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esign Trend/환경

도심 슬럼가 예술마을로 거듭났다

ㆍ울산시 남구 야음동 신화마을 ‘신화 만들기’

도심 속 외딴 섬처럼 방치됐던 울산시 남구 야음동 신화마을이 예술마을로 거듭났다. 슬럼가가 소외계층과 문화예술이 상생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신화마을은 1960년대 석유화학단지 조성때 남구 매암동 철거민들이 이주해 정착한 마을이다. 당시 이주민 상당수가 포경업 종사자들이어서 신화마을은 고래와 깊은 인연이 있다. 현재 186가구 380여명의 주민 대부분이 60세 이상 노인이고, 좁은 골목 양쪽으로 옹기종기 들어선 단층주택 건물은 매우 낡았다. 이 마을이 색채와 조형물로 가득한 예술마을로 재탄생했다.

15일 울산 남구 야음동 신화마을 내 ‘음악의 골목’에 위치한 한 주택가 담장이 음표 등을 이용한 벽화로 꾸며져 있다. | 백승목 기자

◇ 마을 전체가 지붕 없는 미술관 = 15일 찾아간 신화마을. 승용차 두 대가 겨우 비켜다닐 만한 마을 진입로 양쪽의 주택 담장과 벽면이 온통 그림과 판화·조각품·조형물 등으로 가득했다. 고래를 주제로 한 벽화를 비롯, 지붕 위에 설치된 고래와 토끼 조형물, 둥근 모양의 돌출 간판 등이 멋지게 어울려 배치돼 있다. 마을내 각 골목은 ‘테마 벽화’로 치장됐다. 동화의 골목, 동심의 골목, 시(詩)의 골목, 음악의 골목, 민화의 골목, ‘창밖 너머로 굽어보는 개’ ‘집에서 슬그머니 도망쳐 나오려는 고양이’ 등 해학적이면서 포근한 옛 시골마을을 연상케 하는 작품들이 눈에 띈다.

신화마을은 문화관광부와 울산 남구청이 공동으로 진행한 ‘2010 마을미술 프로젝트’에 힘입어 다시 태어났다. 여기에 울산공공미술연구소 소속 지역 화가 10여명이 마을내 골목길을 단장했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뜸하던 마을 방문객도 제법 늘었다. 주민 최성자씨(62·여)는 “주말이나 휴일에 그림을 그리려고 스케치북을 든 학생들이나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자주 온다”고 말했다. 에세이울산동인회 이서원 회장은 “올해 울산 남구청이 주관한 고래 관련 창작동화공모전에서 수상한 내 작품 <고래를 품은 바위>가 신화마을의 벽화로 재탄생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이 곳의 작품은 다른 도시의 벽화와 달리 주제가 있어서 신선하다”고 말했다.

울산공공미술연구소는 울산의 새 문화공간으로서의 신화마을 홍보와 지역 예술의 계승·발전을 위한 의견수렴 차원에서 지난 10일부터 오는 26일까지 지역작가 30여명이 참여하는 ‘지붕 없는 미술관-야음동 신화마을 174번지’ 전시회를 열고 있다. 입체 및 설치작품을 비롯해 회화, 사진, 영상, 조각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마을내 빈 집 3곳을 골라 전시실로 꾸몄다. 골목과 마당에는 입체·조각 등 조형물을 설치하고, 관람객들을 위한 ‘방문자 방’도 마련해 편하게 쉬면서 작품을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큐레이터를 맡은 작가 김근숙씨(서양화가)는 “신화마을이 지역 문화예술과 소외계층이 상생하는 공동체로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예술촌 조성여론도 모락모락 = 신화마을은 전국 유일의 고래특구인 울산 장생포와 승용차로 불과 5분 거리에 있다. 이 때문에 장생포의 고래박물관, 고래연구소, 고래고기 음식점 등과 연계할 경우 신화마을 예술촌이 새 문화예술관광지로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예술계는 보고 있다. 울산공공미술연구소 곽영화 대표는 “신화마을 예술작품은 마을미술프로젝트가 끝난 이후에도 유지 관리가 필요하다”면서 “예술촌이 조성된다면 신화마을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이 다른 지역에 비해 예술활동 기반이 열악하다는 점도 한 몫하고 있다. 예술계 인사들은 “김해·양산 같은 작은 도시에도 예술촌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예술계는 신화마을에 미술작가뿐 아니라 시인·극작가·음악가 등 각종 예술인들이 모여 예술활동을 하고, 문화예술작품을 주민들이 판매할 수 있게 하면 주민과 예술인들이 상생하는 생활문화공동체가 될 것이란 주장이다.

김창현 울산 남구청 고래관광과 사무관은 “예술인들에게 어떤 형식이든 무상 지원을 할 경우 선거법 저촉여부가 우려된다”면서도 “지역공감대가 더 확산되고 위법사항이 없는 범위 내에서 예술인촌 조성이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입력 : 2010-12-15 22:26:32ㅣ수정 : 2010-12-15 22:26:34
ⓒ 경향신문 & 경향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