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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영상

토종 캐릭터 ‘뿌까’ 만든 ㈜부즈

지난해 전 세계에서 매출 5000억원, 로열티 수입 150억원을 올린 10세 소녀가 있다. 이 소녀는 거룡반점의 외동딸 ‘뿌까’다. 뿌까는 2000년 탄생한 ㈜부즈의 캐릭터다. 자타 공인 해외에서 가장 성공한 토종 캐릭터이자 미키마우스, 헬로 키티 등 해외 유명 캐릭터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한국 대표 캐릭터다. 2001년 첫 캐릭터 상품이 국내에 출시된 이후 적극적인 해외시장 마케팅과 홍보활동을 통해 현재 전 세계 140개 나라에 진출했다. 인형과 학용품, 의류와 핸드백 등 잡화는 물론 애니메이션과 게임 등 무려 3000여 제품이 판매 중이다.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가방, 의류 등 패션상품에 어울리는 콘텐츠로 인식됐고 새로운 패션 아이콘으로도 자리 잡았다.

월트 디즈니와 워너브라더스 등 세계 메이저 업체들이 부즈와 에이전트 계약을 맺고 세계 각지에서 상품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워너브라더스는 파트너 체결을 기념하고 알리고자 지난 2월 할리우드 스타들을 초청한 대대적인 론칭 파티를 열기도 했다. 글로벌 체인을 갖춘 거대 미디어 업체가 국내 캐릭터 업체와의 계약을 알리고자 행사를 연 것 자체가 국내 캐릭터 업계에선 일대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뿌까가 세계적인 캐릭터로 성장하기까지엔 김부경(38) 사장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지난 18일 서울 역삼동 본사에서 만난 김 사장은 쑥스러워하는 표정에 단답형 대답이 많았다. 경주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자랐으니 무뚝뚝한 전형적 경상도 사내인 셈이다. 하지만 대화를 나눌수록 속이 깊고 뚝심이 느껴지는 등 경상도 남자의 장점도 다 갖췄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친근한 캐릭터 뒤에 인형부터 애니메이션, 테마파크 등 다양하고 커다란 산업이 있음을 깨닫고 캐릭터 사업에 뜻을 뒀다. 그리고 대학 졸업 뒤 디자인 업체 몇 곳을 옮겨 다니며 회사 운영방식과 경영 등을 몸으로 익혔다. 1999년 김 사장은 동생인 김유경 부즈클럽 대표와 둘이서 회사를 시작한다. 중소기업의 하도급을 받아 일을 했지만 뿌까 캐릭터를 다양한 버전으로 만들며 구체화하는 작업은 계속됐다.

그는 캐릭터가 정착되자마자 바로 해외로 눈을 돌렸다. 국내시장은 캐릭터가 브랜드라는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에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는 전략을 택했다. 진출방식도 남달랐다. 뿌까 이미지를 제공해 3∼10%의 로열티를 받고 마케팅과 영업은 외국 파트너사에 맡기는 방식이다. 특히 뿌까가 상품별로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등이 담긴 ‘스타일 가이드’로 파트너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김 사장이 항상 최우선에 두는 것은 ‘재미와 감동’이다. ‘어떡하면 사람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캐릭터는 어린이용이란 기존 관념에서 탈피, 10∼20대 여성층을 타깃으로 삼자는 답이 나왔다. 분홍색, 상아색 등 여성용이라고 하면 흔히 떠오르는 부드러운 색 대신 강렬한 빨강과 짙은 검정 조합을 택한 것도 신선하고 재미있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재미를 더 부여하고자 색깔에 맞게 중화요리집 딸이란 설정을 부여했고 남자친구 ‘가루’와의 알콩달콩 연애 이야기도 담았다. 특히 애정을 먼저 표현하는 등 적극적인 여성성을 뿌까에 부여해 기존 캐릭터들과 차별화했고 이 점이 세계 젊은 여성들의 호응을 얻어냈다.

김 사장은 “재미와 감동이 덜해졌을 때가 위기”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위기를 극복하고자 캐릭터의 새롭고 참신한 변형을 고민한다.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김 사장은 경영자인 동시에 여전히 아트 디렉터이기도 하다. 아트 디렉터로서의 시간이 경영인 업무 시간보다 더 길다고 했다. 이날도 검은 반팔 티셔츠에 마(麻) 소재 바지 차림은 영락없는 디자이너의 모습이었다.

김 사장의 장기적인 비전 역시 ‘어떻게 하면 재미와 감동을 더 줄 수 있을까?’에 맞춰져 있다. “디즈니랜드 같은 테마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게임과 만화, 상품뿐만 아니라 식당과 병원 등이 한군데 모여 있으면 더 많은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뿌까로 번 돈도 이런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한 자본인 셈이다. 젊은 회사 부즈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
[국민일보][2010.08.22 1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