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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기타

`디자인 경영` 불황일때도 빛난다

[BizⓝCEO] `디자인 경영` 불황일때도 빛난다

디자인은 단순한 미학 아닌 최고의 경쟁력

디자인 개념의 발상지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수상은 각료회의에서 "Design or Resign(디자인하라,아니면 사퇴하라)"이라고 말했다. 디자인이 키워드로 떠오른 시대,'껍데기는 가라'는 외침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오늘날의 상품들은 품질과 기능이 만족스러운가의 문제를 넘어 디자인을 통해 그 정체성을 드러낸다.

한때 'IT공룡'으로 불리며 세계 휴대폰 시장을 석권한 모토로라,노키아의 해가 저물어가는 원인에 관해서는 디자인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애플이 심플하면서도 감각적인 디자인을 앞세워 소비자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줄 때 이들은 소비자들의 변화된 감성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것.

디자인은 IT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작고 예쁜 라디오,보이스 레코딩 등 다양한 기능까지 탑재된 MP3플레이어는 직사각형 아이팟에 밀려났고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소비자를 유혹하던 에스프레소 기계도 단순한 모양의 캡슐커피 기계에 떠밀려 사라졌다. 이유는 하나. 소비자를 행복하게 만드는 디자인의 힘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모양 만들기'만을 뜻하지 않는다. 모양을 다루지만 기능과 분리될 수 없다. 이 때문에 디자이너는 '소비자(consumer)' 대신 '사용자(user)'란 말을 사용한다. '어떻게 사용될까'를 고려하기 때문에 제품의 브랜드 파워가 커지고 결과적으로 회사에 더 큰 이익을 안겨준다.

국내에도 이미 오래 전부터 '디자인 경영' 바람이 불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세계적인 디자이너 크리스 뱅글을 영입했다. 국내외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이뤄낸 일이다. 2001년에는 경쟁업체 출신의 휴대전화 디자이너를 스카우트하는 과정에서 그를 위해 미국 LA에 휴대전화 디자인 전담팀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기아차동차도 디자인 경영을 선언한 뒤 2006년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는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디자인 명차를 내놓으며 고속질주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 취임 이후 '작품'을 쏟아놓는 기아차에 대해 "한때 낙오자였으나 품질과 디자인에 힘입어 경쟁자를 따돌렸다"고 호평했다.

삼성전자는 올 해 7월 세계 디자인 공모전 IDEA에서 개별 기업 중 최다 수상 기록을 세웠고,독일의 iF 디자인 공모전에서는 금상 2개를 포함해 모두 30개 분야에 이름을 올렸다. iF 심사위원회가 매년 평가하는 세계 기업 디자인 랭킹에서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기아차의 선전도 두드러진다. 기아차는 2009년 '쏘울'로 레드닷 디자인상을 받은 데 이어 작년과 올해 '스포티지'와 'K5'로 iF 디자인상을 수상하는 등 디자인 분야에서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독일의 레드닷 어워드에서 국내 건설사로는 처음으로 최고상(Best Of the Best와 Winner)을 받아 3대 디자인 공모전에서 모두 상을 받는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한화건설은 '꿈에 그린'에 적용한 디자인으로 iF 디자인 어워드를 2년 연속 수상하는 등 디자인 경영의 초기 단계임에도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디자인 경영'의 내실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실망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간 기업의 디자인부서나 디자인 컨설턴트 업체는 그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제품의 가치를 창조해야할 디자이너는 마케터의 의견을 수렴,그것을 표현해내는 '기술자'에 그치곤 했다.

기업들이 잇따라 '디자인센터'를 세우고 유명 디자이너를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디자인 제품화 과정이 수직적 의사전달 과정을 포함한 관료적 그림자에서 아직 완전히 탈피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혁명적 디자인 제품을 내놓을 만한 환경이 조성되지 못했다는 의미다. 디자인 경영은 단순히 눈에 띄는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디자인 개발과 디자인 경영은 확실히 다른 개념이다. 새로운 디자인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는 조직을 제외한 협력 부서에서도 디자인에 대한 가치를 인식하고 완성도 높은 디자인이 창출될 수 있도록 협력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CEO는 디자이너를 위한 명확한 활동 지침과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스티브잡스는 디자인 경영에 대해 "디자인은 브랜드를 작동시키고 소비자를 이끄는 일종의 영적 교감신경 시스템이며,디자인 경영은 상품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디자인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디자인 경영은 비즈니스 디자인과 디자인 관리가 시너지를 내게 하는 것이다. CEO가 디자인에 얼마나 큰 관심을 갖고 지원하느냐에 따라 제품의 수준,더 나아가 기업의 수준까지 달라진다. 국내 기업들은 디자인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하고 전략을 세우는 단계에 있다. 토머스 락우드 미국 디자인경영협회장은 "효과적인 디자인을 달성하기 위한 효율적인 디자인 경영과 디자인 리더십을 적용시킴으로써 그들 자신만의 디자인 문화를 전개시켜야할 필요성이 있다"며 "그럴 때 비로소 디자인이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자원, 또는 수단으로서의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

< 이 기사는 BizⓝCEO 기획특별판 입니다 >
기사입력: 2011-09-27 16:07 / 수정: 2011-09-27 1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