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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산업

[디자인 홀릭] 줄 서서 먹는 밥집에 끌리듯 조명에도 '기다림의 美學'이

[디자인 홀릭] "100개 주문 받아야 만듭니다"

재질은 폴리에스테르 비닐과 재생 가능한 플라스틱. 가격은 100유로(약 15만3000원). 넓은 레스토랑에도, 집안 서재나 부엌에도 어울리는 무난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이 특징. 하지만 당장 사고 싶어도 기다려야 한다. 주문이 100개가 들어올 때까지는.

 ▲ 다니엘 스히퍼가 만들겠다고 제안한‘100×100’램프. /danielschipper.nl 제공
 
사람 마음은 이상하다. 대기 목록에 이름을 올려놓고 사야 하는 가방은 어쩐지 한 번 더 쳐다보게 되고, 자리가 남아도는 식당보단 줄 서서 기다렸다 먹어야 하는 밥집에 왠지 더 끌린다.

네덜란드 디자이너 다니엘 스히퍼(Daniel Schipper)는 바로 이런 기다림의 미학(美學)을 디자인 과정에도 끌어들였다. 애초 시작은 경비 절감이었다. 새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고 싶어도 제작비가 걱정되니까. 그래서 이 디자이너는 주문 100개가 들어오면 그때야 제품을 만들어주겠다고 선포했다. 다시 말해 주문 100개가 들어올 때까진 아무리 사고 싶은 손님이 있어도 만들지 않겠다는 것. 이 펜던트 조명을 사려면 그래서 웹사이트(danielschipper.nl/projects/100×100)에 이름을 올려놓고 기다려야 한다.

8일 오후 4시, 지금까지 들어온 제품 주문량은 총 89개. 11개가 더 팔리면 그때부터 이 디자이너는 제작을 시작한다. 한정판, 친환경 제품. 여기에 대체 언제 제작될까 조마조마 기다리며 클릭하는 기쁨까지 디자인한 발상이 놀랍다.

조선일보 | 2010.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