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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패션

‘킬힐’ 대신 ‘고무신·실내화’ 신는다

내 여친은 ‘킬힐’ 대신 ‘고무신·실내화’ 신는다 

 ▲ 크록스

#1. 서울 강남의 한 대형 백화점. 쟁쟁한 신발 브랜드 매장 사이에 있지만 기죽지 않고 손님을 끄는 ‘고무신’ 매장이 있다. 사방에 구멍이 뻥뻥 뚫린 모양의 신발 ‘크록스’다. 매장 주인은 “최근 바캉스 철이라 해변에서 신기 위해 매장을 찾는 손님들이 3∼4배가량 늘었다”면서 “가족끼리 와서 같은 스타일로 사이즈만 다르게 여러 켤레 사가는 이들도 많다”고 귀띔했다.

#2. 해외에서 수년간 근무한 후 최근 방한한 한 구두디자이너는 한국에 돌아와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언뜻 봐서는 실내화와 흡사한 탐스슈즈를 신은 이들이 곳곳에 넘쳐났기 때문이다. 그는 “남의 눈 의식하기로 유명한 한국인들이, 그것도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들까지 탐스슈즈에 열광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일명 고무신과 실내화의 성장세가 무섭다. 크록스와 탐스슈즈 이야기다. 크록스는 매년 65%가량의 매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인기 조짐을 보여온 탐스 역시 지난해보다 300%가량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브랜드 모두 한국땅을 밟은 것은 2007년. 브랜드 창립 연도만 봐도 크록스는 2002년, 탐스는 2006년으로 결코 오래지 않다.

짧은 시간에 대박을 낸 이들에겐 편안함과 다양함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크록스가 내세우는 것은 특수소재 ‘크로슬라이트’다. 크로슬라이트는 언뜻 보면 고무처럼 보이지만 크록스 측에선 ‘고무가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친다. 굽이 납작하고 부드러운 밑창이 발바닥을 부드럽게 받쳐줘 착화감이 탁월하다. 신발 전체에 구멍이 뚫려 있어 물빠짐이 좋으니 장마철엔 특히 수요가 높다. 여기에 수십가지의 다양한 색깔은 덤이다. 
 

 ▲ 탐스슈즈

탐스슈즈는 알파르가타라는 아르헨티나 민속화에서 디자인을 차용했다. 납작한 굽에 투박한 스타일이라 학창 시절 흔히 신던 실내화와 다를 바가 없다. 탐스슈즈 역시 수십가지의 색과 무늬로 변주된다.

두 브랜드 모두 가격은 저렴하다. 크록스는 3만원대부터 9만원대까지, 탐스슈즈는 6만원대부터 9만원대까지다.

통상 유행을 선도하고 소비자들이 갈망하는 제품들은 그에 상응하는 스타일 혹은 가격대를 지니게 마련이다. 하지만 두 브랜드는 어디에도 들지 않는다. 전문가들이 ‘신기하게도 인기가 많다’고 말하는 이유다. 제화업계 관계자는 “비싼 명품에 대한 열망과 10㎝를 웃도는 ‘킬힐’의 열풍 속에서 피로감을 느낀 대중이 크록스나 탐스슈즈에서 편안함을 찾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탐스슈즈는 또 소비자가 신발 한 켤레를 구매하면 또 한 켤레를 제3세계에 전달하는 독특한 기부공식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에는 40만켤레를 기부했다고 알려졌는데 이는 단순한 선행을 넘어서 효과적인 마케팅전략으로 회자되고 있다. 유명인의 간접홍보도 힘을 보탰다. 크록스는 부시 전 대통령이 해변가에서 착용한 모습이 공개되면서, 탐스슈즈는 류승범·공효진 등 국내 연예인들이 신고 다니면서 더욱 인기를 얻은 바 있다.

/wild@fnnews.com 박하나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기사입력 : 2010-07-21 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