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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산업

모나미 153, 불멸의 디자인

[일사일언] 모나미 153, 불멸의 디자인
 

▲ 홍의택·경원대 산업디자인과 교수

개학을 하면 늘 경건한 마음으로 출석부를 출력하고 건망증에 대비하느라 모나미 153 볼펜을 출석부 모퉁이에 매달아 놓는다. 흑(黑)과 백(白)의 모던한 컬러, 심플하고 정교한 똑딱이 구조 그리고 '모나미 153' 이라는 신비주의 브랜드까지 내게는 너무도 익숙한 친구 같은 존재다. 물론 가격 또한 고마울 지경이다. 이 볼펜은 1963년에 태어나서 불혹(不惑)을 넘어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를 바라보니 사실 내게는 형님뻘이다.

세월에 변하지 않는 것이 없을 텐데 몇 세대를 훌쩍 넘어 변하지 않는 디자인들이 있다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더욱이 '문명의 꽃'이라 불리는 디자인의 덕목은 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인데 이처럼 변하지 않는 디자인을 자랑하는 물건들이 있으니 소리 안 나는 용각산(1967년)과 애연가들의 로망 지포라이터(1941년), 맥아더 장군의 선글라스(1937년) 그리고 나의 행복한 간식 바나나우유(1974년)와 문구류의 고전 스카치테이프(1925년) 등이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의외로 탄생 당시의 모습으로 세대를 초월해 함께 하는 물건들이 꽤 많다. 지포라이터만 해도 흡연이 악덕인 요즘 세태(?) 때문에 그 존재감은 예전만 못하지만 수많은 컬렉터들의 비호를 받으며 '신상미덕(新商美德)'의 시대를 당당히 살아가고 있다. 이처럼 모든 영역에서 변하지 않는 디자인들을 찾아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늘 새로운 것이 미덕(美德)인 시대를 살아가면서 고집스레 변화를 거부하고 앞으로도 우리와 같이할 불멸의 디자인들을 보며 천박할 정도로 새것을 앞세우는 풍조를 반성해본다.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 입력 : 2010.09.13 2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