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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패션

글로벌 패션리더를 위한 과제

[취재여록] 글로벌 패션리더를 위한 과제

내년 봄 · 여름 유행할 패션을 보여주는 파리패션위크 기간이었던 지난 4일 프랑스 파리의 크리용 호텔에서는 별도의 패션행사가 열렸다. 서울시 후원으로 해외 바이어들에게 샘플을 선보이는 '트라노이' 전시회를 통해 처음 파리 무대에 입문한 7명의 신진 디자이너들과 이상봉 · 최범석 · 송지오 등 3명의 해외 컬렉션 참가자들이 단독 쇼룸을 마련한 것이다.

디디에 그랑박 파리의상조합협회장과 영화배우 제인 버킨씨 등 패션 관련 인사들이 국내 디자이너들에 대한 호평을 쏟아냈다. 쇼룸을 둘러본 영국 패션지 그라지아의 한 기자는 "그 동안 한국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이번 시즌엔 한국 디자이너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며 "디자이너 이승희 · 김재현 · 최지형 · 이석태 등의 의상은 소재 선택이나 구조적인 디자인들로 눈길을 끌었다"고 말했다.

파리패션위크의 꽃인 파리컬렉션(패션쇼)에 참여한 90여명의 여성복 디자이너 가운데 한국 디자이너는 이상봉 · 문영희씨뿐이었다. 하지만 부대행사인 트라노이 전시회에 참가한 7명을 합치면 한국 디자이너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현지에서 패션컨설팅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P씨는 "새로운 디자인보다 방대한 정보 속에서 남들보다 앞서 정보를 읽어내고 이를 새롭게 재해석해내는 능력이 중요해진 요즘 젊은 한국 디자이너들의 경쟁력을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파리패션위크의 짧은 일정 속에서 국내 디자이너들의 가능성이 확인됐지만,글로벌 시장에서 '팔리는' 브랜드로 자리잡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현지 패션업계 관계자는 "디자인 실력은 우수하지만 실질적인 글로벌 비즈니스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한 것 같다"며 "샘플을 소량 제작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주문량을 맞출 수 있는 생산능력은 물론 쇼룸 운영과 무역에 관한 지식도 함께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셸 하디다 트라노이 대표는 "요즘 아시아 디자이너들이 급부상하고 있는데 글로벌 패션 리더가 되려면 단순히 디자인 테크닉이 아니라 신선한 아이디어와 미래시장을 내다보는 글로벌 시각,아티스트 마인드 등 3가지 요소를 균형있게 갖춰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상미 생활경제부 기자 saramin@hankyung.com

입력: 2010-10-10 17:07 / 수정: 2010-10-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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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컬렉션 바이어 사로잡은 `한국 디자이너 7인`

"신선하고 핫하다"주문 쏟아져
김재현 등 신진 디자이너들 나흘 동안 30만유로 계약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의 트라노이(tranoi) 전시회장.7일까지 열린 파리 패션위크 행사에 맞춰 이곳에 차려진 300여개 부스 가운데 해외 바이어들로 가장 북적인 곳은 '쟈뎅 드 슈에뜨'였다.

국내 디자이너 김재현씨가 선보인 화려한 프린트 여성복 브랜드가 바이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벨기에 셀렉트숍(대중화하지 않은 브랜드를 판매하는 매장)의 한 바이어는 "부엉이 패턴의 노란색 롱드레스가 눈길을 끌어 들어왔다"며 "개성있는 프린트들이 마음에 들어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트라노이에는 처음 참가하는데 벨기에 이탈리아 등 유럽 지역 바이어들의 상담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이번에 계약을 여러 건 성사시켰다"고 전했다.

김재현 이승희 임선옥 이석태 최지형 주효순 홍혜진 등 7명의 국내 디자이너들이 처음으로 트라노이 무대에 진출했다. 까다로운 심사를 거치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참가하는 데 어려움이 많지만,서울시에서 추진하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 육성 프로젝트의 하나로 이들은 이번에 7개의 부스를 마련했다.

해외 바이어들은 이들 브랜드에 대해 '신선한 감각'을 높이 평가했다. 별도의 한국관이 아니라 다른 브랜드들 사이에 끼어 있었지만,유독 한국 브랜드 앞에서 발길을 멈추는 바이어들이 많았다.

파리 현지의 PK패션컨설팅 관계자는 "실력있는 한국의 신진 디자이너들이 유럽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며 "이곳을 찾는 바이어들은 까다롭고 의심이 많기로 유명한데 처음 접하는 브랜드를 이렇게 사가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론칭한 독립 브랜드 '르이'로 부스를 차린 이승희 디자이너는 "이곳 바이어들은 브랜드 국적에 연연해 하지 않는다"며 "옷 한 벌이 100만원 선으로 다른 브랜드들보다 비싼 편인데도 디자인과 품질을 보고 선뜻 주문했다"고 말했다. '칼 이석태'의 이석태 디자이너는 "브랜드 성격이 강한 편인데 유럽 바이어들이 이 점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다"며 "미국과 영국 바이어들의 상담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디자이너들의 일차적 목적은 옷을 파는 것이지만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바이어 리스트를 확보하고,브랜드 인지도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해외 소비자 성향을 배우는 기회이기도 하다. '쟈니 헤이츠 재즈' 브랜드를 내세운 최지형 디자이너는 "아시아 쪽에서는 무난한 디자인들이 먹혔는데 유럽 쪽은 과감한 디자인과 특징있는 제품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며 "다음 시즌 유럽 쪽 바이어를 겨냥해 어떤 제품을 디자인할지 머릿속에 구상해 두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번 나흘간의 전시 기간에 이들의 수주 물량은 약 30만유로에 달했다. 가장 성과가 좋았던 디자이너는 김재현 · 이석태씨로 각각 5만유로를 넘었다. 이들은 교환한 명함을 통해 30%가량의 추가 주문이 들어올 것으로 내다봤다.

미셸 하디다 트라노이 대표는 "글로벌 패션 시장에서는 얼마나 개성있고 신선한 디자인으로 바이어들의 눈길을 사로잡느냐가 중요할 뿐"이라며 "이번에 참가한 한국 디자이너들은 유럽 소비자를 파고들 수 있을 만큼 각자의 아이덴티티와 고품질의 제품을 선보였다"고 평가했다.

파리=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 트라노이 전시회

파리 패션위크 기간에 열리는 패션 트레이드 쇼.신진 디자이너들이 코엑스 박람회처럼 쇼룸 부스를 마련해 놓고,바이어들이 샘플을 보고 발주하는 패션 전시회다. 전 세계 유명 백화점과 멀티숍,편집숍 등의 바이어 8500여명이 방문하기 때문에 이들과 실질적인 비즈니스가 이뤄질 수 있어 신진 디자이너들에게는 해외 진출을 위한 '꿈의 무대'로 통한다.

입력: 2010-10-07 17:13 / 수정: 2010-10-08 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