가 1959년 디자인한 브라운의 휴대용 트랜지스터 라디오 모델 ‘T3’를 모티브로 삼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람스는 “조너선 아이브가 애플에서 제품을 선보였을 때 내 것을 표절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하지만 나는 ‘그는 내 디자인을 발전시킨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현시점 최고의 산업디자이너에게 애정을 표현했다. “디자이너가 기업과 일할 때는 마케팅 부서 한 곳과 해서는 안 된다. 경영진과 함께 호흡하며 회사의 방향과 목표를 공유하며 가야 한다”면서 “60년대에 획기적으로 브라운 경영진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나, 애플 경영진과 철학을 공유하는 아이브가 비슷하다”고 평했다.

람스는 “좋은 디자인은 집처럼 편안해야 한다”며 “젊은 디자이너들은 디자인에 사회적 기능이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하고 항상 열려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시회의 산파 역인 정준모 국립현대미술관 전 학예연구실장(53·2011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전시감독)은 “람스가 브라운을 떠난 뒤 브라운의 디자인이 확 달라진다. 한 사람의 디자인이 기업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잘 증명한다”며 “제품의 가치를 업그레이드하려는 사람들이라면 이번 전시회를 꼭 관람해 교훈과 배움의 터로 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전시회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응용미술관과 일본 오사카 산토리미술관이 공동 기획했다. 내년 3월20일까지 계속된다.

ace@newsis.com
| 기사입력 2010-12-20 15:27
<저작권자ⓒ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