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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영상

이제 웹(WWW·월드 와이드 웹)은 죽었다, 모바일 앱이 대세다

美 IT誌 특집서 '사망선언'

2000년 인터넷 트래픽엔 웹이 절반 이상 차지 대세… 지금은 23% 이하로 쇠퇴

30대 미국 직장인 '존(John·가명)'은 아침에 눈을 뜨면 아이패드(iPad)로 뉴욕타임스 기사를 읽는다.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이메일과 트위터·페이스북에 남겨진 메시지를 확인한다. 회사에선 주로 인터넷 메신저와 인터넷 전화, 이메일로 업무를 본다. 퇴근 후에는 IPTV(인터넷 TV)를 시청하거나 온라인 게임을 즐긴다.

'존'의 일상은 이처럼 하루종일 인터넷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대부분 '웹(web)'이 아니라 '앱(app·컴퓨터 응용프로그램을 뜻하는 application의 준말)'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한다. 그가 이용한 뉴욕타임스 리더(reader)·이메일·트위터·페이스북 등의 서비스는 모두 각각의 '앱'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IT(정보기술) 전문지 와이어드(Wired)는 17일 특집기사에서 "월드와이드웹(WWW)은 죽었다"고 선언했다. 와이어드는 웹이 생겨난 초창기에 웹 기반의 IT 전문지로 창간돼 웹과 함께 성장했다. 그런데 이 잡지가 역설적으로 웹에 대해 '사망 진단'을 내린 것이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의 블로거들이 즉각 "웹은 죽지 않았다"고 반론을 펴면서 웹의 생사(生死) 여부에 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웹이 죽었다'는 것은 웹과 함께 급성장한 구글·야후 등 포털 서비스는 물론 언론사 등의 '닷컴' 웹사이트의 미래도 어둡다는 것을 뜻한다. 와이어드는 2000년 이후 전체 인터넷 트래픽에서 웹의 점유율이 계속해서 줄고 있다는 사실을 웹 사망론의 근거로 들었다. 인터넷 트래픽 조사기관인 CAIDA에 따르면 웹은 2000년 전체 인터넷 트래픽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2010년에는 이 비율이 23%로 줄었다. 하락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가 폭발적으로 보급된 것도 PC의 넓은 화면에 맞는 웹의 쇠퇴를 가져온 요인으로 꼽힌다. 소비자들은 웹브라우저의 주소창에 'www'로 시작하는 주소를 입력하고 검색을 해야 하는 '웹'보다 버튼 하나로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앱'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언론사와 영상·음악 콘텐츠 기업들도 유료화가 어려운 웹보다 '앱 스토어'를 통해 손쉽게 요금을 부과할 수 있는 앱에 더 주목하고 있다.

크리스 앤더슨(Anderson) 와이어드 편집장은 "웹은 과거 철도·전기·전화 등 역사상의 신기술이 그랬던 것처럼 폭발적인 성장기를 지나 정체 또는 쇠퇴기로 접어들었다"며 "웹이 죽더라도 인터넷의 번영은 앱 등 새로운 서비스에 의해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17일 "인터넷 트래픽에서 웹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었을지는 모르지만 웹 트래픽의 절대적인 양은 여전히 급증하고 있다"며 "웹은 아직 죽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신문은 또 "웹과 인터넷은 그동안 서로 깊게 융합돼 이제는 둘을 구분하는 것조차 어렵다"고 덧붙였다.

웹은 1990년 스위스에 있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인터넷을 이용한 하이퍼텍스트(문서들을 키워드를 통해 무한히 연결시키는 기법) 구현 기술로 개발됐다. 반면 인터넷은 1969년 미 국방부 프로젝트의 산물이다. 웹은 폭발적인 인터넷 열풍을 불러왔고 한때 모든 정보를 통합하는 단일한 애플리케이션이 될 것으로 여겨졌으나, 스마트폰과 앱의 등장으로 이런 예상은 빗나갔다.

김민구 기자 roadrunner@chosun.com  조선일보 | 입력 : 2010.08.20 0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