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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영상

글 읽으며 게임하고… 캐릭터와 춤도 추고… 전자책의 유혹

그래픽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2003년 출시돼 18권까지 1000만 부 이상 팔린 ‘마법천자문’(21세기북스)은 만화를 통한 독특한 한자학습서 영역을 개척하며 어린이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 책은 이제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달에 안드로이드폰용 전자책을 선보이고 두 달 뒤면 아이패드 갤럭시탭 등 태블릿PC 버전이 나오는 것.

전자책 버전은 한자마법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컴퓨터 화면에 직접 한자를 쓸 수 있고 애니메이션도 등장해 어린이들의 흥미를 높인다. 화면상에서 천자문 카드놀이도 가능하다. 다양한 장치에 적합한 전자책을 일일이 개발하는 데 4개월 전부터 3억여 원을 투입했다.

○ 학습서들 앞장서 발 빠른 대응

어린이 책이 전자책의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다. 동화책과 학습서로 대표되는 어린이 책은 전자책 중 가장 유망한 분야로 꼽힌다. 움직이는 캐릭터 등 전자책이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효과가 어떤 매체보다도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뜨인돌 출판사의 학습도서 ‘노빈손시리즈’도 전자책 개발을 끝내고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아직은 종이책을 컴퓨터 화면에 옮겨놓은 수준이지만 다양한 입체성을 구현하기 위해 기술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노빈손시리즈는 ‘노빈손’이라는 캐릭터를 앞세워 과학상식을 이야기로 풀어내 500만 부 이상이 팔렸으며 최근에는 과학을 넘어 다양한 분야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과학학습만화 ‘Why?’ 시리즈를 만드는 예림당도 자회사 예림디지털을 설립해 전자책 제작을 서두르고 있다. 이 출판사는 2000만 권 이상 팔린 시리즈를 게임으로도 개발하고 있다. 웅진주니어도 초등학교 고학년 학습서 위주로 전자책 개발에 나섰다.

○ ‘동화책이 전자책의 백미’ 예상

어린이 전자책 중에서도 동화책은 가장 유망하다는 예측이 우세하다. 동화 속 그림을 동영상이나 입체적인 화면으로 구현할 수 있어 특히 대형 출판사들이 잇따라 개발에 나서고 있다. 문학동네는 12년 동안 이 회사가 주최한 ‘어린이문학상’ 수상작을 곧 휴대전화 갤럭시 앱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아직은 텍스트와 그림이 흐르는 정도의 수준이지만 업계에서 처음 선보이는 것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종이책과 전자책을 결합한 ‘증강현실(AR·Augment Reality)’ 동화책도 눈길을 끈다. 출판사 삼성당은 최근 증강현실 동화책 ‘요정의 나라’를 선보였다. 증강현실이란 현실세계에 가상물체가 겹쳐 보이도록 한 기술을 말한다. 이 책에 포함된 CD를 컴퓨터에 넣고 프로그램을 내려받으면 증강현실을 체험할 수 있다. 책의 특정 부분을 프로그램이 설치된 컴퓨터 화상카메라에 대면 동화 속 요정이 나와 춤추고 꽃을 뿌리는 입체적인 장면을 감상할 수 있다.

○ 개발비용, 저작권, 인세 등 풀어야 할 숙제로

그러나 몇몇 대형 출판사를 제외한 어린이책 출판사들은 전자책이 유망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아직은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장성 확보에 대한 의문과 저작권, 인세 문제 등은 전자책 출시를 위해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이유남 21세기북스 디지털사업본부장은 “아이패드 갤러시탭 등 장치마다 다양한 전자책을 개발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반면 독자들은 종이책에 비해 전자책 값이 쌀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으므로 시장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하 비룡소 편집장은 “어린이 책은 종이가 주는 질감, 부모의 무릎에 앉아 읽는 정서적 교감 등이 중요한데 전자책은 이런 점이 부족하다”며 “준비는 하고 있지만 선뜻 전자책시장에 뛰어들기에는 아직 위험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동아일보 | 2010-12-09 03:00  2010-12-09 0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