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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환경

<국격을 높이자>심재진 서울디자인재단 대표, 빌딩속 새초롬히 고개내민…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는 사람과 함께 숨쉬는 자연

“낮고 둥근 한국의 산, 쭈글쭈글한 골목길에서 영감을 얻어서 지은 건물입니다. 외관 어디에도 쭉 뻗은 직선이 없어요.”

2013년 동대문운동장 자리에 완공될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얘기다. 이미 반쯤 지어진 둥글둥글한 초록빛 동산이 회색 빌딩 숲 한가운데 새초름히 들어섰다. 이 건물의 건립과 운영을 주관하고 있는 심재진<사진>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이사는 “사람과 자연, 공간이 어우러진 건물을 만들려 했다”고 소개했다.

동대문운동장은 한때 각종 야구대회를 유치하며 큰 인기를 끌었으나, 84년 잠실종합운동장이 생기면서 풍물시장과 임시주차장 부지로 사용돼 왔다. 정부는 동대문운동장을 허물고 이 자리에 4층 높이의 전시ㆍ컨벤션, 디자인정보센터 등의 다목적 문화공간과 시민공원을 짓고 있다.

철거 당시 많은 체육인과 시민들이 반대했으나 심 이사는 오히려 “디자인플라자는 원래 있었던 것을 복원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동대문운동장은 1926년 일본 히로히토 왕자의 결혼을 기념해 흥인문과 광희문 간 성곽을 허물고 지은 건물이다.

“동대문운동장은 사실 건축적 가치가 높지 않은 건물입니다. 지은 지 80년이 넘어 낡기도 했고요. 일제 강점기 일본 왕세자를 위해 지어진 건물을 반드시 보존할 필요는 없지 않나요?”

심 대표는 새 건물의 가장 큰 의미를 80년 만에 되살아난 조선시대 성벽에서 찾았다. 태조, 세조, 숙종기에 지어진 성벽을 차례로 복원해 조선시대 시대별 건축 기법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다.

“원래 작은 물길을 내려고 했는데 시공 중 성벽 유적이 발견됐어요. 물길 대신 성벽 복원에 집중하고, 성벽을 원래 높이보다 3~4m 낮게 지어 그 위로 사람들이 걸어다닐 수 있도록 했습니다.” 향후 미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등의 전시요청을 받아들여 각종 디자인 전시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심 대표는 29일까지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등지에서 열리는 ‘2009 서울 디자인올림픽’도 주관하고 있다. “산업디자인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것이 그의 포부다. LG전자 디자인연구소장을 지내다가 올해 3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심 대표는 “디자인은 장식이 아닌 독립된 산업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건물 많고 복잡한 회색도시가 청계천, 서울숲 등으로 이미지가 많이 변했습니다. 올해엔 서울시가 세계디자인 수도로 선정되기도 했어요. 그만큼 우리나라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단순하면서도 사람 살기 좋은 공간이 앞으로도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김윤희 기자/worm@heraldm.com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m.com

헤럴드경제 | 2010-09-30 1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