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시/행사

순수미술·디자인 상식의 경계를 허물다

日 세계적 작가 도쿠진 요시오카 첫 한국전 성황

“지금까지의 미술전시는 잊어라, 이런 공간 특성적 작업도 있다.”

세계 미술계 및 디자인계가 주목하는 일본 작가 도쿠진 요시오카(Tokujin Yoshiokaㆍ43)의 전시장을 찾은 이들의 말이다. 기존의 천편일률적 전시와는 또 다른, 새롭고 독창적인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새로 들어선 뮤지엄 비욘드 뮤지엄(대표 현진엽)에서는 요즘 일본 출신의 디자이너 도쿠진 요시오카의 첫 한국전이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도쿠진 요시오카(吉岡德仁)는 일반에겐 생소하지만, 디자인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음 직한 이름이다.

에르메스와 협업으로 명성
빨대·유리 일상소재 활용
9m 빛기둥 ‘무지개 교회’
황홀한 빛의 제전 연출

일본이 낳은 세계적 패션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 밑에서 일하다, 2000년 자신의 이름을 딴 독립사무소를 차린 그는 에르메스와 스와로브스키 등 유명 패션기업과의 협업으로 이름을 알렸다. 2007년에는 세계 굴지의 디자인페어인 ‘디자인 마이애미’에서 ‘올해의 디자이너상’을 받으며 더욱 입지를 다졌고, 지금도 수많은 기업들이 그와 협업하기 위해 줄을 대고 있을 정도다.

‘스펙트럼(SPECTURM)’이라 명명된 이번 전시는 순수미술과 디자인을 구분 짓는 게 더 이상 의미없는 일임을 확인시켜준다. 작가가 뮤지엄 곳곳에 디자인을 기본으로 한 참신하면서도 압도적인 설치작업을 보란 듯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통 흰색으로 처리된 뮤지엄에 들어서면 한꺼번에 쏟아지는 빛을 맞게 된다. ‘무지개 교회’라는 이 작품은 485개에 달하는 직사각의 투명유리를 9m 높이로 쌓아올리며 ‘빛의 기둥’을 만든 역작이다. 특수조명을 통해 발산되는 서로 다른 색깔의 빛이 하나로 융합되며 연출되는 장대한 스펙터클은 보는 이의 숨을 일순 멎게 한다. 작가는 20대 시절 남프랑스 방스를 여행하며 마티스가 만든 예배당의 스테인드글라스에서 전율할 듯 영감을 받았고, 이번에 20년 가까이 마음에 품어왔던 프로젝트를 실현했다. 또 다른 작품  ‘토네이도’는 150만 개에 이르는 투명빨대(straw)를 이용해 토네이도의 물결을 꿈결처럼 형상화했다. 토네이도 같기도 하고, 거친 파도 같기도 한 이 작품은 전시장 전면에 설치돼 관람객을 물결 치는 공간으로 스르륵 인도한다. 

 [사진 ↑]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일본 출신 작가 도쿠진 요시오카(43)가 첫 내한전에서 선보인 대규모 설치작업‘ Rainbow church’. 유리프리즘 450개를 9m 높이로 쌓아올리며 오묘한 빛의 변주를 체험케 한 작업이다. [사진=뮤지엄 비욘드 뮤지엄]

의자작업인 ‘비너스’는 작업과정이 흥미롭다. 커다란 수조에 미네랄액을 넣은 뒤 물을 인공적으로 돌려 광물질이 커다란 수정처럼 맺히며 의자 형상이 되는 프로세스를 작품화했다. 과학적 데이터를 근거로 미처 예기치 않았던 아름다움이 탄생하는 순간을 보여준 시도가 신선하다. 이 밖에 종이를 페스트리 빵처럼 여러 겹 눌러 벌집 모양으로 만든 의자 ‘Honey-Pop’은 소재 연구와 관련한 작가의 열정을 읽을 수 있다. 

이렇듯 광학유리(카메라 렌즈용 유리), 플라스틱 빨대, 종이 등 평범한 재료들로 참신하면서도 명징한 세계를 창출한 도쿠진 요시오카의 이번 프로젝트는 하나의 소우주인 동시에 침잠하듯 내면을 성찰한다는 점에서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그는 특히 의자작업을 여럿 선보이고 있는데 의자야말로 인간을 쉬게 하는 대상이자, 무수히 많은 인간들이 거쳐간 지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는 “의자작업을 많이 하지만 구체적인 형태를 드러내는 디자인엔 별 흥미가 없다. 그보다는 빛이나 바람, 움직임, 소리를 느끼고 체험케 하는 디자인에 더 애착이 간다”며 한국팬들도 이를 만끽할 수 있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6월 30일까지. (02)577-6688

이영란 기자/yrlee@heraldm.com
헤럴드경제 | 2010-06-22
--------------------------------

※ 도쿠진 요시오카 공식 홈페이지 : http://www.tokujin.com/
※ 뮤지엄 비욘드 뮤지엄 네이버 블로그 : http://blog.naver.com/beyondmuseum.do
※ 뮤지엄 비욘드 뮤지엄 홈페이지 : http://www.beyondmuseum.com/2010/

1) Rainbow Church : 450여개의 프리즘 블럭을 쌓아 올려 만든 9미터 가량의 초대형 빛의 기둥. 프리즘을 통해 들어오는 영롱한 빛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

2) Honey-pop : 여러겹으로 쌓아놓은 2차원 글라신지를 특정 형태로 잘라 그 사이를 벌리면, 가벼우면서도 단단한 3차원 벌집구조 의자가 된다.

3) PANE Chair : 돌돌만 원통 모양의 섬유를 종이관 안에 넣고 104도의 가마에서 구우면 빵처럼 부풀어 올라 의자가 된다. 단단한 재료가 아닌, 조직적인 섬유를 통해 받는 힘을 분산시켜서, 유연하지만 내구성 있는 구조를 이룬다.

4) VENUS Chair : 특수한 미네랄이 녹아있는 용액이 담겨있는 수조에 부드러운 폴리에스텔 섬유로 만든 의자를 한달 이상 담가두면, 자연 수정 결정체가 조금씩 붙어 독특한 크리스탈 의자가 된다.

5) Water Block : 천체 망원경에 쓰이는 광학렌즈 유리와 같은 특수유리로 제작된 벤치. 특별한 플라티늄틀로 만들어졌다.

6) Tornado : 200만개의 빨대를 쓰나미처럼 풀어놓고 물, 공기, 바람등과 같은 비정형의 자연요소를 시각화하였다. (2007년 디자인 마이애미에서 최초 전시되었음.)

01234567891011