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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영상

삼성 "UI특허도 있다. 아이폰서 비행기마크 빼라"

전 세계에 걸쳐 애플과 소송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가 애플에 대한 공격 전략을 대대적으로 변경했다.

지난 4월 애플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두 회사의 소송전은, 애플이 ‘디자인’과 ‘소프트웨어’를 전면에 내세우고, 삼성은 축적된 ‘데이터통신 기술’을 앞세우는 양상으로 진행돼 왔다.

하지만 최근 네덜란드 법원이 “특정 기술이 ‘글로벌 표준’으로 채택된 경우에는, 특허를 가진 측이 새로운 업체의 시장 진입을 완전히 막는 방향으로 특허권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림에 따라, 삼성전자도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특허를 앞세워 애플에 대한 공격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 “아이폰에서 비행모드 표시기능, 바탕화면 날씨표시 등 다 빼라”
17일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일본에서 제기한 특허 침해 관련 제품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에는 그동안 삼성전자의 ‘무기’였던 이동통신 표준에 관한 특허 이외에 사용자환경(UI)과 관련한 특허가 포함됐다.

삼성이 애플에 침해당했다고 주장한 UI 관련 특허는 ▲비행모드 아이콘 표시 특허 ▲사용자 중심의 홈스크린 공간 활용 특허 ▲앱스토어 카테고리별 트리구조 표시 특허 등 3건이다.

‘비행모드’란 통신기기 사용이 금지되는 비행기 내에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의 통신 관련 기능만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기능. 기존 휴대폰은 비행기 이착륙 시 전원을 끄도록 권고됐지만, 비행모드를 설정하면 이착륙 중에도 전원을 끄지 않고 휴대폰을 통해 음악감상이나 게임 등을 계속 즐길 수 있다.

삼성의 특허는 휴대폰·태블릿PC의 상단에 비행기 모양의 그림을 표시해, 사용자가 ‘환경 설정’ 등의 메뉴에 들어가지 않고도 현재 비행모드가 작동 중인지 여부를 한눈에 알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비행모드에서는 통신을 제외한 다른 기능이 모두 정상 작동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비행모드 설정 사실을 잊어버릴 경우 기기 고장으로 오인하기 쉽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사용자 중심의 홈스크린 공간 활용 특허’란 스마트폰에서 자주 쓰는 기능을 아예 바탕화면에서 상시 작동하도록 설정하는 기능.

예컨대 기존 아이폰·아이패드에서는 뉴스나 날씨를 보려면 일일이 해당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작동시켜야 했지만, 새로 나온 아이폰4S에서는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바탕에 깔아놓고 언제든지 별도의 실행 과정 없이 업데이트된 날씨나 뉴스가 나타나도록 할 수 있다. 이 기능은 갤럭시S 시리즈가 작년 6월 생산한 첫 모델부터 적용해온 기능으로, 특허도 삼성이 갖고 있다.

삼성의 전략 변경은 네덜란드 법원이 삼성의 특허에 대해 “애플이 일단 먼저 쓰도록 하고, 나중에 협상을 벌여 적절한 비용을 주는 쪽으로 하라”고 결론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유럽 법원은 삼성의 기술 특허에 대한 이러한 판단과는 달리, 기기에 저장된 사진을 넘겨볼 때에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하면 사진이 더이상 넘어가지 않고 용수철처럼 끝에서 튕겨져 나오는 애플의 UI 관련 특허는 인정했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네덜란드 법원의 가처분 기각 결정 이후 특허 소송 관련 전략을 수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판결 이전부터 UI 특허 대응 등 다변화 전략을 검토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에서 UI 특허를 제기한 데 대해서는 “애플로부터 UI 특허를 침해당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최적의 국가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UI 관련 특허는 일본뿐 아니라 유럽 등 여타 국가에도 등재돼 있어 일본의 소송 결과나 삼성의 전략에 따라 다른 소송에서도 UI 관련 특허가 쓰일 가능성이 크다.

◆삼성, 추도식 참석 끝나자마자 소송… ‘극적 화해 가능성’ 관측 번번히 빗나가
삼성이 이번 가처분 소송 제기를 발표한 시점은 오후 1시(한국 시각)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미국 스탠퍼드대 교회에서 열린 스티브 잡스의 추도식에 참석한 직후다.

이재용 사장은 전날 추도식 참석을 위해 출국하는 길에도 “삼성과 애플은 동반자이자 경쟁자”이며 “(팀 쿡의) 개인적인 친구로서 추도식에 가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스티브 잡스 사망 직후부터 장례식 등 계기가 있을 때마다 양사의 ‘극적 화해’를 언급해온 일부 언론은 이번에도 극적 화해 가능성을 제기했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추도식 종료와 동시에 소송 사실을 발표했다.

삼성전자 한 임원은 “회사의 돈이 걸린 문제인데, CEO가 개인적 친분 등을 앞세워 소송을 한순간에 취하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지난 14일 “애플을 제1 거래처로 존중하지만, 우리 이익을 침해하는 것은 좌시할 수 없다”고 밝혔었다. “소송이라는 것은 장기전으로 봐야 한다”고도 했었다. 삼성이 이번 소송을 쉽게 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삼성과 애플의 ’극적인 타협’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삼성 입장에서는 애플이 반도체 분야 최대의 고객이고, 애플로서는 삼성의 반도체 없이 제품을 만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

결정권자인 이재용 사장이 미국으로 건너간 상황에서 애플과 극비리에 협상을 진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플의 ‘무임승차(free ride)’를 거듭 비판해온 삼성으로서는, 애플이 적정한 대가만 약속한다면 타협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다.

장상진 기자 jhin@chosun.com

기사입력 : 2011.10.1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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