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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산업

[스페이스] 굿오브닝 컵케이크



삐걱, 오래된 나무문을 밀어본다. 온통 하얗게 색칠된 비밀스런 입구를 따라 한 계단, 한 계단 지하로 내려간다. 달콤한 냄새가 향긋하게 풍겨온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컵케이크를 판다는 가게 ‘굿오브닝 컵케이크.’ 이곳에서는 언제나 굿 모닝, 굿 애프터눈, 굿 이브닝….

에디터 | 이상현(shlee@jungle.co.kr), 사진 | 스튜디오 salt

 

최근 선풍적인 인기몰이 중인 컵케이크. 외화 <섹스 앤 더 시티>에서 봤던 이 달콤한 뉴욕의 디저트를 소개하고 있는 국내 전문점들 가운데,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굿오브닝 컵케이크(이하 굿오브닝)’은 가장 첫 번째로 손꼽히는 곳이다. 외국 유학 시절에 어깨너머로 컵케이크 베이커링을 배운 김신애가, 남편이자 그래픽디자이너인 김종수와 함께 작년 8월 문을 열었다. 주방에서 컵케이크를 굽는 아내와 가게의 로고와 패키지 등을 디자인하는 남편이라니, 환상의 짝꿍이다.

‘꿍짝’이 잘 맞는 부부는 그저 그런 케이크 가게는 싫었다.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소복하게 담아내는 곳, 컵케이크처럼 작지만 소소한 기쁨을 선사하는 곳을 그리며 전시공간을 갖춘 ‘갤러리 카페’를 구상했다. 장소 선정이 관건이었다. 상권, 유동인구, 진입동선 등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뭔가 특별한 매력이 있는 공간을 수소문했다. 우연찮게 찾아낸 곳은 신사동 번화가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오래된 2층 건물로, 게다가 요식업소로서는 말도 안 되는 지층이었다. “원래 이곳은 구청이 정한 ‘대피소’에요. 그전까지는 건물 주인의 창고로 방치되어 있었지요. 하지만 이 오래된 건물의 자연스러운 느낌이 그만 마음에 쏙 들어버렸어요.”


구청이 영업소로 허가한 한 평 남짓한 자리에 나무 테이블 하나 놓은 채 가게를 꾸리고, 나머지 공간은 전시장으로 변모시켰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꼴’이 됐지만 애당초 숍보다는 갤러리에 더 무게를 두었으니 그야말로 안성맞춤. 다양한 전시가 가능하도록 천장과 벽, 바닥까지 전부 흰색으로 페인트칠해 ‘빈 캔버스’를 자처했다. 김신애 대표는 “컵케이크에 대한 크나큰 사랑에 가려져 갤러리의 기능이 계획보다 축소됐다”며 아쉬움을 표하지만, 부부의 의지를 담아 그간 갤러리 ‘Properfit’은 충분히 제 역할을 해냈다. 여느 갤러리 카페들이 아티스트의 작품을 마치 인테리어 소품처럼 취급하는 인상이라면, 이곳은 아티스트에게 오롯한 전시 공간을 내어주었기 때문이다. 남편 이종수의 개인전을 시작으로 언드미드레스(Undemidress), 아우어 레가시(Our Legacy) 등 국내외 패션 디자이너, 일본의 모델이자 포토그래퍼인 첼시 아이카(Chelsea Maika), 최다함과 최형경, 김도연 등 당대의 주목 받는 젊은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줄줄이 공개되었다.

그리고 굿오브닝이 아티스트들에게 내어준 공간의 ‘진짜’ 주인은 이곳을 찾은 손님들이다. 내방객들은 달콤한 컵케이크를 한입 베어 물고, 작품을 천천히 ‘감상’한다. 토끼 굴에 굴러 떨어진 앨리스처럼, 신사동의 어느 지하실에서 만나는 컵케이크만큼이나 작지만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