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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기타

창의와 실용, 나누는 디자인으로

미려한 예술의 도시 파리의 심장부. 도도한 샹젤리제 거리가 인분으로 질퍽거렸었다는 이야기를 믿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그 대응책으로 향수와 하이힐이 탄생했다는 뒷말에 머리가 끄덕여진다. 이처럼 향수와 하이힐은 필요가 낳은,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발명품이며 디자인이다. 역사의 뒤안길에는 이렇듯 생활의 이기가 발전해 온 흔적이 있다.

창의와 실용은 디자인의 고전적 원리이다. 몸값이 약 700억 달러에 이르는 코카콜라의 차별적인 아이덴티티와 고객 흡인력에 그 원리가 녹아들어 있다. 바로 창의와 실용이다. 코흘리개 꼬마도 디자인을 보고 군것질거리를 고른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캐리하멜 교수는 “세계가 지식기반경제에서 창의성기반경제(Creativity-Based Economy)로 향하고 있다”고 한다. 지식보다 넓고 원초적인 개념인 창의성에 중점을 둔 말이다. 디자인이란 말이 소수의 책장에서 나와 국민의 공유어가 된 지금, 디자인정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역할론이 탄력을 받는다.

특허청은 디자인 대학(원)에 디자인권 정규강좌 개설을 지원하여 예비 디자이너들을 키워 내고 있다. 또 지자체와 손잡고 전국 9개 지역지식재산센터에 디자인 컨설턴트를 채용했다. 전문 컨설팅을 통해 디자인 경영을 지원하고 맞춤형 디자인맵을 제공하여 중소기업의 디자인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창의적인 미래인재 육성과 발전을 위하여 국가가 투자해야 하는 분야가 바로 디자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주목할 만한 글로벌 트렌드의 하나는 ‘나누는 착한 디자인’이다. 부를 낳는 경제 디자인에서 지구촌이 함께하는 배려의 디자인으로 나가고 있다. 아프리카의 물 부족 국가에서 장거리 이동이 쉽도록 디자인된 ‘Q드럼’ 물통과 휴대용 정수기인 ‘라이프스트로우’는 함께 나누는 휴머니즘 디자인이다.

이처럼 디자인은 어느 분야, 어느 지역에나 통하는 속성을 가졌다. 정보통신이 유비쿼터스 기술이라면, 디자인은 유비쿼터스 상징이다. 눈길을 사로잡는 맵시는 물론 재미와 감동을 주는 감성디자인이 미래의 디자인이 도달해야 할 목표이다.

“디자인은 인간이 만든 창조물의 중심에 있는 영혼”이라고 디자인의 속내를 간파한 애플의 스티브잡스에게 두 개의 엄지손가락을 치켜 칭찬해 줄 일이다.

김명섭<특허청 대변인>
대전일보 | 2010-08-20 22면기사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