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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산업

as time goes by

알몸으로 태어나서 세계적인 브랜드가 된 회사들의 로고 변천사를 '진짜 알몸'에 붙였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인간이 만든 브랜드 역시 그 빛나는 로고만큼은 역사에 길이길이 계속될 것이다. 알몸으로 태어나서 로고 하난 제대로 건진, 그 수지맞은 장사꾼들의 얼굴을 시간 순으로 정리해봤다.

에디터 이상현 | 사진 스튜디오 salt | 디자인 강혜정



CANON
캐논이, ‘Kwanon’에서 ‘Canon’으로 이름을 바꿨던 때는 1935년이다. 이때 회사의 소속 광고 담당자가 디자인했다는 초기 로고는, 1956년부터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캐논 로고의 뼈대를 이룬다. 특히 독수리 발톱마냥 끝이 안쪽으로 날렵하게 꺾인 모양의 철자 ‘C’는, 서구 폰트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함을 자랑한다. 전문가들은 설립 초기부터 세계 시장을 염두에 뒀던 캐논의 글로벌한 비전이 이 로고에서 고스란히 묻어난다고 말한다. 더욱 놀라운 점은 1956년부터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캐논이 단 한 번의 변화 없이 로고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그것과는 참 다르다.     

APPLE
애플의 초기 로고는, 지금의 사과 모양을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공동 설립자인 ‘로날드 웨인(Ronald Wayne)’이 제작한 이 로고는, 중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이 사과나무 아래에 있는 모습을 담고 있는, 차라리 한 장의 그림에 가까웠다. 로브 야노프(Rob Janoff)에게 애플 로고의 재정비를 의뢰한 건, 스티브 잡스가 두고두고 칭찬받을 만한 일이다. 물론 여섯 색깔 ‘레인보우 애플’을 두고 ‘호모 섹슈얼에 바치는 오마주’ 등 횡횡했던 소문들만 빼곤 말이다. 소문 때문인지 이후 애플은 단색 로고로 변화를 주며 쇄신을 거듭한다. 그중 특히 투명한 ‘아쿠아 애플 로고’는 로고 트렌드의 흐름을 뒤바꿨다는 호평을 받았다.     

KODAK
코닥의 로고 변천사는, 시대별 로고 트렌드의 흐름을 몸소 보여준다. 1935년부터 1987년까지 55여 년 간 노란색 도형과 빨간색 글자가 결합된, 사람들이 흔히 기대하는 ‘로고로서의 로고’로 여러 차례 변화를 거듭해왔다. 하지만 1996년, 코닥은 대세에 따라 로고의 간소화 작업에 착수한다. 갑갑한 박스를 벗고 레드 폰트만으로 간결하면서 힘 있는 모습으로 리디자인된 것. 2006년, 코닥은 다시 다소 딱딱한 느낌의 글자를 둥글려 지금의 ‘현대적인’ 로고를 완성했다.

PEPSI
1898년부터 1940년대까지, ‘PEPSI COLA’라는 아홉 개 철자를 길게 늘어뜨린 로고를 유지했던 펩시는, 1950년 병뚜껑 모티브의 새 로고를 완성하면서부터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1973년, 병뚜껑을 단순한 원 이미지로 간소화한, 펩시의 상징인 이른바 ‘펩시 글로브(PEPSI GLOBE)’가 탄생했다.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은 이 로고 이후부터 글자와 이미지의 위치를 바꾸거나 글로브에 입체감을 주는 등의 변화를 거듭할 뿐이었다. 하지만 펩시는 작년 다시 로고 리디자인을 감행했다. 사진에는 빠진 이 로고는 레트로 폰트와 마치 기존 글로브의 모습을 비튼 듯한 모양으로 세간의 입방아에 올랐다.

BMW
BMW는 독일 바이에른 지역의 항공기 엔진 회사로 역사를 시작했다. 따라서 이곳의 초기 로고는 항공기 프로펠러, 바이에른 주의 깃발 형상과 색에 영감을 얻은 모습이었다. 특히 BMW 로고의 상징인 동그라미는 전 세계 공식 공군 기체 마크인 ‘라운델(roundel)’을 따른 것이라고. 하지만 100여 년의 파랑 같은 세월을 겪어온 BMW는 지금까지 로고에 큰 변화를 주지 않고 그 원형의 ‘원형’을 유지함으로써 시간의 더께만큼이나 두꺼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차곡차곡 쌓을 수 있었다. 변화와 불변 중 꼭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로고는 후자를 택하는 편이 훨씬 득일 것이다. 변화는 독일 가능성이 크다.

IBM
이미 잘 알다시피, IBM의 로고는 전설적인 브랜드 디자이너 폴 랜드(Paul Rand)의 솜씨다. 그전까지 로고로서의 기능마저 알아보기 어려웠던, 복잡한 모습으로 시대착오적이라는 악평까지 주워들었던 IBM의 로고는 폴 랜드와의 만남 이후 드디어 반짝이게 됐다. 1972년, 폴 랜드는 IBM 로고에 다시 변화를 꾀하는데, 기존의 폰트에 줄무늬를 더함으로써 ‘스피드’와 ‘다이나믹함’을 그려냈다고 한다. 이후 대동소이한 정도의 수정을 거듭한 끝에 IBM의 로고는 전 세계인의 뇌리 속에 가장 빛나는 로고 중 하나로 남았다.


참고자료 instantshift.com의 20 Corporate Brand Logo Evolu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