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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시각

빛의 색깔·세기가 감정에 직접 영향

빛의 색과 세기는 우리의 감정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것이 비교적 간접적인 정서적 영향이라는 기존 학설과 달리 매우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두뇌활동에 근거한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지면서 미래 기술과 산업에도 상당한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청색 빛은 감정 증폭제

최근 청색 빛을 보게 되면 긍정적·부정적 감정이 모두 증폭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벨기에 리에주대학 연구팀은 17명의 실험자에게 녹색과 청색 빛을 비추면서 의미가 없는 가짜 언어로 중립적 혹은 공격적 느낌의 목소리를 들려줬다.

그 결과 청색 빛을 비출 경우 대뇌 측두엽의 음성관련 부위의 반응이 훨씬 증폭됐다. 또한 감정자극과 연관된 뇌 부위인 편도체 및 시상하부도 청색 빛에 의해 반응이 증가했다.

따라서 음성정보의 느낌을 파악하는 과정과 주변 조명의 색채가 감정자극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 두뇌활동으로도 입증된 셈이다.

■미래 제품 빛의 세기로 정보 전달

이러한 사실들이 드러나면서 빛의 색과 세기는 새로운 정보전달 매체로 자리를 잡고 있다.

KAIST 산업디자인 감성색채공학전문가 석현정 교수는 1일 “강렬한 빨간색 조명이 은은한 회색 조명보다 주위를 환기시킨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빨간색 조명을 보는 순간 곧바로 심장박동수가 증가한다는 점은 잘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이 같은 정보전달 매체는 학습, 수치보다 훨씬 더 정확하고 직관적인 정보를 알려줄 수 있기 때문에 미래 제품들엔 매우 필수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자동차의 연료·속도·장비상태 등의 계기판 수치를 빨리 읽을 때 초보운전자나 시력이 좋지 않은 노인 등은 이를 뇌로 신속하게 전달하기 힘들 수 있다. 하지만 강렬한 색이 이들의 뇌를 직접 자극한다면 그 세기의 차이만으로도 곧바로 상황의 심각성을 구별할 수 있다.

이것을 활용하면 더욱 다양하고 심층적인 ‘맞춤형’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특정 색과 세기의 빛은 공통적인 직관적 자극뿐만 아니라 훈련되거나 기억된 상황에 대한 연상작용도 일으키기 때문이다.

보라색 조명 아래서 자두 등의 과일은 거의 본능적으로 맛이 없어 보인다. 여기에 보라색이 학습이나 훈련을 통한 ‘극렬한 위험’이라는 연상작용을 불러일으킬 경우 아무리 배가 고프더라도 그 자두를 먹을 확률은 급격히 떨어진다.

물론 이런 조명을 다이어트에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학습을 공공안전 및 교육에 포함시킬 경우 많은 사고를 예방하게 된다. 예를 들어 특정 위험물질을 어린이들이 절대로 만지거나 먹지 않도록 교육할 수 있다.

석 교수는 “앞으로 미래 발광다이오드(LED) 등의 제품은 다양한 정보를 우리 뇌와 감성에 빠른 속도로 직접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빛의 색과 세기는 객관적 수치로 분석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물리적 수치이므로 공학, 의학 등의 전문가들과도 인간의 생리적·감성적 변화에 대한 무한한 공동연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kueigo@fnnews.com김태호기자

■사진설명=빛의 색과 세기는 정서적인 면뿐만 아니라 두뇌활동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줘 감정 증폭을 조절한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기사입력 : 2010-11-0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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