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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기타

현대카드·포니·뽀로로·선유도 공원… 디자이너가 반한 디자인

'월간디자인' 135명 설문조사

대중과 전문가 사이엔 종종 간극이 존재한다. 디자인을 바라보는 관점에선 얼마나 큰 시각차가 있을까. 디자인 전문지 '월간디자인'이 창간 35주년 400호 발간을 기념해 디자이너 135명을 대상으로 '한국의 굿 디자인(Good design)'을 설문했다. 각각의 디자이너에게 국내에서 지금까지 선보인 디자인 프로젝트 중 가장 인상적인 하나를 물어 결과를 집계했다. 선정 기준은 디자이너의 주도적 참여 여부, 조형적 완성도, 산업적 영향력 등이었다.

설문 결과 '현대카드 카드 디자인'이 33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색과 알파벳의 명쾌한 시각적 기호를 카드에 도입해 기업의 보수적인 이미지를 탈바꿈시켰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2위는 15표를 얻은 현대자동차 '포니'였다. 1974년 이탈리아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디자인한 포니는 똑똑 떨어지는 직선 스타일의 모던한 디자인이 인상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각각 10표를 얻은 '안상수체'와 '뿌리깊은 나무'가 공동 3위에 올랐다. 1985년 디자이너 안상수가 만든 한글 서체 '안상수체'는 훈민정음의 한글 제자(製字) 원리를 현대적인 맥락으로 재해석했다는 면에서 전문가들의 지지를 받았다. 1976년 출간돼 1980년 폐간된 월간지 '뿌리깊은 나무'는 일반인들의 관점에선 디자인과의 연결고리가 별로 없어 보인다. 하지만 디자이너들은 최초로 아트디렉팅을 도입해 편집했다는 면에 주목했다. 뿌리깊은 나무는 아트디렉터 이상철의 주도로 최초로 한글 전용과 가로쓰기를 채택했고 농부의 거친 손 등 한국의 정신을 표지를 통해 지속적으로 알렸다.

▲ 대중과 전문가 사이엔 종종 간극이 존재한다. 디자인을 바라보는 관점에선 얼마나 큰 시각차가 있을까. 디자인 전문지 '월간디자인'이 창간 35주년 400호 발간을 기념해 디자이너 135명을 대상으로 '한국의 굿 디자인(Good design)'을 설문했다. 각각의 디자이너에게 국내에서 지금까지 선보인 디자인 프로젝트 중 가장 인상적인 하나를 물어 결과를 집계했다. 선정 기준은 디자이너의 주도적 참여 여부, 조형적 완성도, 산업적 영향력 등이었다. / 조선닷컴

똑같이 8표를 얻은 '뽀로로'와 '선유도 공원'이 공동 5위. 일반적으로 뽀로로는 동글동글한 모양새로 아이들에게 친근감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캐릭터로 소개된다. 디자이너들은 "미국과 일본의 하도급 작업에 만족해야 했던 국내 애니메이터들이 뽀로로를 계기로 진정한 창작자로 거듭났다"는 측면도 눈여겨봤다. '건축가들이 꼽은 베스트 건축' 1위(본지 6월 29일자 A2면)에 꼽혔던 '선유도 공원'은 디자이너들의 눈에도 수작(秀作)으로 비쳤다. 조경가 정영선과 건축가 조성룡이 함께한 작업으로 "산업 시설의 흔적을 남겨둔 채 공원을 만들어 무조건 부수고 다시 짓는 우리 건축 풍토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88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도 굿 디자인 반열에 올랐다. 7표로 7위를 차지했다. 디자이너 김현 작품. "조형적 균형감과 비례, 견고한 직선과 곡선의 조화로움 등 당대 한국 디자인의 현실을 솔직하게 담아낸 소중한 기록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건축가 최문규가 마당과 길이라는 콘셉트로 설계한 서울 인사동 '쌈지길'은 8위(5표)였다. 설문에 참여한 디자이너들은 건축 자체뿐 아니라 작가 이진경이 작업한 손글씨 로고까지 염두에 뒀다. 9위(4표)는 2005년 디자인회사 소디움파트너스가 만든 풀무원의 CI(기업이미지)였다. "유연한 느낌의 돌기가 있는 글자로 소비자와 밀착해 호흡하고자 하는 기업의 철학을 담았다"는 설명이다. 10위(3표)는 1970년대 후반 나온 '한샘 시스템 키친'이었다. "서구의 합리성과 인테리어 감각이 더해져 주방의 혁신을 가져온 디자인"으로 인식됐다.

월간디자인은 커뮤니케이션, 제품, 공간 등 분야를 나눠 '한국의 디자인 프로젝트 50개'도 설문했다. 복수 응답으로 이뤄진 설문 결과, 베스트 10에 들어간 작품 외에 작가 강익중이 작업한 '광화문 복원 공사 가림막', 1959년 디자이너 박용귀가 만든 금성사의 'A-501 라디오', 딤채 김치냉장고, 삼성 '보르도 TV', LG전자 '초콜릿폰', 디자이너 박금준의 '601 아트북 프로젝트', '참이슬' 패키지, 국민은행 CI 등이 선정됐다. 월간디자인 전은경 편집장은 "우리 디자인사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거나 너무 흔해서 인식조차 하지 못했던 디자인 프로젝트를 전문적인 시각에서 재조명하자는 취지에서 설문을 하게 됐다"고 했다.

김미리 기자 miri@chosun.com

기사입력 : 2011.09.30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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