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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산업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는 카시나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는 카시나
CASSINA


1950년대 이후 세계 가구 디자인의 흐름은 이탈리아 가구 디자인의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현재까지도 세계 가구 트렌드를 선도하는 이탈리아 가구의 중심에는 80년이 넘도록 전통적인 장인 기술과 현대적인 최첨단 기술을 접목해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는 카시나가 자리한다.
 

수공예를 산업화하다
해마다 4월에 열리는 밀라노 가구 박람회를 가보면 전시장뿐만 아니라 밀라노 곳곳에서도 얼마나 많은 전시가 열리는지 그 뜨거운 디자인 열기가 너무나 부럽고 샘날 정도다. 이탈리아 산업디자인협회에 등록된 디자이너가 1000여 명, 가구 제조업체 수가 무려 3만여 개에 이른다니 이탈리아가 세계의 가구 디자인 산업을 이끌어간다는 사실이 충분히 이해된다. 물론 이탈리아의 가구 산업 발전이 단 몇 년 만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밀라노 가구 박람회가 열리기 시작한 1961년 훨씬 이전부터 이탈리아에는 가족 단위로 운영하던 소규모의 수공예 가구 공방이 여럿 있었고 그로부터 이탈리아 가구 산업이 시작되었다.

이탈리아 북부 메다(Meda)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가구 브랜드 카시나 역시 18세기부터 목재 가구를 생산하던 수공예 가구 공방에서 비롯되었다. 지금의 카시나가 시작된 것은 1927년 카시나가(家)의 움베르토와 세자르 형제가 가구 회사 아메데오 카시나(Amedeo Cassina)를 설립 하면서부터다. 1930년대까지 고전적인 가구를 생산하던 카시나는 기존의 전통적인 수공예 기술을 산업화하면서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50년대에 이탈리아 정부는 산업부흥을 꾀했고 당시 다른 대륙으로 통하는 유일한 고통수단인 선박 산업이 최대의 호황을 누렸다. 이와 더불어 선박에 가구를 납품하는 가구업체들도 성장하기 시작했는데 카시나도 그중 하나였다. 카시나는 장인 중심으로 진행되던 생산 라인을 산업화하면서 품질 높은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1952년 카시나는 디자이너 지오 폰티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초호화 여객선 안드레아 도리아(Andrea Doria)의 인테리어와 퍼니싱을 완성했다. 그리고 1957년 지오 폰티는 배 안에서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초경량' 의자 '슈퍼레게라(Superleggera, '초경량'이라는 뜻)'를 디자인했다. 튼튼하고 가벼워서 쉽게 옮길 수 있는 '슈퍼레게라'는 불필요한 장식을 벗어던지고 실용성에 중점을 둔 '가벼운' 가구의 시작을 알린 기념비적인 디자인이다. 카시나는 이 의자를 만들기 위해 6년이나 투자했다. 나무 프레임의 껍질까지 벗기고 철제 부속품 대신 각재가 맞물리는 방식으로 제작해 최대한 가볍게 만든 슈퍼레게라는 성인 여자가 검지 하나로도 충분히 들 수 있으며 집어 던져도 결코 부러지지 않을 정도로 탄력적이다. 지오 폰티는 이를 증명하려고 카시나 공장 마당에서 의자를 집어 던지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카시나는 시대의 변화를 수용해 산업화를 이루었고 성공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그 중심에 몇 세기를 내려오며 다져진 장인들의 전통 기술이 없었다면 카시나만의 정체성은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다. 동시대 디자이너들의 참신한 디자인, 그리고 이를 실현시키는 최첨단 기술과 전통적인 장인 기술의 접목은 1927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 카시나 정신의 핵심이다. 2005년 카시나는 카펠리니, 토넷 비엔나 등이 속한 폴트로나 프라우 그룹(Poltrona Frau Group)의 일원이 되었다. 회사의 주인은 바뀌었지만 과거와 현재를 잇는 최고의 '메이드 인 이탈리아' 가구로서 카시나의 가치는 여전하다. 
  

1 SUPER LEGGERA BY GIO PONTI(1957) 나무 프레임의 껍질까지 벗겨 초경량으로 만든 의자.
2 MARALUNGA BY VICO MAGISTRETTI(1973) 등받이를 구부리면 헤드레스트가 되는 쇼파
3 WILLOW 1 BY CHARLES. MACKINTOSH(1973) 둥글게 굽은 격자문늬의 등받이가 기하학적인 느낌을 준다.
4 ZIG ZAG BY GERRIT T. RIETVELF(1973) 나사나 못 없이 이음새를 깔끔하게 맞물려 완성한 '지그재그' 체어.

새로운 소재와 기술을 실험하다
공기를 넣어 부풀린 폴리우레탄 블록 하나로 마든 암체어 '치프레아(Ciprea)', 하나하나 분해할 수 있는 의자 'AEO', 철제 프레임에 가죽 옷을 입히고 네 개의 지퍼로 마감한 의자 '캡(Cab)', 형태를 바꿔 두 가지 버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의자 '윙크(Wink)', 두꺼운 펠트로 프레임을 만든 암체어 '펠트리(Feltri)', 클래식한 버튼다운 가죽 소파를 모던하게 재해석한 '프리베(Prive)' 컬렉션등 수십 년간 카시나와 당대의 재능 있는 디자이너들이 손잡고 선보인 가구들은 소재의 사용이나 디자인에서 전형적인 가구 패러다임을 파괴하는 혁신 그 자체였다.

카시나에서 새로운 소재와 형태를 실험하기 시작한 것은 외부 디자이너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본격적으로 산업화로 나아간 1940년대 후반부터이다. 카시나와 지오 폰틱가 손잡고 6년이나 매달려 완성한 '슈퍼레게라' 의자는 디자이너의 아이디어와 브랜드의 기술적인 노하우가 최초로 결합한 상징적인 제품이라 할 수 있다. 1960년대 카시나에서는 플라스틱과 공기를 주입한 소재에 관심을 기울였다. 특히 공기를 주입해 부풀린 폴리우레탄은 기존의 가구에서 벗어난 새로운 형태를 가능케 했는데, 1968년 마리오 벨리니가 디자인한 '레 무라(Le Mura)' 소파와 침대는 차가운 상태의 플라스틱폼을 다루는 기술력으로 완성되었다. 1973년 아르키줌(Archizoom)의 일원이있던 파올로 데가넬로와 카시나 리서치 앤 디벨롭먼트 센터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탄생한 의자'AEO'는 의자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콘셉트를 제시했다. 우레탄 베이스에 마치 셔츠처럼 면 패브릭을 입히고 공기를 주입한 폴리우레탄 쿠션을 얹은 이 의자는 디자인 자체도 독특하지만 각 요소를 분해해서 세탁할 수 있어 실용적이기까지 하다. 1973년 비코 마지스트레티가 디자인한 소파 '마라룽가(Maralunga)가 되며 '윙크'는 아랫부분을 펴고 접음에 따라 발을 쭉 뻗을 수 있는 라운지 체어나 암체어가 된다. 1987년 가에타노 페세가 디자인한 암체어 '펠트리'는 열경화성수지(열을 가해 단단하게 굳힌 다음에는 다시 열을 가해도 물러나지 않는 수지)로 속을 채운 두꺼운 펠트로 독특한 형태감을 구현했다.
면면이 독특한 제품들을 높은 퀄리티로 제작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카시나가 갖춘 장인 기술과 노하우 덕부니다. 카시나에서는 목재 건조부터 목재 다듬기, 조림, 가죽 선별과 재단 등 가구 제작 전 과정을 자신 있게 공개하고 있다. 홈페이지의 버추얼 투어(Virtual Tour)를 클릭하면 각 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물론 실제 작업 과정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1 RED AND BLUE BY GERRITT. RIETVELD(1973)
레드 등받이와 블루 시트, 블랙 프레임이 기하학적인 구성을 이룬다
2 CAB BY MARIO BELLINI(1977)
스틸 프레임에 지퍼를 단 가죽을 입혀 만든 의자. 같은 방식으로 암체어와 쇼파도 제작된다.
3 WINK BY TOSHIYUKI KITA(1980)

아랫부분을 접고 폄에 따라 암체어와 긴 의자 두 가지로 사용할 수 있다. 두 부분으로 나뉜 헤드레스트가 자세를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4 BARREL BY FRANK L. WRIGHT(1986)
등받이가 둥근 클래식한 다이닝 체어.


I MAESTRI, I CONTEMPORANEI
카시나는 1964년 르 코르뷔지에 초기 디자인의 리프로덕션을 생산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 그리고 1973년 게리트 T. 리트벨트가 디자인한 '레드 앤 블루(Red and Blue)' 체어를 시작으로 'Cassina I Maestri' 컬렉션을 론칭했다. 모던 클래식 가구 디자인의 거장들, 르 코르뷔지에, 게리트 T, 리트벨트, 찰스 R, 매킨토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샤를로트 페리앙, 프랑코 알비니의 리에디션이 'I Maestri' 컬렉션의 리에디션 역시 오리지널 그대로 생산되지 않는다. 카시나에서는 원래의 디자인 콘셉트를 존중하면서 현대의 최첨단 기술로 좀 더 완성도 높게, 그리고 현대 생활에 적합하게 리에디션 제품을 선보인다. 예를 들면 게리트 T. 리트벨트의 '지그재그(ZigZag)' 체어는 원래 연결 부분이 모두 나사로 고정되어 있었으나 카시나에서 나사 없이 맞물리는 구조로 더욱 깔끔하게 제작하고 있다. 카시나의 또 다른 컬렉션인 'I Contemporanei'는 현대의 가장 핫한 디자이너들의 제품으로 구성된다. 지오 폰티, 필립 스탁, 가에타노 페세, 콘스탄틴 그릭, 마리오 벨리니, 장 마리 마소, 토시유키 기타 등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카시나의 기술력을 통해 멋진 제품으로 구현되었다. 
 

1 FELTRI BY GAETANO PESCE(1987)
두꺼운 펠트로 전체 프레임을 만들고 등받이와 시트 부분에 다양한 컬러의 패딩 패브릭을 덧대어 만든 암체어.
2 DODO BY TOSHIYUKI KITA(2000)
헤드레스트와 시트 아랫부분을 접으면 암체어가 되고 모두 펼치면 라운지 체어가 된다. 등받이의 각도를 조절할 수 잇다.
3 HOLA BY HANNES WETTSTEIN(2003)

스틸 프레임에 플라스틱 다리를 매치한 의자.
4 ASPEN BY JEAN MARIE MASSAUD(2005)
시트 부분에서 살짝 꼬아 위로 올려진 등받이 부분이 독특한 소파. 두 개를 이어 붙이면 등받이가 완만한 언덕 모양이 되는 긴 소파로 만들 수 있다.

1 BOBOLI BY RODOLFO DORDONI(2007)
압출 성형한 알루미늄 다리가 기하학적인 테이블.
2 PRIVE BY PHILIPPE STARCK(2007)
클래식한 버튼다운 소파를 모던하게 재해석했다. 암체어, 소파, 여러 가지 크기의 아일랜드 유닛 등으로 구성된 컬렉션.
3 KANU BY KONSTANTIN GRCIC(2008)
플라이우드를 둥글게 구부리는 혁신적인 기술로 완성되었다.
4 TOOT BY PIERO LISSONI(2009)
벤치를 기본으로 다양한 크기의 등받이 쿠션과 패널을 가감해서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소파.

 
Cassina in Seoul
카시나의 80년 가구 역사를 통해 탄생된 멋진 가구들을 직접 살펴볼 수 있는 쇼룸이 서울에 오픈했다. 카시나 로고가 그대로 디자인에 적용된 강렬한 레드 컬러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모노톤의 차분한 공간에 20세기를 대표하는 디자인 가구로 구성된 'I Maestri' 컬렉션과 현재의 유명한 디자이너들의 가구로 구성된 'I Contemporanei' 컬렉션이 잘 어우러져 있다. 무엇보다 이곳에서는 가구와 함께 요한슨, 브리토, 아브라함의 작품들이 걸려 있어 갤러리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데 카시나에서는 이 공간을 단순히 가구 매장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문의 카시나 코리아 02-516-1743, www.cassina.com

*자세한 내용은 엘르 데코 본지 10월호를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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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박진영 http://elle.atzine.com/elle/elleweb_template_fashion.iht?contId=B11_20101011_065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