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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행사

칫솔부터 컴퓨터까지…일상을 디자인하다

산업디자인 거장 디터 람스 국내 첫 전시  


독일 산업디자인의 거장 디터 람스(78).그는 1955년 독일 유명 가전업체 브라운(BRAUN)에 입사해 1997년 퇴사할 때까지 514개의 제품을 디자인했다. 중소기업에 불과했던 브라운이 세계적인 소형전자 제품의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람스의 디자인 덕분이었다.

단순하면서도 우아하고,명료하면서도 간결한 그의 디자인은 소비자들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별한 주목을 받았다. 전기면도기,전동칫솔,무비 카메라,음향기기 등 일상적인 전자 제품부터 선반,가구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디자인한 것이다.

그는 어디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어 20세기 디자인을 주도했을까. 이 같은 질문에 해답을 제시할 전시회가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응용미술관과 일본 오사카 산토리미술관이 공동으로 기획한 이번 전시에는 람스가 브라운에서 처음 발표한 오디오 SK4부터 그의 영향을 받은 후배 디자이너의 작품까지 모두 400여점이 출품됐다.

그가 평생 '디자인을 위한 10계명'을 원칙으로 삼고 작업해 온 만큼 전시회의 제목은 '레스&모어-디터 람스의 디자인 10계명'으로 정했다. 혁신적일 것,제품을 유용하게 만들 것,아름다울 것,제품을 이해하기 쉽도록 할 것,정직할 것,불필요한 관심을 끌지 않을 것,오래 지속될 것,마지막 디테일까지 철저할 것,환경친화적일 것,가능한 한 최소한으로 디자인할 것이란 원칙은 오늘날의 디자이너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전시장 전관은 산업 디자인 역사에서 람스의 작품이 나오는 시대적 배경뿐만 아니라 전후의 산업 디자인과 어떤 차이를 보이고 있는지를 확인해볼 수 있도록 꾸몄다.

2층 전시장에서는 하이파이 음향기기와 오디오 제품의 디자인을 만날 수 있다. 단조로운 디자인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낯설지 않고 편안하다. 컴퓨터 모니터와 손목시계,헤어드라이어,TV모니터 등 주로 가전 제품의 디자인을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 간결하고 명료하다는 점에서 우리의 선비정신과도 일맥상통하는 듯하다.

3층에는 람스의 디자인 철학을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그의 인터뷰 영상과 브라운사에서 개발한 초기 작품,그의 영향을 받은 후배 디자이너 제스퍼 모리슨,후카사와 나오토,조너선 아이브 등의 작품을 보여준다. 기업과 디자인,일상과 디자인이 만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 디자인의 흐름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는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그의 디자인 철학은 후배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 애플사의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다. 아이브의 맥북과 아이폰,아이패드 제품의 디자인에서 람스의 영향이 느껴진다.

"아이브와 저는 비슷한 점이 있죠.아이브가 애플과 굳건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 50년 전 제가 브라운과 맺은 관계가 바로 그것입니다. 회사 방향과 목표를 이해하고 작업하는 게 중요해요. 이는 미래에도 더욱 중요한 요소입니다. "

람스는 디자인을 중시하는 기업인들에게 '열린 자세'를 지니라고 말한다. "한국 기업은 제품을 디자인할 때 지나치게 기능에 집중하는 것 같아요. 다소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디자인을 시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

그는 오직 마케팅만을 위해 '소비되는 디자인',세상에 나오자마자 곧바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가야 하는 '생명이 짧은 디자인'을 안타까워했다. 전시회는 내년 3월20일까지 이어진다. 어른 5000원.(02)720-0667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입력: 2010-12-19 17:37 / 수정: 2010-12-19 1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