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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산업

‘현대는 ‘곡선’ 기아는 ‘직선’ 디자인만 ‘척 봐도’ 알겠네!

브랜드 인지도 향상 목표
모든 차종 ‘패밀리룩’ 적용
  
   

 » 현대차 그랜저    
 
» 기아차 벤가 
 
세계 시장에서 현대자동차의 오랜 고민은 쏘나타의 성능이 경쟁차 못지 않은데도 왜 큰 인기를 끌지 못하는가였다. 조사 결과 원인은 디자인이었다. 디자인에서 경쟁차들한테 밀린다는 것이 고객들의 평가였다. 디자인 혁명이 필요한 때였다. 현대차는 지난해 신형 쏘나타를 내놓을 때부터 기존 개발 프로세스를 뜯어고쳤다. ‘디자인 사전점검 회의’를 조직해 차량 개발 단계에서 디자인과 설계 부문이 함께 머리를 맞대도록 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현재 호평을 받고 있는 ‘플루이딕 스컬프처’ 디자인이다.
전세계 자동차업계의 경쟁 심화로 자동차 디자인의 중요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성능과 사양의 평준화에 따라 소비자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디자인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셈이다. 국내 자동차 브랜드의 쌍두마차격인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해부터 디자인의 극적 변화를 시도했고 이제 어느정도 고유 ‘패밀리룩’의 틀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는 쏘나타에서 첫선을 보인 ‘플루이딕 스컬프처’(자연에서 모티브를 얻은 디자인을 정교한 조각처럼 모델링한다는 뜻)를 올 들어 아반떼, 엑센트에 이어 최근 공개한 신형 그랜저 디자인에까지 계속 계승·발전시키고 있다. 쏘나타는 난을, 아반떼는 바람을 모티브로 디자인됐다. 그랜저까지 보면, 이제는 굳이 로고를 보지 않더라도 현대차임을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디자인 정체성이 확립돼 가고 있다.

기아차는 아예 지난 2006년부터 정의선 당시 사장의 주도로 ‘디자인 경영’을 전면에 내세웠다.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의 영입은 디자인 경영의 핵심으로, 그가 제시한 ‘직선의 단순화’와 호랑이입 모양 그릴은 지난해 말 케이(K)7과 올해 케이(K)5에 구현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벤츠의 프리미엄 전략이나 볼보의 안전성 등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는 그들만의 차별화된 ‘플러스 알파’가 있다”며 “기존에 갖고 있던 역량만으로는 선진업체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차별화된 경쟁 우위 요소로 디자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형제차’라는 인식을 넘어 차별화하기 위한 선택이기도 했다. 그 결과 쏘울이나 벤가 등 신차들이 ‘레드닷’이나 ‘이프(iF)’ 등 권위있는 디자인상을 휩쓸고 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기사등록 : 2010-11-26 오후 08:3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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