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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패션

빨강·노랑·땡땡이·망토… Fashion 60’s '화려한 귀환'

올 가을·겨울 트렌드는 '60년대 복고'

노랑, 빨강, 초록 등 형형색색의 비비드 컬러, 도트(물방울) 무늬, 케이프 코트(망토), 남자 옷처럼 헐렁한 오버사이즈. 올 가을·겨울 패션 키워드로 꼽히는 이 단어들의 공통분모는 ‘복고’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복고가 유행이었는데 또 복고 바람인가, 매년 되풀이되는 복고라면 유행이라고 볼 수도 없지 않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복고라고 다 같은 것은 아니다. 복고에도 계보가 있으니 1930년대부터 80년대까지 각기 다른 정치·사회·경제적 배경을 반영한 특유의 패션 트렌드가 있다. 올해 주목할 것은 60년대이다. 패션은 돌고 돈다지만 유독 60년대 패션이 디자이너와 패션리더들의 편애를 받으며 자주 차용되는 이유는 뭘까.


◀빨랑, 노랑, 초록 등 강렬한 원색의 컬러들이 복고의 화려한 귀환을 알리며 올 가을 거리를 다채롭게 수놓을 전망이다. 폴앤조 제공

#복고 열풍, 왜 60년대인가

1960년대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속속 탄생하면서 여성패션이 대중화되고 본격화된 시점이다. 특히 60년대 패션은 여성들이 사회활동을 시작한 70, 80년대에 비해 여성스럽고 로맨틱해서 디자이너들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는 분석도 있다.

홍익대 간호섭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교수는 “60년대는 지금까지도 패션 아이콘으로 떠오르는 전설적인 여배우 오드리 햅번, 엘리자베이스 테일러 등이 화려한 패션을 보여준 영화들이 유독 많이 나온 시기이기도 하다”면서 “고도화되고 남성화된 70, 80년대 패션보다 낭만적이어서 차용할 부분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60년대를 풍미했던 오드리 햅번과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60년대 최초의 슈퍼모델 트위기(본명 레슬리 혼비) 등은 햅번룩, 재키룩, 트위기룩·트위기컷 등을 유행시키며 패션사에 큰 획을 그었다.

당시 그들이 유행시켰던 도트 무늬, 케이프 코트, 클러치 백(어깨끈 없이 손으로 가볍게 움켜쥐는 백) 등은 여성스럽고 사랑스러운 반면, 1∼2년 전 랑방, 발망 등 브랜드가 유행시킨 어깨가 봉긋하게 솟은 파워숄더는 70, 80년대 스타일에서 영향을 받아 강하고 자신감 넘치는 여성상을 반영하고 있다.

‘경기가 나빠지면 여자들의 치마가 짧아진다’는 말이 있듯 경기와 패션의 상관관계도 무시할 수 없다. 경제학자들은 패션에서 부는 복고바람을 불황과 연관짓기도 한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준환 수석연구원은 “판매자의 입장에서는 미래지향적이고 실험적인 옷을 내놨다가 안 팔릴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안전하게 과거에 유행한 트렌드를 차용해 리스크를 줄이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소비자들도 돈이 많을 때는 세 벌 중 한 벌은 과감하고 튀는 옷을 사지만, 지갑이 얇아지면 한두 번 입을 옷보다는 안전하게 여러 번 입을 수 있는 옷을 사게 된다”고 말했다.

▶올해 넉넉한 품의 오버사이즈가 유행하는 가운데 둥근 어깨라인이 돋보이는 코쿤 실루엣이 버버리 프로섬을 비롯한 유명 패션브랜드의 컬렉션에 대거 등장했다. 버버리 프로섬 제공

#도트 무늬, 화려한 컬러, 그리고 오버사이즈

세계적인 패션브랜드들의 올 가을/겨울 컬렉션 무대에는 60년대 패션을 집약할 만한 트렌드들이 대거 등장했다.

마크 제이콥스와 스텔라 맥카트니, 폴스미스 등은 상·하의뿐 아니라 머플러, 스타킹, 모자, 핸드백 등 소품에도 아낌없이 도트 무늬를 적용, 도트 향연장을 떠올리게 했다.

특히 잔잔한 도트에서 큼직한 도트까지 다양한 크기와 배열을 선보이는 한편 상의와 하의 모두 도트무늬를 입는 과감한 패션의 유행을 예고했다. 버버리 프로섬은 강렬하고 생생한 컬러의 의상과 그래픽 패턴을 반영한 새로운 체크, 누에고치처럼 생긴 코쿤(cocoon)형 코트와 망토 코트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루이비통, 프라다, 로에베, 이브생 로랑 등도 약속이라도 한듯 유선형으로 둥글린 어깨라인이 돋보이는 넉넉한 사이즈의 코쿤 실루엣을 대거 선보였다. 코쿤 실루엣과 함께 남자 양복을 입은 듯 떡 벌어진 사각 어깨가 돋보이는 재킷과 통 넓은 와이드 팬츠 등 오버사이즈 룩도 올 가을 필수 아이템으로 꼽힌다.

스커트의 경우 올 여름 거리를 점령했던 하의실종 패션과 달리 무릎선이나 무릎 바로 아래까지 내려오는 길이가 대세다. 오피스룩의 정석으로 불리는 펜슬 스커트(일자로 떨어지며 몸에 딱 달라붙는 스커트), 아래단으로 갈수록 퍼지는 삼각형 형태의 A라인 스커트가 무릎 선 안팎을 오르내리며 레이디룩을 이끌어 갈 전망이다.

◀1960년대 대표적인 패션 아이템이었던 도트(물방울) 무늬. 올 가을에는 다양한 크기와 배열, 색깔뿐 아니라 상의와 하의 모두 도트를 적용한 과감한 패션이 유행할 전망이다. 마크 제이콥스 제공

간호섭 교수는 “로맨티시즘의 영향으로 과거 여성들이 드레스 위에 코트 대신 걸치던 망토가 올해 케이프 코트뿐 아니라 블라우스 형태로도 많이 나오고, 속이 살짝 비치는 시스루 룩도 계절에 상관없이 인기를 끌 것”이라며 “가방도 남성적인 느낌의 빅 백 대신 여배우룩에 어울리는 둥글고 작은 사이즈의 클래식한 백이 유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입력 2011.09.29 (목) 18:03, 수정 2011.09.29 (목)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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