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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환경

<국격을 높이자>잿빛대신 숲과 물…도시 디자인이 ‘일등 경쟁력’ 만든다

작은실천이 큰 나라를 만든다 -그린디자인      

서울 디자인브랜드 꼴찌 탈출
청계천 녹색바람 전국 확산
광주 등‘ 실개천 살리기’한창
‘한옥열풍’으로 역사도 공존
쾌적한 거주공간 삶의질 높여

버려진 밀가루공장이었던 영국의 발틱 현대 미술센터. 철거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방치했던 제분공장이 도시재생 프로젝트로 되살아났다. 2002년 7월 개장한 이 미술센터는 개관 첫해 100만명이 다녀갔고, 매해 250만명의 관람객이 찾고 있다. 1970년대 말 쇠퇴의 길을 걷던 스페인의 빌바오도 도시재생운동인 ‘메트로폴리탄 빌바오 계획’을 통해 문화도시로 다시 태어났다. 빌마오 미술관을 찾은 방문객만 지난 10년간 1000만명. 그동안 거둬들인 수익도 총 2조1000억원에 달한다.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도시 디자인이 곧 정치ㆍ경제ㆍ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먹고 사는’ 문제에 천착해왔던 사람들이 디자인과 문화, 예술 등‘ 삶의 질’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디자인은 곧 국가경쟁력을 의미하게 됐다. 이런 추세에 맞춰 우리 정부도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사람과 도시, 공간을 염두에 둔 공공디자인에 대한 투자를 확충하고 있다.

▶물이 흐르고 숲이 사는 도시=국가및 도시 브랜드 평가기관 인홀트 GMI는 한국의 디자인 순위를 55위 중 43위(2008년 기준)라고 발표했다. 자연과 도시 경관의 조화, 건축자산 활용, 도시의 매력도 측면에서 미국, 일본 등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인천공항을 통과하자마자 마주치게 되는 회색빛 아파트와 자동차,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당시 파괴된 주요 유적 등 각종 도시 문제가 산적한 탓이다.

디자인을 매개로 도시 혁신에 성공한 해외 사례가 속출하면서 국내 지자체들도 친환경 개념을 더한 공공디자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청계천에서 시작된 녹색과 청색띠가 전국으로 서서히 확대되는 양상이다.

서울 광진구는 최근 어린이대공원역에서 어린이회관을 지나 구의사거리에 이르는 광나룻길 1㎞ 구간을 실개천이 흐르고 벽천폭포와 연못, 휴게 쉼터로 꾸며진 도심 속 푸른 숲길로 조성했다. 거친 회색 도로가 있던 자리에서 아이들이 물장구 치는 모습을 자주 볼 수있다.

포항시도 시내에서 교통량이 가장 많은 혼잡 지역을 수변공원으로 재정비했다. 공공디자인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한국은행 앞 860㎡ 규모의 광장에 물길을 내고 시민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경기 여주, 경북 구미, 광주광역시, 충남 논산 등 4개 지역도 실개천을 되살려 생태환경을 복원하고 도시미관을 조성할 계획이다.

류제홍 커뮤니티디자인연구소장은 “도시 디자인은 건물 환경의 외관적 매력뿐만 아니라 사회적, 환경적,경제적 맥락에서 디자인이 작용해야 한다”면서“ 사람 중심의 디자인과 예술 프로젝트를 통해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어내야 하며, 일본과 프랑스, 영국 등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람과 공간=국내 공공디자인의 가장 큰 화두는 ‘사람’이다. 세계적인 건축물과 현란한 벽화가 도시를 메우는 대신, 쾌적하고 효율적인 거주공간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건축계에 불고 있는‘ 한옥 열풍’은 공공디자인의 이런 추세가 반영된 것이다. 한옥의 장단점을 고려해 따뜻하고 저렴한 한옥을 지으려는‘ 신(新)한옥 플랜’이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신한옥 플랜과 보금자리주택 품격 향상 방안을 발표하고 ▷따뜻하고 저렴한 한옥 건축기술 개발 ▷한옥 건축비 2014년까지 최대 40% 절감 ▷한옥 보존을 위한 한옥등록제 실시 ▷양호한 한옥 공익시설 활용 등을 내용으로 하는‘ 신한옥 플랜’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 신청사도 에너지 효율성을 극대화한 건축물로 꼽힌다. 신청사는 냉난방, 조명 등에 소요되는 에너지의 11.3%를 지열, 태양광, 태양열 등 신재생 에너지로 충당한다.

건물바닥과 인근 지하에 218개의 구멍을 뚫고 지하 200m에 이르는 파이프를 매설해 지열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했다. 바닥 전체에 파이프를 매설해 지열을 이용하는 설비를 갖춘 것은 공공청사로서 국내 최초의 사례다. 충북 증평군도 도시 미관을 향상시키고 아름다운 간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간판이 아름다운 시범거리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도심 특유의 역사성을 회복시키는 사업도 전방에서 계속되고 있다.

서울시는 세종문화회관에서 남대문 시장까지 세종로와 태평로 등 시청주변 간선도로와 이면도로 일대를 환경개선사업지구로 지정하고‘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로 조성할 계획이다. 세종로가 확장돼 북창동, 서울역,나아가 남산에 이르는 역사문화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세운상가를 철거하고 폭 90m, 길이 1㎞에 달하는 녹지축을 조성해 창경궁과 종묘녹지를 남산에 연결하는 그린웨이 사업도 벌인다.

권영걸 서울대 교수는“ 오늘날은 도시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을 견인하는 시대”라면서“ 디자인을 전시행정으로 비판하기보다 장기적인 전망과 시민참여가 뒷받침된 혁신산업으로 키워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희 기자/worm@heraldm.com
협찬 : 삼성
헤럴드경제 | 2010-09-30 1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